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미국 기업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다. 하지만 고위경영진은 여전히 백인 남성들의 몫인 게 현실이다. <포천>이 선정한 CEO 500명 가운데 여성은 23명, 흑인은 6명뿐이며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유가 도대체 뭘까? 사회학자들이 ‘커버링(cover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한 가지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주류와 다른 점을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장애를 지닌 사람이 지팡이를 짚지 않은 채 직장에 가고, 동성애자는 파트너를 지칭할 때 성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를 살펴보면 자기 검열이나 이미 뇌리에 틀어박힌 편견 탓도 있지만 경영자의 압력이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과 소수자는 이처럼 자신을 감추려는 행동으로 인해 잃는 게 많다. 직장에서 자신감이 줄어들고 참여도가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20개가 넘는 미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조사 목록에는 연령과 성별, 인종, 성적 취향, 근무 연차 등 여러 가지 기준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포함됐다. 산업별로 구분해 봐도 10개 부문에 걸친 광범위한 조사 대상 기업들은 한결같이 ‘포용성’을 표방했다. 하지만 이 조사에 응한 직원들 중 61%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감추도록 공공연하게, 또는 은연중에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여성은 출퇴근길에 어린이집으로 자녀를 데리러 가는 일이나 기타 가정과 관련된 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엄마 벌점(motherhood penalty)’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흑인 동료와 같이 있는 모습을 눈에 띄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한 응답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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