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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직

심리적 타기팅은 무엇을 할 수 있나

매거진
2023.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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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심리적 타기팅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그리고 어떻게 윤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내용 요약

기회

심리적 타기팅은 개인의 타고난 성향에 맞춘 개입을 통해 행동에 영향을 주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종이다. 이 방법은 소비자 심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는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다.

리스크

심리적 타기팅은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지원하고 매출 증진을 가져 오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이 조종당했다고 느끼거나 본인의 동의 없이 수집된 데이터 활용에 반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러 위험도 동반한다.

올바른 활용

선도적인 마케터라면 윤리원칙을 가장 우선시하고 중심에 둘 것이다. 기존의 단편적인 접근만으로 불충분 할 때만 제한적으로 심리적 타기팅을 활용할 것이다. 심리적 타기팅을 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타깃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심리적 타기팅이란


개인의 타고난 성향에 맞춘 개입을 통해 행동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개념이 2018년 세계 무대에 전면 등장한 것은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국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사용자 수백만 명의 심리적 프로필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개인의 심리적 취약점을 공격하고 공포를 퍼뜨리는 정치 광고를 쏟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때부터 심리적 타기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둘러싸고 수없이 많은 추측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이를 차세대 심리전의 최전선이라 말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마케팅의 일종이라 일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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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심리적 타기팅을 연구하고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이슈를 밝혀낸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지난 10여 년간 머신러닝으로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검색 내역, 지출 기록, 탐색 이력, 블로그 게시물, GPS 데이터를 비롯한 스마트폰 데이터 등 디지털 흔적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의 이면을 가까이에서 예측할 방법을 분석했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로 어떻게 사람들의 의견을 움직이고 행동을 바꿀 수 있는지 연구했고, 나아가 심리적 타기팅을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결국 데이터 수집 및 대중 설득 전술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운영을 접었다. 하지만 서비스로서 심리적 타기팅은 건재할 뿐만 아니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심리적 타기팅을 도입하려는 대기업,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스타트업들의 자문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심리적 타기팅을 원하는 구체적인 배경은 다 다르지만 이들의 최종 목표는 대부분 비슷하다. 사람들의 심리적 동기와 필요를 제대로 파악해 비즈니스와 이해관계자를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필자는 이 아티클에서 심리적 타기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하고, 기본적인 윤리 원칙을 지키면서도 기업과 고객이 심리적 타기팅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방법을 제안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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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타기팅이 정확히 무엇인가?

