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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가 실패하는 3가지 이유

매거진
2023.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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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과 투자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일회성 매출이 아닌 반복 매출을 일으켜 현금흐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현금을 더 많이 손에 넣을 가능성이 클수록 주가가 올라간다. 2012~2019년 구독 경제 성장률은 300%가 넘는다.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 75%가 내년에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너도나도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시장 강자인 대기업들도 구독자 유지에 애를 먹을 정도다. 세계적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구독 비즈니스 중 20%만이 구독자 유지율을 높이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쩌다 구독 비즈니스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모델이 된 걸까? 잘나가고 있음에도 구독 기업은 왜 고객을 쥐어짜지 못해 안달인 걸까? 구독 비즈니스는 어떻게 해야 구독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일단 구독 비즈니스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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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반복 매출’이 전부가 아니다

구독 비즈니스를 ‘월별 반복 매출’이라는 특징 하나만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렌털, 리스, 멤버십 등이 모두 반복해 매출을 안겨주지만 이를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 다른가? 구독 모델은 소비자가 미래에 제공될 제품이나 서비스에 어느 정도 변동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미리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당장 어떤 게 떠오르는가? 보통 잡지 구독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타임이나 HBR 구독자들은 다음 호에 어떤 기사가 실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 구독료를 지불한다.

많은 기업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구독 기반이라고 주장하는데 잘 모르고들 하는 소리다. 아마존의 정기 구독인 서브스크라이브앤드세이브Subscribe&Save는 잘 만든 단어지만 택배 서비스지 구독 서비스는 아니다. 예상 못한 물건이 아닌 사전에 정한 물건을 정해진 날짜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파이낸싱, 리스, 렌털, 통화 정액요금제도, 차, 집, 턱시도 등 소비자에게 미리 정한 제품을 주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성공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경제적 가치는 구독을 습관으로 만드는 저력에 달렸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사용자에게 습관으로 깃든 제품들의 근본 특징을 연구해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를 ‘유인하는지hook’ 파악했다. 성공한 기업의 고객 경험 형성 방법을 4단계로 나눈 다음 ‘훅 모델Hooked model’이라고 명명했다.

•계기trigger: 소비자가 제품을 이용하는 계기

•행동action: 습관적 행동

•다양한 보상variable reward: 구독자의 니즈 충족

•투자investment: 구독자의 이용이 제품 가치 제고

‘훅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독 비즈니스 론칭과 운영 시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알 수 있다.

1 마음 편하게 이용하기에는 중간 단계가 너무 많다

“넷플릭스를 한참 뒤졌는데 볼만한 콘텐츠가 없네. 그냥 구독 해지할까”라고 고민한 적 있는가? 보는 시간보다 검색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너무 흔하다.

오늘날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콘텐츠의 홍수다. 이른바 ‘스크롤 압박’을 느낄 정도다. 넷플릭스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과거 DVD 배송 방식과는 너무나 다르다. 옛날에는 넷플릭스가 발송한 빨간 봉투를 열어 안에 담긴 DVD를 플레이어에 넣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뭔가를 고를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예전에 골라 놨던 영화를 보면 됐다. 넷플릭스는 사용 편의성을 제공해 기존의 콘텐츠 소비 습관을 완전히 바꾸면서 당시 시장을 선도하던 콘텐츠 대여점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제쳤다.

다른 회사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용할 때 필요한 ‘습관적 행동’이 더 번거롭고 어렵다면 누가 우리 회사 서비스를 구독하려 할까? 훅 모델의 ‘행동’ 단계에서 고객을 놓칠 위험에 처하고 만다.

오늘날 넷플릭스는 궁지에 몰려 있다.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이 등장해 무료함을 즉시 달래준다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주는 대로 구독자가 곧이곧대로 보던 시절은 진작 지나갔다. 이제는 콘텐츠의 쓰나미다. 옛날처럼 편한 맛은 없다.

