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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팀의 자기 파괴적인 습성을 개선하려면

매거진
2023.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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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ING TEAMS

팀의 자기 파괴적인 습성을 개선하려면
역기능적 집단 행동의 발견 및 대처법



내용 요약

문제점



문제의 양상


극복 방법

각 구성원이 집단의 상호 작용을 인식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간단한 그림인 소시오그램은 팀의 역기능적인 행동 양상을 표면화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CEO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고집스러운 태도 때문에 도시의 증가하는 교통 수요를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충족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는 노력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조셀린의 부하직원 및 동료, 상사,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깜짝 놀랐다. 조셀린을 내성적이고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보는 동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전문성 있고 힘이 돼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부하직원들도 있었다. 조셀린이 부임하기 이전부터 해당 팀이 일관성 있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인터뷰 결과 우리는 긴장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을 알 수 있었다. 팀은 도시 교통 연결 부족 지역의 인프라 확충과 보다 친환경적인 시스템 구축이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자금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특정 인물을 코칭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은 팀 전체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전략적 도전과제에 압도된 나머지 내분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무의식적으로 불안감과 자기성찰을 회피하기 위해 신임 리더인 조셀린을 편리한 희생양으로 삼아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필자들은 팀 코칭을 진행할 때마다 표면 아래에서 작동하는 이런 역학관계를 심심찮게 접한다. 팀은 압박 상황에서 불건전한 대처 메커니즘으로 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간진화심리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집단은 무리처럼 행동하며 본능적으로 구성원의 집단적 불안을 완화할 방법을 찾는다.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원치 않는 역할을 한 명 이상의 구성원에게 부여할 수도 있고,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다른 왜곡된 행동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런 자기 파괴적인 역학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극복하는 방법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선 그 배후에 있는 심리학적 배경을 먼저 탐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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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무리 행동


모든 무리의 가장 깊은 관심사는 스스로의 생존이며 팀도 예외는 아니다.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생존과 관련된 염려를 가라앉히는 일이 다른 모든 일들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 집단적 불안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집행위원회가 조셀린에게 했던 것처럼 문제의 원인을 특정 인물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녀의 팀원들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가 지금의 마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떠넘기는 이런 모습은 아동정신분석가인 멜라니 클라인 Melanie Klein이 관찰했던 분리 splitting와 투사 projection가 집단 차원에서 일어나는 과정이다. 분리와 투사란 스스로에 대해 싫어하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측면을 부인하고 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 중 한 쪽이 우유부단한 경우 다른 쪽이 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예를 생각해 보면 된다.

필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표면 아래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는 집행자 enforcer, 관리인caretaker, 광대, 몽상가, 반대자, 추종자, 방관자 등이 있다. 가족 상호작용과 같은 인생의 초기 경험 때문에 특정한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팀에서는 연령, 성별, 민족 등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나 인지된 성격에 따라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역할이 배정되고 해당 구성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면 팀은 안도감을 느낀다. 이는 단기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를 역기능적인 역할에 계속 가두면 장기적으로 집단의 역학을 방해하고, 집단의 불안을 흡수하거나 처리하도록 선택된 사람은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필자들이 함께 작업했던 한 집단에 이런 역학관계를 설명했더니 한 참가자는 구성원들이 자신을 정해진 기한 내 다수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강도 높은 프로젝트의 집행자로 만들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어떤 팀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제가 능숙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임을 회피하더라고요. 저는 집단의 품질 관리자가 돼 있었고 업무 진행 상황을 쫓는 것만으로도 지쳐갔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희생양이 돼 버렸다고 했다. 이런 통찰을 듣게 된 다른 구성원들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고 역학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4가지 병적 양상

팀에서 토론을 할 때는 이따금 집단의 중심 과제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보통은 일시적인 이탈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팀이 실제로 필요한 작업을 하지 않고 회피 상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때 시작된다. 이 상태에 푹 빠지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Wilfred Bion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후 영국으로 돌아와 전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군인들을 상대로 심리치료를 진행하면서 집단의 극단적 회피 및 부정 양상을 처음 발견했다. 비온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이런 대처 메커니즘은 불안을 줄여 주기는 하지만 실제 필요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한다. 즉 팀의 자연적인 방어기제가 오히려 임무를 방해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필자들이 최고위 팀들과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진단 작업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집단이 보이는 양상에 대한 비온의 발견을 증명해 준다. 다음은 가장 일반적으로 보이는 네 가지 양상이다.