우선 해묵은 오해부터 풀고 싶다. 심리적 타기팅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썼던 것처럼 일종의 세뇌 도구가 아니다. 설령 누군가의 심리적 프로필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한 사람을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로 만들거나 애플 제품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안드로이드 제품의 팬으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심리적 타기팅이 사람들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필자를 비롯한 이 분야의 많은 연구는 모두 한 가지 방향, 심리적 타기팅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심리적 타기팅을 활용하면 사람들의 의견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고, 존재하지 않던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과 훨씬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심리적 타기팅은 1970년대 후반에 유행했지만 그다지 성공하지는 못했던 사이코그래픽 타기팅psychographic targeting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적인 사이코그래픽 타기팅은 마케팅 전문가의 직관에 근거한 방법으로 소비자의 의견, 태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하고 유형별 페르소나를 정의한다. 반면 심리적 타기팅은 타당성이 검증된 심리학적 구성 개념에 근거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의 근본적인 차이를 포착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류 방법은 OCEAN이라고도 알려진 Big5 성격 분석 모델이다. 이 모델은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o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을 측정한다. 물론 개인의 가치관이나 동기 지향성, 도덕적 기반 등 고려해보면 좋을 다른 중요한 차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Big5 모델이 연구와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Big5는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필자와 동료들이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다. 우리는 2016년 영국의 한 대형 은행과 협력해 고객들의 지출 습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고객들이 직접 작성한 성격 프로필과 함께 지난 6개월간의 모든 거래 정보를 받아 분석했다. 예상대로 개인의 성격에 따라 지출 습관이 나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사람은 식당이나 술집에서 지출이 많았던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책과 가전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주로 저축하거나 아이들의 옷을 사는 데 돈을 썼고, 반대 성향의 사람은 테이크아웃 음식과 휴대전화에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이 자신의 성향에 부합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격 유형 구분은 각 사람이 가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호불호를 예상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세부 정보나 숫자로 이뤄진 내용을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에 좀 더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개방적인 사람에게는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이나 화려한 언어가 잘 통할 수 있고, 더 보수적인 사람에게는 기본에 충실한 정중한 언어와 전형적인 그래픽이 더 영향력 있을 수 있다.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비자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심리적 타기팅의 대규모 적용도 가능해졌다. 콘텐츠 기업 도모Domo에 따르면 1분마다 아마존에서는 고객들이 28만3000달러를 소비하고 페이스북에서는 4400만 뷰가 발생하며 유튜브에서는 69만4000시간의 비디오 스트리밍이 일어난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6만5000장의 사진을 공유하며 벤모Venmo에서는 30만4000달러의 거래가 이뤄진다. 많은 기업이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행동과 선호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게 됐지만(예를 들어 “X를 구매한 사람이 Y도 구입했다”) 소비자의 진정한 필요와 동기를 이해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X를 구매한 사람이 왜 Y를 구매하는지, Z를 구매하는 진짜 동기는 무엇인지 등은 알지 못한다.

행동 데이터를 개별 고객의 성격 프로필로 변환하는 심리적 타기팅은 이런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는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까? 필자의 첫 번째 기업 파트너 중 하나인 힐튼 호텔&리조트는 심리적 타기팅을 활용해 더 풍부하고 개인화된 고객 여정을 만들길 원했다. 유료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필자의 연구팀은 예측 알고리즘과 사용자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연결해 맞춤형 휴가 추천이 포함된 개인 성향 기반의 여행자 프로필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만약 알고리즘이 고객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그는 ‘솔리스트’라는 프로필과 함께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지를 추천받았다. 또한 알고리즘이 어떤 사용자를 신경질적인 사람이라 평가하면 그는 아무런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올인클루시브’ 여행 패키지를 제안 받았다. 이 캠페인은 3개월 만에 6만 고객을 확보하며 큰 성공을 거뒀고 힐튼은 영국 왕립마케팅협회Chartered Institute of Marketing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여행 마케팅 캠페인 상을 받았다. 클릭률과 소셜 참여도 상승으로 회사의 투자 수익과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 우리는 한 뷰티 소매업체와 함께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을 최적화하고 온라인 스토어 구매를 끌어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페이스북은 마케터가 사용자의 성격을 직접 타기팅하도록 허용하지 않기에 관심 기반 타기팅 옵션이라는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만약 만화를 좋아하는 것이 내향성과 관련이 있다면 내향적인 사람(과 일부 오해받는 외향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만화를 팔로하는 사람을 타기팅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여성의 심리적 필요와 동기에 맞춰 메시지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한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찾는 자극, 재미, 관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다른 쪽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찾는 조용하면서도 품격 있는 ‘나만의 시간’에 대한 열망에 호소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외향적인 사람을 향한 광고는 아주 컬러풀한 톤으로 꾸며졌으며 댄스 무대 한복판처럼 사교적인 환경에 놓인 여성을 보여주면서 “누구도 보지 않는 것처럼 춤추세요. 그러나 모두가 보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노출되길 원하는 그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한편 내향적인 사람을 위한 광고는 좀 더 은근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평온한 배경에서 홀로 여유롭게 페이셜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여성을 보여주며 “아름다움은 소리칠 필요가 없어요” 같은 카피로 그들의 절제된 내면을 반영했다. 이처럼 사용자 성향에 딱 맞춘 광고는 구매 전환과 매출 발생에 무려 50%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올바르게 활용할 것인가


필자와 우리 연구팀은 수년간 심리적 타기팅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고 많은 배움을 얻었다. 이에 심리적 타기팅 도입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전하고 싶다.