넷플릭스도 문제를 안다. 영화와 드라마 선택을 최대한 단순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알아서 빠르게 시청할 거리를 골라주는 ‘콘텐츠 랜덤 재생Play Something’ 기능을 도입했다. 딱히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아무거나’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뭔가 재밌는 것이 보고 싶어 넷플릭스를 구독한다. 구독자들이 크롬 확장 기능을 활용해 평론가 점수를 추가하는 등 범람하는 선택의 홍수에서 벗어나 더 쉽고 편하게 콘텐츠를 고를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 다른 모델보다 구독 서비스 이용이 더 번거롭다면 도태된다.

2 신선함과 독창성이 떨어진다

인간에 대한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쉽게 물리는 존재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 우리 뇌에는 옛것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다. 이를 가리켜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복권 당첨자도, 마비 환자도 행복, 불행이 소진돼 결국 두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비슷하다고 한다. 마치 복권에 당첨된 적도, 사고를 당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만족감이 다시 빠르게 기본값으로 회귀하는 성향 때문에 우리는 ‘놀라움’이라는 이 초정상적 자극supernormal stimuli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 당한다. 이는 통상적인 것 이상의 자극을 주기 때문에 차마 거부하기 힘들다. 다양한 보상이 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도박에 참여하고, 텔레비전과 스포츠를 더 흥미진진하게 느끼며, 소셜미디어를 습관처럼 사용하게 된다.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어 우리는 더 새롭고, 좋은 것을 계속해서 찾아 헤맨다. 비틀어 생각하면 신선함을 영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구독 서비스는 버림받는다는 뜻이다.

최근 한창 유행하는 박스 구독 모델을 생각해보자. 란제리, 뼈 표본, 장난감 슬라임 DIY 등 상자 안에 여러 제품을 채워 넣어 집 앞까지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가 차고 넘친다. 이 중에는 ‘이달의 책’ 같은 수백년 전에도 있었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독 서비스도 있지만 반짝 유행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서비스가 더 많다. 솔직히 누가 ‘뼈 박스 세트’를 구독하고 싶겠는가.

변화 대신 물림이 느껴질 때 구독자는 서비스를 해지한다. 몇 달만 지나도 양말 박스나 단백질 바 구독 서비스 업체는 어떤 제품을 넣어야 ‘놀라움’을 선사할지 끙끙댄다. 재미와 무난함 가운데 무난함에 무게가 너무 실리면 소비자는 흥미를 잃고 대개 더 저렴한 대안으로 눈을 돌린다.

다행히 다음과 같이 하면 구독 서비스의 가변성을 높이고 구독자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 사용 편의성을 개선해 구독자를 사로잡는 것, 즉 훅 모델의 ‘투자’ 단계를 실행하는 것이다.

3 내재적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수익성이 아주 좋은 구독 사업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의 총이윤은 어마어마하다. 월 구독료를 부과하는 소프트웨어 가운데 사용자의 일상 습관으로 안착한 기업들의 상대 가치 평가 지표는 매우 높다.

게다가 첫 달 무료 혜택 등이 많아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다른 소프트웨어와 비교할 때 더 경쟁력 있다.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오기 비교적 더 수월하고 그 과정에서 마찰도 적다.

하지만 구독자 유지는 별개의 영역이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 종사자에게 어떤 지표가 가장 중요하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구독자 이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지표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객 이탈은 곧 구독 해지 및 결제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구독 서비스가 훅 모델의 ‘투자 단계’를 간과한다. 이 단계에서 사용자는 제품에 무언가를 더해 더 잘, 충실하게 제품을 사용하려고 한다. 필자는 이를 ‘내재적 가치’라고 부른다.

내재적 가치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내재적 가치로 데이터 제공, 콘텐츠 추가, 팔로어 확보, 네트워크 형성, 명성 구축 등이 있다. 구독자가 제품을 사용할수록 우리 제품에 이런 내재적 가치들이 더해진다. 많은 기업이 구독자 이용이 구독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훅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한때 필자가 함께 일했던 기업, 클록와이즈Clockwise를 예로 들어보겠다. 클록와이즈는 서비스형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로 에어테이블, 아사나, 아틀라시안 같은 대기업을 포함해 약 1만50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올해 초 클록와이즈가 올린 수익은 4500만 달러로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클록와이즈는 우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덕분에 ‘집중근무 시간 200만 시간을 확보’했다고 선전했다.