유일한 구세주 팀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거나 자신을 보호해 줄 대상이나 방향성을 찾고 있을 때 구세주에게 자율성을 넘겨주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의 의존 관계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강한 의존성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과 개인의 가치 일치alignment와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구세주 역할을 캐스팅하면서 자신의 주도권은 포기해 버린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은 팀 전체에 위험하다. 한 사람만 전력을 다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세주의 실패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그는 집단의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과장된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필자들은 다른 코칭 개입 사례에서도 이런 역학을 발견했다. 30대 중반의 네덜란드 보건의료 기업의 임원 시몬(가명)은 필자들에게 탈진을 호소했다. 그녀는 예기치 않게 어머니가 40년 전에 설립한 약국체인 기업의 책임자 자리를 맡게 됐다. 무의식적 팀 역학과 관련된 개념들을 설명해 주자 시몬은 특히 투사 개념에 충격을 받았다. 집단이 본능적으로 원치 않는 역할을 한 명 이상의 구성원에게 강요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니 자신이 팀 내에서 경험하고 있는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몬의 어머니는 직원들을 위로하고 보호하면서도 마이크로매니징하는 등 다양한 모습이 혼재된 CEO였다. 시몬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권한위임형 리더였다. 그러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팀은 자신에게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의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자신이 팀의 우려 사항과 결정, 갈등을 처리하는 과정에 세밀하게 관여하면서 실제로 어머니처럼 행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구성원들은 리더십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촉발된 집단적 불안을 줄일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주도권과 권위, 목소리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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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맡겨진 역할을 스스로 수용한 자신을 포함해서 팀 내 역학관계를 깨닫게 된 시몬은 팀과 일련의 대화를 요청했다. “저는 저희 어머니가 아닙니다.” 시몬이 강조해서 말했다. “저는 간섭하지 않는 스타일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분의 어미 닭이 돼 드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협력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시몬은 후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할에 대한 통찰이 없었다면 저는 100% 번아웃 상태에 빠졌을 거예요. 나와 맞지 않는 역할을 한다는 건 너무 지치는 일이니까요.”

이제 빌 마이클 Bill Michael의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3월 KPMG 영국의 수석 파트너 겸 회장으로 선출된 마이클에게 사람들은 소위 조직의 ‘알파alpha’ 문화1를 변화시키며 저조한 성과를 역전시켜 줄 것을 기대했다. 81%가 남성인 파트너들은 다가오는 다양성 위기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빌은 전시 지도자로 선발된 겁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듯 상황 반전을 위한 큰 전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 파트너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포용적 문화를 주도하고 더 큰 다양성을 옹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입니다.” 마이클이 어카운턴시 에이지Accountancy Age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고 널리 여행을 다니며 모든 직급과 지역, 분야를 아우르는 전사 회의에 참여했다. 또한 회사의 다양성 및 포용성 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2019년에는 이사회 차원의 양성평등을 달성했다. 같은 해 경영진은 심리적 안전과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교육을 도입했지만 독립적인 검토 결과 이런 조치가 기대한 만큼의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조치들을 도입할 무렵 99건의 윤리적 위반 및 위법 행위에 대한 내부 고발이 발생했으며 이 중 3건은 최고경영진이 연루돼 있었다.

