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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 운영관리

일부 직원에게만 선별적으로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게 맞을까?

매거진
2023.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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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일부 직원에게만 선별적으로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게 맞을까



밸리아 에너지Vallia Energy의 CEO 숀 루이스Sean Lewis는 휴대전화 메시지 창을 뚫어질 듯 응시하며 상대의 답을 기다렸다.

사내공간을 관리하는 수석부사장 조앤 플로레스Joan Flores에게 “사무실 복귀 공지를 발송하지 마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였다. 몇 주째 그와 조앤은 석유 및 가스 기업인 회사의 오클라호마시티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3200명에 대한 사무실 복귀 계획을 세워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초기인 2년 반 전부터 이 직원들은(전 종업원의 약 65%에 해당한다) 원격근무를 시작했다. 그중 일부는 차츰 자발적으로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경쟁기업들과 달리 숀은 아직 전원 복귀 지시를 내리지 않은 상태였다. 백신과 치료제가 널리 보급된 지금이 본사 인력을 다시 불러모을 적기라고 판단됐다. 팬데믹 기간에도 직원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긴 했지만 숀은 회사 내에서 협업이 실종되고 그 결과 혁신에도 실패할까 두려웠다.1

그는 또 밸리아의 석유채굴 노동자, 즉 시추선과 유전에서 땀 흘려 일하며 내내 현장을 지켜온 이들 사이에 불만이 싹트고 있는 상황도 우려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본사의 ‘양복쟁이들corporate suits’을 경멸하고 있었다. 대부분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일부는 팬데믹의 심각성이 과장됐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사무직 근로자들이 왜 그토록 오래 원격근무를 유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중 잣대라고 느껴지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한 번 나가면 몇 주 동안 바다 위나 유전에서 작업을 하는데, 사무직들은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는 호사를 누린다는 것이다.

숀과 조앤은 근무제도를 팬데믹 이전의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무 유연성과 사무실 내 협업의 균형을 잡을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랐다. 몇 가지 구상들을 검토 과정에서 접은 끝에 두 사람은 하이브리드 방식의 해법을 만들어냈다. 1주일에 최소 4일은 모든 직원이 사무실로 복귀하되 예외 신청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는 내내 조앤은 여유와 인내심을 잃지 않았지만, 이 막판 계획 변경에 대해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숀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조앤의 답 문자를 보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숀. 공지는 내일 오전 10시에 발송될 예정이었어요. 취소할게요. 아침에 다시 얘기할까요?” 숀은 ‘엄지척’ 이모티콘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계획 재검토

“어떻게 된 일이에요?” 공원 푸드트럭 근처에서 숀을 만나자 조앤이 물었다.

“짐이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인사부장 짐 뱅크Jim Bank를 지칭하며 숀이 대답했다. “사내 익명게시판에 최근 누군가가 ‘사내근무 복귀 지시가 내려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 링크를 올렸다네요. 답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요. (1)이력서를 새로 쓰는 중이라 설문에 답할 시간이 없음 (2)상여금만 받고 나면 옮길 새 직장을 이미 결정해 두었음 (3)하와이로 이사 가서 서핑이나 즐기겠음.”

“에이, 숀.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조앤이 답했다. “그냥 장난일 뿐이죠!”

“그럴지도요.” 숀이 말했다. “하지만 그 얘기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시장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나쁜 데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잖아요. 직원들이 새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표를 내면 어쩌죠?2 우리에겐 그런 위험을 감수할 여력이 없어요. 디지털과 AI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화석연료 이외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밸리아를 21세기 기업으로 도약시키려고 노력 중인 상황입니다. 유능한 직원들을 잃고 다른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면 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요.”

“본사 복귀를 위한 다른 방법들도 검토해 봤잖아요.” 조앤이 숀의 주의를 환기시켰다.3 그와 숀이 처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을 때 두 사람은 전 직원이 1주일에 2, 3일 의무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회사는 팬데믹 초기에 본사 건물의 한 개 동을 건강검진 관련 스타트업에 임대하면서 사무실로 쓰는 공간을 축소한 터였다. 가용공간 내에 복귀하는 밸리아 직원들을 수용하기 위해 조앤은 직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리를 예약할 수 있는 호텔식 근무제인 ‘핫데스크hot desk’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같은 방안은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많은 직원들이 보다 영구적인 업무공간을 원한 것이다.