클록와이즈는 개인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해 언제 다음 약속을 잡으면 좋은지 알려주고 타임박싱timeboxing 기능으로 일정을 세분화해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프랜시스 라킨Francis Larkin 클록와이즈 마케팅 부사장은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에너지 레벨을 파악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는 언제 하면 좋을지 시간을 정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속으로 2~3시간 회의하는 경우 자동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줌 피로 해소 기능도 있다”고 부연했다.

소프트웨어의 진가는 회사 전체용일 때 빛을 발한다. 라킨은 “전사가 사용할 때 장점이 극대화된다”며 “아무래도 시간은 공유 자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료를 초대하고 일정을 예약하는 등 서비스에 ‘투자’하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각자 일정을 더 명료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클록와이즈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일정을 동기화해 마치 시간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보여 준다. 사용할수록 내재적 가치가 커지는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럴수록 클록와이즈는 일상 습관으로 굳어지고 훅 모델을 거칠 때마다 사용자 충성도가 더욱 높아진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는 이제 구독 기업의 무덤으로 여겨지던 영역에도 진출하고 있다. 아침 커피를 예로 들겠다. 커피 원두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면 처음 얼마 동안은 한 잔, 한 잔이 맛있고 즐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참신한 느낌은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라 오래 구독할 가능성은 얼마 없다.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배를 마신 커피 박스 구독 서비스가 셀 수 없을 정도다.

구독 서비스로 성공하려면 단가나 품질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배송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김에 사는 커피 원두가 더 저렴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내려주는 커피 원두보다 특별히 더 맛있지도 않다.

단순히 가격 이상의 특별한 것을 선사할 때 소비자는 더 구독하기로 마음먹는다. 고객 관점에서 이런 내재적 가치야말로 굳이 더 돈을 내야 할 근거를 제공하기에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보텀리스커피Bottomless Coffee가 있다. 보텀리스커피 구독을 신청하면 와이파이가 지원되는 소형 초정밀 저울이 함께 배송된다. 보텀리스커피에 따르면 배송받은 커피 원두백을 저울에 올려놓기만 하면 회사가 알아서 원두 소진량을 파악해 다 떨어질 때쯤 다시 원두를 배송해준다.

보텀리스커피를 구독하면 항상 신선한 원두를 즐길 수 있다. 커피 구매일을 기억할 필요도, 원두가 바닥을 보이거나 너무 많이 남을 일도, 정해진 배송일까지 원두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보텀리스커피 구독자는 정확히 필요한 날짜에, 원하는 양만큼 원두를 받는다.

필요할 때 커피를 사면 산패한 커피를 마실 일이 없긴 하다. 하지만 보텀리스커피는 개인의 커피 소비 데이터를 수집해 취향과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내재적 가치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개인이 특정 로스팅을 한 커피를 유독 빠르게 소진한다면 보텀리스커피는 이런 원두를 선호한다고 추측한 뒤 다음 배송 시 비슷한 종류의 원두를 보낸다. 개인의 취향을 여전히 고려하면서도 새로운 로스팅 원두로 신선함을 안겨주는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텀리스커피는 앞으로 커피 원두뿐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생활용품을 회사가 정한 일정이 아닌 개인별 소진 일정과 취향에 맞춰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보텀리스커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내재적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덕분에 비구독 비즈니스는 제공할 수 없는 적절한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업계에 얼마든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훅 모델을 최대한 활용하면 구독 비즈니스가 흔히 빠지는 덫을 피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고객이 잠깐 쓰고 마는 게 아닌 평생 구독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니르 이얄(Nir Eyal)은 미국 스탠퍼드경영대학원 전 강사다. 저서로는 <초집중> (안드로메디안, 2020), <훅: 일상을 사로잡는 제품의 비밀>(유엑스리뷰, 2022) 등이 있다.

번역 노이재 에디팅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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