2021년 초에는 마이클이 가상 Q&A 세션에서 무의식적 편견을 “완전 헛소리”라고 말하는 비디오가 유출됐다. “무의식적 편견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전 안 믿어요. 무의식적 편견 교육을 아무리 시행해도 개선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동기 부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이런 경고도 덧붙였다.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이클은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함을 즉각 인지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관심의 역할에 관해 발언하는 부분을 편집해버린 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계속되는 대중의 항의 속에서 마이클은 결국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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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다양성 옹호자인 마이클이 어쩌다 그런 반동적인 발언을 하게 됐을까? 일단은 순간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가면 뒤에 숨겨 놓았던 본 모습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포용적인 문화로 전환하면 실적이 저하될 것이라는 많은 회사 구성원들의 깊은 불안을 마이클은 수개월 동안 감내해왔다. 그에게는 생산성을 높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대표성이 높은 문화를 형성해야 할 사명이 있었다. 그러려면 회사 내 높은 실적을 달성해 온 기존 레인메이커2들에 비해 경험이 적을 수도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을 영입해야 했다. 필자들의 견해로는 마이클이 본질적으로 문제를 혼자 떠안고 고민하다 자신의 내부에서 충돌하는 변화와 저항의 힘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마이클의 주체 의식은 점점 심해지는 압박에 잠식 당했다. 결국 파트너들의 억압된 우려를 자신의 입으로 불쑥 내뱉으며 집단적 차원에서 은연 중에 속마음을 드러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유일한 구세주 양상을 보이는 팀이 갖고 있는 감정적 분위기의 특징은 무력감과 불안이다. 구성원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구세주의 반응을 기다린다. 이런 문제가 있음을 역력히 보여주는 증거는 허브앤드스포크3 식 의사소통이다. 즉 모든 소통이 리더를 통해 이뤄지고 다른 구성원들은 서로 피상적인 상호작용만 한다.

그대로 놔두면 구세주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권리의식으로 기세등등해지며 그러다 보면 결국 도를 넘어 축출당할 수도 있다. 자기 파괴 행위로 보이는 것이 실은 ‘유일한 구세주’라는 설정의 산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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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두 사람이 구세주로 캐스팅될 때도 유사한 형태의 의존성이 발생한다. 여기에 도사린 가장 큰 위험은 이 두 사람이 자신의 힘에 도취된 채 점점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필자들이 연구했던 한 기술 스타트업도 이런 경우에 속했다. 이 회사는 한 산업공학 졸업생이 설립했는데, 그는 디지털 물류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후 다른 최신 졸업생 4명의 지원을 받아 이를 지역 창업기획프로그램으로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초반에는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팀은 솔루션을 기성 기업들에 판매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는 CEO가 된 그 설립자는 경험이 풍부한 한 사업 개발 임원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그녀는 약간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이전 고용주에게 솔루션을 파일럿 프로젝트로 판매할 수 있었다. 당시 성공에 힘입어 팀은 두 사람이 다른 대형 고객사들과도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물류 업체에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멤버들도 있었지만 그런 우려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CEO와 COO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주도하는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점점 더 수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들은 상호의존과 고립 속에서 자신들만의 작은 반향실echo chamber을 만들어냈다.

고객사를 차례차례 확보한다는 그들의 전략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둘은 정신병에 가까운 자신들만의 어리석음에 갇혀 같은 전략을 고집했다. “그들은 우리처럼 작은 스타트업이 업계의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상상했죠.” 한 팀원의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동안 업계의 물류 전문가들은 비슷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스타트업으로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새로운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는 이미 실행 자금이 부족해진 상황이었다. 한때 유망했던 이 회사는 결국 창업 4년 만에 곤두박질쳤다.

전투 모드 불안한 팀은 의존성의 반대 극단을 추구하기도 한다. 즉 자율성과 단결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개인들은 팀 내부로만 파고 들어가며 편안한 문제만 논의하고자 한다. 팀의 튼튼한 경계 안으로 도피하는 셈이다. 팀은 본사나 파트너 조직, 경쟁 업체와 같이 실재하는 혹은 실재한다고 여겨지는 공공의 적에 집착할 수도 있다. 난관을 헤쳐 나가는 대신 내부 문제를 그 공공의 적의 탓으로 돌리고 그에 따라 힘을 동원한다.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한다. 잘못된 대상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셈이다.

필자들은 한 유럽 투자은행의 집행위원회에서 이런 역학관계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해당 은행의 CEO는 최고위팀이 신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필자들에게 신뢰 구축 프로그램을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프로그램에 불참해 버렸다는 점이 의미심장했다.