심리적 타기팅이 정말로 필요한지 자문해봐라
사실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향후 구매 선택을 간단히 예측하고자 하는 경우 고객의 심리적 프로필까지 알 필요는 없다. 실제로 심리적 프로필을 포함할 때 오히려 예측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어떤 성격 유형 모델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상 흔적을 성격 유형 분석으로 전환할 때, 그리고 분석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구매 의도를 예측할 때 오류가 생길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과거의 행동으로 미래의 선호를 예측하는 간단한 방식(X를 구매한 사람은 Y를 구매할 것)을 취한다면 한 단계만 유의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게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상황이 있다. 첫 번째는 신규 고객에게 판매할 때다. 이때는 고객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으므로 미래의 구매 선택을 예측하는 데 과거 행동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콜드 스타트’1 문제라고 부른다. 심리적 성향의 장점은 그 성향을 진단한 맥락과 무관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의 외향성을 판단하기 위해 기업이 SNS 게시물을 봤든 신용카드 지출 내역을 봤든 GPS와 스마트폰 사용 기록을 분석했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부 측정 오류를 제외한다면 구매 선호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될 고객의 성향 진단 결과는 어느 경우에나 비슷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은 신규 고객들에게 페이스북 로그인을 요청한 뒤 ‘좋아요’와 상태 정보를 통해 누가 외향적인지 판단해 외향적인 사람이 관심 가질 만한 제품을 추천해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더 많은 구매 데이터가 누적되면 성향 정보 활용의 비중을 차츰 줄이고 행동 정보만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방법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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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개인화된 마케팅 자료를 디자인할 때다. 마케팅은 결국 제품 자체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제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커뮤니케이션하는 활동이다. 특정 고객군이 특정 제품에 유난히 관심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마케터가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면 보다 적합한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당신이 꽃을 팔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꽃을 사려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한 깜짝 선물로 꽃다발을 준비하는 것인지(친화성) 집안 분위기를 더 차분하고 평온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내향성이나 신경성) 혹은 사무 공간을 좀 더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것인지(개방성)를 알면 적절한 메시지를 맞춤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어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소비자 데이터를 얻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 딱 맞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현장에서 사람이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려면 고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숙련된 직원들에게 온갖 재량권을 줄 필요가 있다. 가령 고객이 어느 로컬 베이커리를 극찬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된 호텔 컨시어지는 해당 베이커리의 선물 상자를 고객의 객실로 배달해주는 깜짝 이벤트를 해줄 수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의 심리적 성향을 추측하고 이를 상호작용에 반영하는 데 제법 능숙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모두 개인화가 아주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이 둘은 종종 단절돼 있다. 백화점을 예로 살펴보자.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인화된 프로모션을 내보낸다. 또 고객이 일단 매장을 방문하면 매장 직원이 응대를 위해 고객의 성향과 기분을 읽고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두 접점이 서로 이어지지 못한다. 매장 직원과 이메일 마케터가 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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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타기팅은 이렇게 단절된 두 영역을 연결할 수 있다. 고객 정보를 알고리즘과 사람에게 각각 이해 가능한 형태로 전달해 모든 채널에서 일관되게 고객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나 매장 직원을 만날 때나 고객이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백화점 알고리즘은 특정 고객의 외향성이나 신경성을 파악해 온라인으로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고 프로모션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동시에 이 정보를 와인 매장 직원에게 전달해 해당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개선할 수도 있다. 가령 “이 고객은 내향적인 분이니 잡담을 걸지 말아주세요”라던가 “신경질적인 분이니 너무 많은 옵션을 주지 말고 환불 정책에 대해 꼭 알려주세요”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언젠가는 기술이 소비자의 요구를 직접 해석하고 자동으로 적절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천 개의 광고 선택지와 매장 내 경험을 실험해보는 컴퓨터가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는 ‘인간의 직관’을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오픈AI 알고리즘인 GTP-3에게 요청한 광고 카피를 한번 살펴보자. 최근 필자는 GTP-3에게 외향적인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아이폰 광고 카피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언제든 친구들과 연결되게 해주고 즐거움을 주는 스마트폰을 찾으시나요? 아이폰 외에는 볼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폰에 내장된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수많은 게임, 스트리밍 옵션 덕분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을 거예요”.

