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카르푸, 독일의 카우플란트 같은 전통적 대형 리테일 체인은 브랜드 애그리게이터brand aggregator라고 한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식료품, 의류, 가구처럼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돼 있는 리테일 체인도 있다. 휴고 보스, 다이슨처럼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일부 브랜드 제품 제조사는 판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자체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단일 브랜드 스토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 브랜드의 경우 리테일 애그리게이터가 여전히 주요 판매처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은 리테일 모델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구글 쇼핑에서 아디다스 운동화를 검색하면 딕스 스포팅 굿즈, 노드스트롬 랙, DSW 등 여러 온라인 판매처와 아디다스 자체 웹사이트가 나온다. 구글은 소비자가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광고수익을 얻지만 거래는 브랜드나 온라인 판매처에서 직접 이뤄져 제품을 소유, 보관, 배송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식의 낮은 비용, 높은 고객가치 모델은 전통적 리테일 업체에 비해 구글 등 플랫폼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브랜드 제품 제조사에 대한 위협은 훨씬 크다. 첫째, 최대 온라인 리테일 업체인 아마존을 비롯해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는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취급 범위가 넓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 여정을 플랫폼에서 시작하게 만들고,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 종류를 검색하게 된다. 플랫폼은 자체 브랜드를 최상단 중앙에 배치해 제품 브랜드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이들이 단순 공급업체 역할만 하게 만든다.
둘째, 플랫폼이 제품 페이지에서 제품이 보여지는 방식을 표준화하고 로고 배치나 제품의 강점을 강조하는 기능을 제한하기 때문에, 제품 브랜드는 브랜드 애그리케이터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가 어렵다. 페이지 디자인은 소비자가 가격이나 고객 리뷰 등 몇 가지 주요 기능에 대해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게끔 만든다. 게다가 제품 경쟁은 다른 브랜드뿐만 아니라 동일한 브랜드 내에서도 발생한다. 플랫폼에서 여러 판매처가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리테일 업체와 달리 제품 브랜드는 이런 디지털 위협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보쉬, 나이키, 마스 휘슬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 제조사는 디지털 플랫폼의 아이디어와 기능을 받아들여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피하는 대신 우리가 ‘브랜드 플래그십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는 이런 플랫폼을 사용해 핵심 가치를 크게 확장하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다. 플랫폼 구조를 이용해 제3자 업체와 소비자를 가치 창출 프로세스에 통합한다. 그러면 핵심 제품과 서비스를 둘러싼 더 넓은 카테고리 공간에서 다양한 보완 제품, 서비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의 니즈를 포괄적으로 충족하고 순수한 판매 채널이나 기존의 제품 중심적 관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