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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재판매 혁명

매거진
2023.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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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매 혁명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상품을 재판매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할까?



AUTHOR

토머스 S 로버트슨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내용 요약

문제
미국 가정은 평균 4500달러어치의 재사용이 가능한 상품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합치면 상당한 규모의 가치가 매몰돼 있으며 이는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에 기회다.

맥락
재판매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한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시장은 이미 1750억 달러 규모에 육박하고 있으며 Z세대 소비자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증가하는 관심이 그 원동력이 됐다.

향후 방향
재판매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소비자를 위한 매끄러운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야 하고, 제3자 플랫폼과 협업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하며, Z세대 소비자를 타기팅하고, 브랜드 로열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신제품과 중고품을 통합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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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WANT SHOW LAUNDRY
대만 중부에서 원트 쇼 세탁소를 운영하는 창완지와 수쉬우어가 손님들이 맡기고 간 수백 벌의 옷을 코디해 입고 있다. 사진작가는 그들의 손자인 창리프. 이들 80대 부부는 독특한 스타일 덕분에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은 물건을 사는 데는 고수지만 처분하는 일에는 영 서툴다.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물건에 애착을 가지기 마련이고, 특히 정서적이나 물질적인 가치가 있는 물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때로는 현실적인 문제가 생긴다. 이미 바꿔버린 컴퓨터나 맞지 않는 부츠, 더 이상 차지 않는 비싼 시계 등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거나 찾을 생각조차 없다면 당신은 아마 “처분 연기deferred disposal”라고 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간단히 말해 책상 밑에 집어넣거나 옷장 속에 넣는 식으로 물건을 방치하는 것이다. 그 후 생활 속 잡동사니가 늘어나면 지하실이나 차고로 옮기거나 심지어는 유료 창고에 집어넣는다. 수년에 걸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어렴풋이 신경을 쓰다가 언젠가 당신이나 당신의 상속자들이 결국 그냥 처분할 결심을 내릴 때가 온다. 보통 전부 다 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들에게서 아주 많이 보이는 행동이다. 조사 및 컨설팅 회사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2021년 미국 가구당 평균 4517달러어치의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는 상당한 규모의 가치가 매몰돼 있으며 마침내 기업들이 진지하게 여기에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바로 재판매 역량을 개발하면서 말이다.

야드세일(주로 미국에서, 가정에서 사용하던 중고 물품을 집 마당에 진열하고 파는 일), 중고차 매매단지, 신문의 소규모 광고면 등에서 볼 수 있듯, 재판매라는 개념은 아주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해왔다. 변하는 것은 시장의 규모다. 특히 지속가능성에 대한 수요 증대와 Z세대 소비자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리서치 및 자문 업체인 글로벌스캔GlobalScan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74%가 중고 상품을 구매한다. 주로 의류, 전자제품 및 가정용품이고 애플, 나이키, 롤렉스부터 월마트, 룰루레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요 브랜드가 재판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스니커즈 재판매 시장만으로도 현재 5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추산되며 미국 안보다 밖의 시장이 더욱 크다. 희귀한 스니커즈는 켤레당 몇 천 달러를 호가하기도 하며 이 때문에 TD 코웬TD Cowen을 비롯한 일부 금융사는 스니커즈를 ‘대체 자산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의 추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중고 및 리퍼비시[1] 휴대폰 시장이 520억 달러 규모였으며 글로벌데이터의 추산으로는 2023년 미국 내 전체 재판매 시장 규모가 약 1750억 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 이 아티클에서 필자는 재판매의 잠재적 이점 및 당신의 회사가 재판매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재판매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에 근무하는 임원과 재판매 생태계 내에서 주요 파트너로 자리잡은 주요 브랜드의 중요한 파트너가 된 제3자 플랫폼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판매 성공을 위한 지침을 제시할 것이다.


재판매의 이점

재판매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물론 매출과 이윤을 키우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재판매에 보다 적합한 상품군이 있는데 특히 패션, 액세서리 및 기술 분야에서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이 그렇다. 일례로 애플은 아이폰을 리퍼비시하고 재판매하는데, 한 추정치에 따르면 애플의 자체 중고 아이폰 계정이 전세계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다. 빈티지 상품이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브랜드 또한 자연스럽게 상품을 재판매할 수 있다. 일례로 코치에서는 코치 (리)러브드Coach (Re)Loved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가방을 구매, 복원 및 재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웹사이트에는 “저희의 중고 가방을 구매하거나 고객님의 가방을 재활용하거나 재구상할 수 있도록 교환해 주십시오. 어떤 식으로든, 낭비되는 물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의 스포츠 및 아웃도어 용품 전문 대형 체인인 딕스 스포팅 굿즈Dick’s Sporting Goods의 선임 부사장 피터 랜드Peter Land에게 회사가 재판매 시장에 진출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스포츠 장비 등의) “딱딱한 제품”이 “(스포츠 의류 등) 부드러운 제품보다 재판매하기 용이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제품은 취급에 보다 유의해야 하고, 스타일이나 사이즈가 다양하며, 차별화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재판매를 도입하는 데 다소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같은 브랜드 안에서 신제품에서 중고제품으로 “하향 구매”할 우려가 있고, 중고제품은 마진율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매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자사 패션 브랜드가 유치하고자 하는 시장 세그먼트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이는 과도한 걱정이다. 소비자가 하향 구매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애플이 그랬듯 신제품과 중고제품 사이의 차이를 제한하는 가격 정책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아웃도어 의류와 용품을 판매하는 REI의 사례처럼 웹사이트에서 신제품과 중고제품을 별도의 섹션으로 나눠 보여줄 수도 있다.