조앤은 직원들에게 전용으로 쓸 수 있지만 다른 사원들과 공유도 할 수 있는 자리 또는 사무실을 제공하고 특정일에 어떤 동료가 사무실 근무를 하는지 누구나 볼 수 있게 온라인 도구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이 업무공간을 공유하는 데 반대했다. 사실 몇몇 부서장은 일주일에 며칠 원격근무를 하는 대가로 개인 사무실을 내놓아야 한다면 차라리 매일 출근하겠다고 숀에게 말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또한 모두를 위한 공통의 일정이 없다면 ‘자발적 협력’이라는 이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같은 우려들을 유념하며 숀과 조앤은 다시 한 번 방향을 선회했다. 두 사람은 본사 건물에 입주한 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전 직원을 주당 4일씩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기로 계획했다. 두 사람 모두 그 같은 결정에 확신이 있었다. 숀이 문제의 ‘가짜 설문조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거예요.” 조앤이 말했다. “다시 사무실 출근을 지시한 걸로, 직원들이 사직서를 낼까 봐 걱정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계속 원격근무를 허용할 경우 직원들, 특히 신입사원이나 젊은 직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방치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4

숀은 직원들, 특히 차세대 직원들과 교감의 끈을 놓지 않는 데 자부심을 느껴왔다. 수년간 기업 전문가들은 에너지 분야에 조만간 퇴직자 급증으로 인한 ‘대폭적인 인력 교체’에 대비하라고 조언해왔다. 젊은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수요가 높은 공학기술 등 전문 역량을 보유한 인력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석유 기업들은 보수적이고 ‘더러운’ 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밸리아에서 숀은 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배출을 저감하고 소규모 시추 현장에서 대기오염과 메탄가스 누출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기술인 ‘플레어링flaring’을 제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그의 경영하에 회사는 직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지역사회의 포용과 평등 촉진 프로그램들을 지원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제 말은…” 조앤이 말을 이어갔다. “물리적으로 함께하지 않으면 결국 어떻게 되겠어요? 신뢰와 팀워크, 지식 전수, 소속감….이런 것들을 잃을까 봐 걱정돼요.”

“절대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숀이 대답했다. “단지 아직은 아니라는 거죠.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마주앉은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조앤이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하네요. 설문 답지 중에 가장 인기 있었던 게 뭐였나요?”

“서핑이죠.” 힘없이 웃으며 숀이 말했다.

외부의 압력

잠시 후 사무실에서 숀은 지역 상공회의소 의장인 딘 존슨Dean Johnson의 전화를 받았다.

“딘, 어쩐지 연락을 주실 것 같더라니까요.”

“안녕하세요, 숀. 목소리가 나쁘지 않네요, 뜻밖에도. 당신이 분별력을 잃고 밸리아의 본사 복귀 계획을 취소한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취소는 아닙니다.” 웃음 섞인 목소리로 숀이 말했다. “연기하는 거죠.”

“글쎄요, 제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아실 겁니다. 오클라호마시티 재계의 대표로서 드리는 말이에요.” 딘이 되받아쳤다. “당신은 이 지역 고용주들 중에서도 터줏대감이고, 당신 회사 직원들은 많은 중소기업의 주요 고객이에요.”5

“알아요, 딘.” 밸리아의 존재 덕에 한때 침체를 면치 못하던 오클라호마시티는 미국에서 25번째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저로서는 우리 직원들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숀이 말을 이어갔다. “직원들이 전부 사표를 내고 10만 달러를 받으면서 털사Tulsa로 옮겨간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원격근무 중인 근로자들을 눌러 앉히려고 인근 도시에서 내건 현금 보상책을 언급한 것이다.

“알아요. 하지만 상공회의소와 시청에 근무하는 우리는 밸리아 사무실이 텅 비어 버린다면 오클라호마시티가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많은 도시에서 원격근무가 시내 중심부의 과세 기반을 낮춰 신용위험을 유발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를 두 사람 잘 다 알고 있었다. “지역사회는 밸리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필요로
해요.”6

더 많은 선택지들

다음 날 숀은 화상 간부회의를 소집해 최소한 다음 분기까지 ‘완전 자유근무제work-from-anywhere’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숀은 모두가 사무실 복귀 계획을 확실히 알고 싶어한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상황을 주시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발언을 요청하는 손 모양 아이콘이 여기저기서 깜빡였다.