고객이 새로움을 발견하도록 도와라 고객은 구매 결정을 할 때 대부분 익숙한 것을 활용할지 새로운 것을 탐색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그들이 이미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확실하지 않더라도 더 멋진 결과를 안겨줄 것 같은 새로운 선택을 탐색하는 것이 좋을까? 늘 하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할까, 아니면 새로운 헤어컷을 시도할까? 단골 루프톱 바를 방문할까, 아니면 숨겨진 새로운 스피크이지speakeasy 바를 찾아갈까? 유명한 해변 휴양지로 떠날까, 아니면 낯선 모험에 도전할까?

일반적인 개인화 마케팅은 이미 고객이 잘 알고 선호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탐색을 돕는 데 집중한다. 만약 당신이 소니 알파 DSLR 카메라를 온라인으로 검색했다면 알고리즘은 카메라는 물론이고 관련 보조장비와 액세서리까지 판매하려 할 것이다. 이 방식은 넘쳐나는 인터넷 콘텐츠 속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준다. 고객도 대체로 원하는 것을 편하게 보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탐색만 돕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가끔은 고객도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는 추천을 원하기도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심리적 타기팅이다. 소니 알파 DSLR 카메라 검색 정보를 직접적으로 타기팅하는 대신 이를 고객이 경험에 열려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 개방성을 타기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삼각대나 여분의 배터리 대신 아크릴 페인트나 철학 도서처럼 관련은 있지만 새로운 범주의 상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윤리적인 활용을 가장 우선시하고 중심에 둬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트로이 목마’ 방식2으로 수백만 명 페이스북 사용자의 프로필에 친구 계정으로 접근한 뒤 아무도 모르는 새 개인의 성향 정보를 수집했다. 이 기업의 파산은 사용자 동의 없이 심리적 타기팅 방법을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경종을 울린다. 데이터를 윤리적 기준에 맞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옳은 일이기 때문에도 아니고,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규제 환경이 수시로 달라지고 애플 등 주요 테크 기업이 제3자의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최근의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심리적 타기팅이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인 동시에 소비자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필자와 동료들은 기본적인 연구 윤리 원칙을 준수한다. 기업 실무자도 이 같은 원칙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인간 존중의 원칙: 소비자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예의를 갖출 것

→ 선의의 원칙: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르면서 소비자와 공동체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모두에게 미칠 위험은 최소화할 것

→ 공정의 원칙: 합리적이고 어느 편에도 부당하지 않은 절차를 따라 공평하게 진행할 것(예를 들어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혜택을 보장한다)