팀의 업무 방식을 조사한다는 계획에 12명의 위원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처음에는 이런 불안감이 서로에 대한 적대감으로 나타났다. 상호작용은 긴장되고 거칠었다. 위원들은 극도의 경쟁심을 보이며 서로를 비하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행동이 잦아들고 서로 뭉쳤다. 그러고는 프로그램 운영자들에게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스스로의 불안을 해결하는 대신 공세를 취하며 학습 목표 및 과정에 저항하는 식으로 필자들을 공격했다.

일례로 야외 신뢰 증진 훈련 중 12명을 6명씩 두 팀으로 나누고 눈을 가린 채 둘둘 감긴 긴 밧줄을 주며 밧줄로 정삼각형을 만들어 보라고 요청했다. 눈가리개 사이로 엿보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껏 훈련 중 이런 부정 행위를 하는 팀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팀원들에게는 배우는 것보다 운영자를 이기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런 행동으로 피상적인 유대감을 느꼈을지는 모르나 실제 업무는 와해돼 버리고 말았다.

도주 모드 flight mode 도주 모드에 있는 팀 역시 자율성과 단결에 대단히 큰 기대를 갖고 있지만 공공의 적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회피한다. 이런 팀의 특징으로는 체념과 두려움, 위축이 있다. 구성원들이 조직 또는 생태계 변화의 징후에 몰두하는 동안 중요한 업무는 연기되거나 무시된다.

우리는 글로벌 정보 제공업체의 호주 자회사를 연구하면서 이런 역학관계를 직면했다. 최고위 팀은 2~3년마다 새로운 국가 총괄관리자 country manager가 발령나는 데 점점 익숙해졌다. 미국에 있는 본사는 그 자리를 신진 인재가 성장을 위해 거쳐가는 과제쯤으로 여겼다.

“또 시작이군.” 새로운 팀원이 된 드니스(가명)는 차기 총괄관리자를 향한 지배적인 시선이 냉소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스포츠 경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뭐, ‘이번 총괄관리자가 있을 동안 살아남기만 하면 돼.’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갈 테니까.’ 거의 이런 식이었죠.” 그녀가 필자들에게 한 말이다. 팀은 본사, 그리고 더 나아가 신임 총괄관리자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자회사의 부진한 실적을 그들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문제 개선을 위해 앞장서려 하지 않았다. 드니스는 이렇게 회상한다. “매우 회피적인 문화였어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마지못해 하는 척했던 거죠.”

이 같은 역기능적인 역학관계를 깨기 위해 지역 본사는 관습과의 결별을 요청했고 현지 임원을 국가 총괄관리자로 임명해도 된다는 승낙을 받았다. 드니스가 지명됐고 해당 팀을 개선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도주 모드에 있는 팀이 공공의 적을 잃어버리면 스스로가 가진 불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호주 법인 팀은 더 이상 팀의 어려움을 본사의 간섭이나 우둔한 차기 관리자의 탓으로 돌릴 수 없었다. 드니스는 팀이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왔고 새로운 구성원도 영입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팀의 회피 성향은 점점 줄어들었고 실적 개선을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팀원들이 위의 네 가지 패턴 중 하나에 빠지게 되면 핵심 기능과 개인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중요해 보이지만 모호한 임무에 몰두하고 주변적인 문제를 마치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논의하고 반발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집단이 역량을 온전히 되찾기 위해서는 불안의 근원이 팀 외부가 아닌 팀 내부에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방대한 도전 과제

리더가 이런 병적인 양상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보통 3가지이다. 첫째, 이런 양상을 피하기 어렵다. 불안을 늘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팀이라면 한 번씩 앞서 설명한 대처 메커니즘에 굴복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둘째, 발견이 어렵다. 팀의 일원이면서 관찰자의 시선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다. 교통당국이 ‘문제 있는’ 신임 HR 책임자를 탓했던 사례처럼 보통은 잘못된 일에 대한 손쉬운 변명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셋째, 개선이 어렵다. 코칭, 팀 빌딩, 경험 활동 또는 훈련 개입을 통해 단순히 증상만 다룰 경우에는 태도와 성과가 일시적으로 향상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KPMG의 사례처럼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 상황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기 원한다면 팀은 새로운 과정들과 사고와 행동 방식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개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처지에 놓인 팀은 근본적인 불안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팀이 회피하고 있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역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 전문가의 도움을 바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팀들도 있다. 다음에서는 팀이 자체적으로 역학관계의 악화를 진단하고 반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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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모니터링 팀


우리는 팀의 역기능적인 행동 패턴을 발견하고 팀의 발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집단 내 관계 및 상호작용을 도식으로 나타낸 소시오그램sociogram을 사용한다. 소시오그램을 관계 구조를 나타내는 도구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1930년대 정신과 의사 제이콥 모레노Jacob Moreno 였다.

