밸리아 에너지Vallia Energy의 CEO 숀 루이스Sean Lewis는 휴대전화 메시지 창을 뚫어질 듯 응시하며 상대의 답을 기다렸다.
사내공간을 관리하는 수석부사장 조앤 플로레스Joan Flores에게 “사무실 복귀 공지를 발송하지 마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였다. 몇 주째 그와 조앤은 석유 및 가스 기업인 회사의 오클라호마시티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3200명에 대한 사무실 복귀 계획을 세워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초기인 2년 반 전부터 이 직원들은(전 종업원의 약 65%에 해당한다)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차츰 자발적으로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경쟁기업들과 달리 숀은 아직 전원 복귀 지시를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백신과 치료제가 널리 보급된 지금이 본사 인력을 다시 불러모을 적기라고 판단됐다. 팬데믹 기간에도 직원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긴 했지만 숀은 회사 내에서 협업이 실종되고 그 결과 혁신에도 실패할까 두려웠다.1
그는 또 밸리아의 석유채굴 노동자, 즉 시추선과 유전에서 땀 흘려 일하며 내내 현장을 지켜온 이들 사이에 불만이 싹트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본사의 ‘양복쟁이들corporate suits’을 경멸하고 있었다. 대부분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일부는 팬데믹의 심각성이 과장됐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사무직 근로자들이 왜 그토록 오래 원격근무를 유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중 잣대라고 느껴지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한 번 나가면 몇 주 동안 바다 위나 유전에서 작업을 하는데, 사무직들은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는 호사를 누린다는 것이다.
숀과 조앤은 근무제도를 팬데믹 이전의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무 유연성과 사무실 내 협업의 균형을 잡을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랐다. 몇 가지 구상들을 검토 과정에서 접은 끝에 두 사람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해법을 만들어냈다. 1주일에 최소 4일은 모든 직원이 사무실로 복귀하되 예외 신청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는 내내 조앤은 여유와 인내심을 잃지 않았지만, 이 막판 계획 변경에 대해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숀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앤의 답 문자를 보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숀. 공지는 내일 오전 10시에 발송될 예정이었어요. 취소할게요. 아침에 다시 얘기할까요?” 숀은 ‘엄지척’ 이모티콘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