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MBA 학생들은 졸업 후 어떤 길을 갈까? 남녀 졸업생들에게 각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전문직 여성을 분석한 연구자로서, 우리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주목받고 있는 여성 커리어, 직장과 가정 생활 간의 갈등, 고위직에서의 성별 격차gender gap 논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된 데는 2012년 <애틀랜틱>에 게재된 앤 마리 슬로터Anne-Marie Slaughter의 논문 ‘아직도 여성이 다 가질 수 없는 이유Why Women Still Can’t Have it All’와 셰릴 샌드버그의 저서 <린 인>이 결정적이었다. 이 두 건의 연구로 격렬한 공개토론의 불씨가 타올랐다.
이 주제와 관련해 수많은 의견과 저술이 나왔지만 개인 연구든 기관 연구든 양측 모두 업무 및 그 외 부문에서 발생하는 성별 격차에 집중했다. 이거 말고 더 할 말이 없을까?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이 MBA 과정에 여성 입학을 허용한 지 50주년을 맞아 우리 연구진은 이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HBS 졸업생들이 일과 가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들의 경험과 사고방식, 이들이 내려온 결정들이 현재 진행 중인 논란에 어떠한 실마리를 던져줄지 궁금했다.
우리가 분석렌즈를 HBS 졸업생들에게 맞춘 까닭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일류 경영대학원에 다녔다는것은 성취도, 재능, 공명심, 장래성 측면에서 수준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꽤 타당한 근거다. 또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남성과 여성을 살펴보는 방식을 통해 동등한 조건에서 성별 비교가 가능하다. 둘째, HBS 졸업생들은 리더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이들의 사고방식과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긴 하지만 이들이 내린 판단에 따라 이들이 이끄는 집단의 정책과 관행,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은 총 2만5000명이 넘는 HBS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글에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MBA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연구진의 주된 관심이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이므로 베이비붐 세대(49~67세), X세대(32~48세), Y세대라고 알려진 밀레니엄 세대(26~31세)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할 것이다. 이번 연구로 밝혀진 결과는 여성 커리어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항상 현실과 일치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하버드 MBA 출신들은 직장에서의 성취와 삶에 대한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는 역량은 성별에 따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Idea in Brief 연구 HBS 남녀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적 설문조사는 여성과 리더십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조사결과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처음의 목표는 조정된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는 확률은 남성이 더 높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여성이 드문데도 여성의 승진이 지체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여성이 가정을 직장보다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대다수 남성은 자신의 커리어가 배우자의 커리어보다 우위에 있길 기대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대다수 여성은 자신의 커리어와 배우자의 커리어가 평등하길 기대했지만 대개의 경우 그러한 기대는 좌절됐다. •직장과 가정의 양립,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았다. |
대다수의 여성 HBS 졸업생들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똑같은 것을 원할까?
HBS를 졸업한 여성과 남성은 모두 교육수준이 높고 진취적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커리어와 삶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경영대학원을 졸업할 당시 성공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렸는지, 현재는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답들은 유사했다. 졸업할 당시 성공의 정의에는 커리어 관련 요소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성과 여성 모두 직위, 직급, 업무성과 등을 거의 같은 비율로 언급했다.
현재 이들이 정의하는 성공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커리어 관련 요소에 대한 언급이 이전보다 줄었다. 단,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 시간이 지났어도 커리어 관련 요소를 거의 비슷한 빈도로 언급했다. 졸업한 지 몇 년밖에 경과하지 않았고 아직 직장생활 초년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와 달리 지금의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가정의 행복, 인간관계, 일과 삶의 균형, 지역 봉사활동 참여와 어려운 이웃 돕기 등을 훨씬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두 가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약 20년 전에 HBS를 졸업했으며 현재 40대인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스물다섯이었을 때는 성공은 곧 직장에서의 성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키우고, 주변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저에게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것이 성공이죠.” 이런 의견은 한 50대 남성 졸업생에게서도 똑같이 들을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그에게 성공이란 ‘높은 연봉을 받는 중대형 기업의 CEO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그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들에게 일과 삶에 관한 아홉 가지 항목에 대해 중요도를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더니 성별에 관계없이 거의 100%가 ‘대인관계 및 가족관계의 질’을 ‘매우’ 혹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커리어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또 한 번 의견 일치를 보았다. 직장생활의 핵심항목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의미 있고 만족감을 주는 일’과 ‘업무상 달성한 실적’을 똑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커리어의 성장과 발전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여성이 이 항목을 약간 더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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