이 원칙들은 기업이 일상적인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보편적이다. 이제 이런 원칙들을 어떻게 실행 지침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힐튼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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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적극적으로 과정에 포함하자 힐튼은 모든 단계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고객들에게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정확히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쉬운 언어로 설명했다. 나아가 이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예측할 것인지도 알려주고 제3자에게 절대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 같은 투명성이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나아가 고객들이 기업과 상호작용하고 본인의 성향 정보를 직접 수정하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 왜 그래야 할까? 이는 고객의 신뢰를 얻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장기적인 충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만큼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 어떤 예측 모델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로필을 수집하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허용한다면 고객은 쉽게 오류를 수정할 수 있고 기업은 인사이트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이 같은 접근은 심리적 성향에 대한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대신 고객 참여 설문조사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한 대로 유추하기만 할 게 아니라 고객에게 직접 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나아가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 바람을 들어보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잠재 고객에게 던지기는 어렵겠지만 기존 고객에게 던지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화를 가치 제안의 핵심으로 만들자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요구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혜택과 인사이트로 보답해야 한다. 힐튼이 개발한 여행자 앱의 일차적인 목표는 고객 참여를 늘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앱은 실제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숙박을 제안하고 여행자의 선호에 대한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개인화를 위한 노력을 감춰서는 안 된다. 최대한 드러내 고객들이 이를 인정하고 고마워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은 고객의 개입을 막는 대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때 더 쉬워질 수 있다.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개인정보 보호를 기본으로 약속하고 데이터를 제공했을 때 고객이 얻을 혜택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꼭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하자 데이터는 마치 방사성 물질과 같다.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모아 꼭 필요한 동안만 보유해야 한다. 힐튼의 경우 처음부터 페이스북에서 추출한 미가공 데이터는 받지 않고 고객의 성격 프로필만 수집했다. 해당 데이터는 연구팀에서 개발한 앱으로 직접 관리했으며 필요성이 사라지는 순간 즉시 삭제했다. 최근에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 같은 다양한 신기술이 많이 등장하면서 굳이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는 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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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스스로의 직감을 돌아보자 힐튼 여행자 앱을 출시하기 전에 우리는 기존 고객을 다양한 포커스 그룹으로 나눠 반응을 확인했다. 꼭 이렇게 조직적으로 그룹을 운영하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는 있다. 주변 지인(자녀들이나 파트너 또는 가까운 친구 등)이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자문해봐야 한다.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거나 옳지 않은 것 같다면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니면 워런 버핏이 말한 신문 1면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만약 내일 지역신문 1면에 당신이 심리적 타기팅을 활용한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이를 가족, 친구, 이웃이 읽는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는 말자 필자와 연구팀은 심리적 타기팅이 단순히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용도 이상으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강력한 넛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저소득층의 장기적인 저축 습관을 돕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세이버라이프SaverLife와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때 우리는 개별 이용자의 가장 두드러진 OCEAN 성격 특성을 파악한 뒤 그 성격에 맞게 4주 동안 100달러 저축하기 미션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제작했다. 친화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세요!” 같은 메시지를, 친화성이 낮고 경쟁적인 사람에게는 “한푼이라도 절약하면 한발이라도 앞서갈 수 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전까지 세이버라이프가 사용하던 메시지 중 가장 성과가 좋았던 메시지의 목표 달성률이 7.4%였는데, 이렇게 성격에 맞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기존 성과보다 55% 증가한 목표 달성률 11.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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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수익 창출을 사회적 책임과 결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힐튼은 수집한 소비자 프로필을 활용해 물 사용을 줄이거나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환경을 개선하도록 유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비재 회사라면 심리적 타기팅을 활용해 포장재 분리수거를 독려해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가이드라인의 공통점은 법에 저촉되는지를 묻는 데서 끝나지 않고 스스로 윤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묻는다는 데 있다. 물론 언제나 높은 기준을 다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애초에 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욱 실행이 어려워진다.

10여 년 전 처음 심리적 타기팅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데이터를 직접 다루고 분석해야 했다. 웹상의 다양한 기록과 사용자가 보고한 성향 진단 수치가 조합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만든 예측 모델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면서 고객의 성격 프로필에 맞는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자체적으로 조사해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점점 더 많은 서비스가 나를 대신해 이 작업을 수행해준다. 대다수 기업에도 외부 공급업체와 제휴를 맺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때 현명하고 깐깐한 구매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 기존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심리적 타기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을 소외시키지 않는 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


샌드라 메츠(Sandra Matz)는 컬럼비아경영대의 David W. Zalaznick 부교수이자 계산사회과학자다.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전통적인 분석 방식을 결합하여 인간 행동과 선호도를 연구하고 있다.

번역 윤성원 에디팅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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