“사옥을 건축하면서 낸 대출 상환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유지보수 비용도 계속 나가고 있어요.” 재무부장 제이크 브라운Jake Brown이 말했다. “적어도 사옥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기업에 계속 임대를 주거나 행사나 회의 장소로 공간을 빌려주는 건 어떨까요?”

“현재 내가 우선순위로 삼는 건 우리 직원들이에요.” 숀이 대답했다. “하지만 빈 사무실을 다른 회사에 통째로 넘기지 않고 수익을 얻어내면서 직원들이 돌아왔을 때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든 논의할 마음이 있어요.”

백오피스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재닛 스트리티커스Janet Stritikus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우리 팀 직원 상당수는 오랜 시간 원격근무를 해왔지만 훈련과 유대 증진, 모범사례 공유를 위해 분기마다 함께 모입니다. 협업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에 맞춰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날을 관리자가 지정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숀이 말했다. “좋은 첫걸음일 수도 있겠네요.”7

지질조사 부서를 이끄는 빌 프렌치Bill French가 이어 발언했다. “우리는 지금 인력을 보강하고 차세대 인재를 채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 구축이 필요해요. 하지만 직원들 누구도 서로를 모르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바로 그 점이 고민이에요.” 숀이 대답했다.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신규 채용자들이 강제적인 사무실 근무를 원하지는 않아요.”

“그들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현장 직원들의 반발을 살 겁니다.” 유전 및 해상노동자 담당 부장인 테드 피터슨Ted Petersen이 끼어들었다. “자기들은 고생하는데 사무직들은 재택근무를 한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이번 결정이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숀이 대답했다. “단기적으로는 예산을 늘려 협력업체를 추가할 수도 있어요. 이를 통해 우리 정규직 직원들에게 근무 유연성을 부여하면 보다 공정하다고 느낄 겁니다.”

“나쁘지 않지만 언제까지나 어중간한 상황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테드의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묻어났다. “뭐가 옳은지 확실히 모를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긴장이 고조되는 걸 감지한 숀은 회의를 끝내기로 했다. 그는 “조앤과 내가 머리를 맞대고 곧 방침을 정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접속을 종료하며 그는 조앤이 문자메시지로 걱정스러운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 “농담 아닙니다.” 그가 이렇게 답 문자를 보냈다.


마크 볼리노(Mark Bolino)는 오클라호마대 프라이스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과에서 데이비드 보렌 석좌교수와 마이클 프라이스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리 펠프스(Corey Phelps)는 같은 대학원에서 프레드 브라운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케이스 스터디 강의노트

1. 2021~2022년 스탠퍼드대가 다국적기업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 직원들이 주 2회 재택근무를 할 때 이직률이 35%, 결근율은 1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연구 결과 원격근무 중인 직원들의 소통 단절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 2021년 ADP 리서치 인스티튜트가 실시한 전 세계 대상 조사에서 근로자의 64%가 사무실 상근 복귀를 요구받을 경우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 전사적인 사무실 복귀 계획을 시행하기 앞서 고용주가 파일럿이나 A/B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을까? 그 같은 실험의 득실은 무엇일까?

4. 2020년 PwC 조사 결과 경력이 5년 미만인 직원들이 특히 사무실 근무를 선호하며 원격근무를 할 경우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밝힐 가능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 팬데믹 발생 이전에 시카고대가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 내 일부 지역의 노동자는 개인당 1만2000~1만5000달러가량을 직장 근처에서 식료품과 쇼핑, 오락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6.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기업의 책무는 무엇일까? 밸리아는 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할까?

7. 기업 문화를 함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규모critical mess의 직원 수가 존재할까? 직원들이 같은 장소에 근무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통의 규범을 창출하기 위해 조직은 어떤 방식과 도구를 활용할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