현대사회 네트워크 분석의 원형인 소시오그램은 다음과 같이 만든다. 먼저 집단의 각 구성원은 특정한 기본 지침에 따라 팀 구성원 및 그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간단한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각 구성원은 동그라미 모양의 버블bubble과 머리글자로만 표시한다. 해당 구성원의 집단 내 영향력 비중에 따라 동그라미의 크기는 달라진다. 다이어그램에는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버블과 버블 사이의 거리는 구성원 간 집단 형성 및 친밀도를 나타낸다. 이들을 연결하는 선의 굵기는 상호작용의 강도를 나타내고 화살표는 영향력 또는 소통의 방향을 나타낸다. 소시오그램은 즉흥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1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 그릴 때는 너무 오래 생각하면 안 된다.

구성원들은 완성된 소시오그램을 하나씩 차례로 살펴보며 토론한다. 그동안 해당 그림을 그린 사람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다. 그렇게 하면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연상 및 솔직한 탐구가 가능해지고 그림 작성자의 방어적인 태도나 자기 정당화도 방지할 수 있다.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팀 내 편 가르기나 하위 집단 형성, 불균형적인 영향력을 갖거나 고립된 구성원의 모습이 드러난 다양한 소시오그램에 대한 관점을 서로 공유한다. 구성원 간의 의존성, 발언권을 갖고 있는 사람, 리더에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 각 사람이 맡은 역할, 연합과 경쟁 등에 중점을 두고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필자들은 앞서 설명했던 유럽 교통당국의 최고위 팀에 이 방법을 적용했다. 팀원들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몇 가지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시오그램은 팀 내 두 파벌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우선시하는 세 사람, 시스템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는 두 사람, 그리고 두 하위 집단 중 한 쪽과만 약하게 연결돼 있는 고립된 구성원이 있었다. 각 파벌의 우두머리들이 토론을 주도했지만 추진 방법에 대해 지속적인 충돌이 발생했고 이들 간의 경쟁은 추종자들에게까지 확대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팀은 자신의 비효율성을 신임 HR 책임자인 조셀린의 탓으로 돌렸고 조셀린은 팀의 무능력 및 참여 부족의 희생양이 됐다. 그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수록 조셀린은 더 위축됐고 그녀를 비난하는 집단의 성향은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이런 역기능적 역학관계를 드러내 준 소시오그램 활동 덕분에 팀은 조셀린의 장점을 이해했다. 힘을 합쳐 팀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기여도도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또한 재능 있는 6명이 어떻게 해서든 서로의 역량을 무력화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과 팀 내 파벌 관계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는 지저분한 스케치들을 보며 마음이 가벼워진 사람들은 안전감을 느끼고 토론에 임할 수 있었다. 팀은 판단의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나눴다.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덧붙였다. 이런 과정 덕분에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성원 간 화살표 방향 덕분에 어쩔 수 없이 특정 역할을 담당해왔던 팀원들에 대한 주의도 환기됐다. 예컨대 지배적인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팀에 가장 덜 관여하고 있는 두 구성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억압된 긴장과 두려움이 표면으로 드러난 이후 팀은 파괴적인 행동의 악순환을 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팀이 기능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힘을 이해한다면 그런 힘에 사로잡히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역기능적인 양상을 발견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파괴에서 벗어나 생산성과 성공을 높이는 선택해 나갈 수 있다.


N. 아난드(N. Anand)는 IMD 글로벌 리더십 Shell 교수이자 연구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장루이 바르수(Jean-Louis Barsoux)는 IMD의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며 (PublicAffairs, 2021)의 공동 저자다.

번역 류아람 에디팅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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