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나이키는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며 광고 캠페인에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을 등장시켰다. 이는 계산된 위험이었을 것이다. 캐퍼닉은 49ers의 쿼터백으로 활약하던 시절, 경기 시작 전 미국의 국가가 연주되던 도중 무릎을 꿇고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했다. 이로써 진보주의자들에게는 영웅,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나이키는 진보주의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보다 더 클 것이라 예상하며 도박을 걸었다. 광고로 인해 매출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반응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BAV 그룹에 따르면 2021년까지 나이키 제품을 사용한다고 답한 민주당원 수는 2% 증가에 그친 반면 공화당원 수는 24% 감소했다. 같은해 소비자들에게 나이키가 고객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지 물었을 때 긍정적인 응답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캠페인 이전보다 33% 더 높았지만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55% 더 낮았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특정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많은 고객을 적대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다든경영대학원의 부교수인 킴 휘틀러Kim Whitler와 마케팅 비즈니스 마스터클래스 학장인 토머스 바타Thomas Barta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수백명의 임원, C레벨 리더, 이사회 멤버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행동주의에 관해 인터뷰했다.
많은 학자들이 기업의 정치적 입장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해 왔지만 휘틀러와 바타는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휘틀러는 “결과는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위험은 단기적인 매출 감소보다 더 크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이 한쪽 편을 선택하면 반대편 고객의 브랜드 인식이 바뀌며 특정 고객이 소외되고 이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시장점유율 손실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휘틀러와 바타는 브랜드가 소비자 동의consumer agreement(해당 사회적 이슈가 얼마나 통합되거나 양극화돼 있는지)와 위치적 정렬positional alignment(기업의 사명과 가치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영진은 공개 성명을 발표하거나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수집할 수 있는 관련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점유율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추정해야 한다. 더 분열적인 이슈일수록, 기업의 이미지와 거리가 먼 입장일수록 그 위험은 더 커진다.
브랜드가 항상 부드러운 입장만을 내거나 행동주의 자체를 피하라고 권장하는 건 아니다. 그 대신 4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한다.
한 사람의 결정이 조직의 입장이 돼서는 안 된다 회사는 단지 CEO 개인의 신념을 반영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입장을 옹호해선 안 된다. 휘틀러와 바타는 CEO가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직감에 따라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반(反)유대주의 게시물을 지지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공개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 결과 그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주요 광고주가 사업을 철수하는 등 심각한 반발을 겪었다. CEO는 어떤 입장을 취하기 전에 먼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직원들과 논의해 이해관계자의 잠재적 반응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