밸리아는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 관련 계획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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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이 직감을 믿고 사무실 복귀 계획의 실행을
일시 중단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밸리아에는 여전히 본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일방적 지시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일정을 지정하기보다 숀은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다음 부서별로 현장근무와 원격근무의 적절한 조합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은 그것이 안전모가 됐든 웹캠이 됐든, 가용한 최고의 도구와 실용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해 일터를 멋진 장소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소그룹 단위의 대화와 협업을 위해 고안된 편안한 자리와 좋은 조명, 사용이 편리한 화이트보드를 갖춘 공간이다. 동료 직원이나 협력업체 종사자, 고객과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같은 공간에 없는 사람들도 몰입하고 열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이용해 회의를 열 수 있는 회의실도 갖춰야 한다.(밝혀두건대 우리 회사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비롯한 사무용품을 판매한다.) 또 개인적인 통화를 하거나 혼자 업무에 집중할 직원들을 위한 작은 칸막이 공간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 공간 중 일부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소수의 직원들을 위해 따로 남겨두고, 나머지만 앱을 통해 시간 단위 또는 일 단위로 예약을 받을 수도 있다.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숀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본사 근무 직원들, 그리고 그가 채용하고 싶어하는 참신하고 다양한 인재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유연성을 없애 버려서는 곤란하다. 뿐만 아니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21세기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조직이 직원들에게 매일 탄소를 내뿜는 차로 통근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균형과 유연성, 그리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숀은 전 직원에게 채굴 노동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회사에 필수적이며 밸리아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오클라호마시티 본사가 왜 계속 중요한 집결지가 되는지, 그리고 번영하는 도시에서 상업의 중심으로 남게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회사의 성공은 협업 정신과 직원 모두의 기여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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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밸리아 에너지를 분산우선 모델distributed-first model로 전환해서
직원들의 완전 자유근무제를 영구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왜일까? 이는 직장의 의미는 출근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며 숀을 비롯한 대부분의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이미 분산근무제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성장에 맞춰 이들은 복수의 방, 복수의 층, 그리고 복수의 시간대와 국가, 문화로 근무지를 넓혀가고 있다. 밸리아 에너지는 이미 직원들이 다양한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하고 있으므로 그 같은 분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생각만큼 큰 변화가 아니다.

숀이 망설이는 이유를 이해한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2월 분산우선 모델로 전환했다. 하지만 회사 공동설립자인 대니얼 에크Daniel Ek가 몇 해 전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불안했고 자주 멈칫거렸다. 물론 내 마음을 바꾸게 만든 계기는 팬데믹이었다. 다른 기술기업들처럼 우리도 전 직원 원격근무로 전환했는데, 직원들은 새로 얻은 유연성과 자율성이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경영진에 말했다. 이런 자유를 직원들에게서 빼앗고 싶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직원 대다수가 어디서 언제 근무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우리는 직원들에게 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무실 조합office mix’과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주된 업무 장소로 삼지 않는 ‘재택 조합home mix’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할 뿐이다.

숀의 결정이 조금 더 힘든 지점은 밸리아에는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없는 직군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회사가 본사 근무자들만큼 현장 근무자들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 이들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명하게 모든 결정의 근거를 공유하는 것이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다.

유연근로제는 비교적 새로운 제도로 아직 심도 있게 연구된 바가 없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침이 인재들, 특히 젊은 직원과 전에는 영입이 쉽지 않았을 다양한 배경의 인력들의 마음을 끄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증거들을 확인하고 있다. 생산성이나 몰입도, 재직률은 전혀 하락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대퇴사Great Resignation 기간에도 자발적 퇴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숀이 인력 개편을 원한다면 원격근무 허용이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근무방식의 전환을 앞두고 나는 숀과 조앤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험이 적은 팀원들이 중요한 지식 전수 기회를 놓치고, 혁신이 저해되고, 업무 특성상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산우선 정책은 뛰어난 자기조직화 특성이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 직원 대다수는 동일 장소 근무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재택 우선 근무보다는 사무실 우선 근무를 선택했다. 직원들은 그저 항상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핫데스킹(유연업무공간을 예약하는 것)을 하지 않았지만 자리를 고정적으로 배정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우리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구역’을 지정해서 직원들이 협력이 필요한 동료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지 대략 알 수 있게 했다.

우리의 전환이 성공적이었다고 믿지만 직원들로부터도 계속 피드백을 받고 있고 스톡홀름대 교수들과 협력을 통해 장기적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숀도 밸리아에서 비슷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는데 현장 근로자들이 느끼는 정서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다.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로 무언가 다른 선택을 할 흔치 않은 기회가 열렸다. 숀은 계속 사무실에 출근하는 듯한데 새로운 직장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지식노동자들이 늘어난 자유에 익숙해진 만큼 결코 과거의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숀과 그의 팀이 이 같은 사실을 더 빨리 받아들일수록 좋다.



번역 정유선 에디팅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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