브랜드 평판이 걱정이라면 재판매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부 소비자, 특히 젊고 경제적 여유가 적은 소비자들이 기회만 된다면 하향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상태가 좋은 중고 겨울 코트를 브랜드 본사에서 단돈 200달러에 직접 살 수 있는데, 굳이 300달러를 주고 신제품을 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런 고객 중 상당수가 브랜드 충성도를 쌓게 되고 소득이 커지면서 상향 구매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만약 자사 중고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가 팔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럭셔리 제품 시장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신뢰받는 검증된 럭셔리 리셀 업체”를 표방하며 2019년에 IPO까지 한 리얼리얼 RealReal 등 전문적인 제3자 재판매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다. 제3자 모델의 규모가 커져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리백Rebag (핸드백, 고급 주얼리, 시계 등 럭셔리 소품 거래의 권위자)이나 패션파일Fashionphile (당신을 위해 선별한 접근 가능한 럭셔리) 또한 주요 업체다. 이들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진위를 확인하고 상태를 평가한 뒤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자와 가격을 협의한 후에만 상품을 인수한다. 만약 자사 제품이 2차 시장에서 판매되며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면 제3자 플랫폼이 시장을 통제하고 수익을 전부 가져가도록 두기보다는 이들과 경쟁할 방법을 고려하는 게 현명하다. 예를 들어 롤렉스는 재판매 개념을 도입해 자사가 인증한 중고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롤렉스 웹사이트는 “롤렉스 시계는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종종 여러 번의 삶을 살게 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1] refurbish, 사소한 결함이 있거나 단순 반품된 제품을 보수해 판매하는 상품



진짜로 걱정해야 할 것은 만약 자사 중고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가 팔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Z세대와 지속 가능성

젊은 소비자, 특히 (1997~2012년에 태어난)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재판매 프로그램이 적합할 수 있다. 미국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Z세대는 그 숫자만으로도 중요한 인구 집단이다. 유행을 선도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기술이나 패션 등 분야에서 상품을 실험하고 도입하는 데 Z세대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많은 면에서 Z세대는 재판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의 원동력을 제공해왔다. 오랫동안 뿌리내린 중고상품 구매에 대한 편견을 거부한 것이 그중 하나다. 패션은 지위를 나타내는 강력하고 시각적 매체인데, 오늘날 Z세대는 일종의 역과시적 소비 행태를 보이며 “착한 중고 구매자”라는 지위를 표현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쓰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아끼는지를 보고 나를 우러러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는 사업 및 정책 논의에 널리 퍼져 있을 뿐 아니라 Z세대에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많은 수의 젊은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재판매 시장을 활용하려 한다. 와튼경영대학원과 퍼스트 인사이트First Insight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Z 세대 중 75%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며 그중 상당수는 지속가능한 옵션을 구매하기 위해 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주장이 실제적인 구매 행태에서까지 반영되는지 아직 데이터로 입증된 것은 없지만 Z세대는 가치관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TD 코웬의 리테일 및 럭셔리 부문장인 올리버 첸Oliver Chen에 따르면 재판매를 무시할 경우 “젊은 소비자들이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다른 소비자들을 배제하게 된다”고 한다.

“중고 하울thrift haul”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는 Z세대가 중고 가게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로 의류) 상품을 구매한 뒤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인플루언서가 돼 또래 집단의 팔로를 확보하려고 하기도 하고, 디팝 Depop (친구들이나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사고 파는지 볼 수 있는 모바일 공간)이나 포시마크Poshmark (상거래의 중심에 사람을 두어 모두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등 P2P 플랫폼에서 하울한 상품을 되팔아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도 있다.

지속가능성을 좇는 이상주의적 브랜드를 표방하는 파타고니아는 재판매시장에 의도적이고 분명하게 진입했다.(“브랜드의 재판매 생태계를 구동하는”) 트로브 Trove라는 제3자 벤더가 ‘원 웨어worn wear(입은 옷)’를 구매해 세탁, 수선 및 보관한 뒤 파타고니아 웹사이트나 ‘원 웨어’ 매장에 판매한다. 애플 또한 아이폰 재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 (기기 내부의 귀금속이나) 오래된 기기가 소비자의 집이나 쓰레기 더미를 벗어나 다시 유통되도록 돕는 일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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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매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재판매 시장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면 이미 진입한 주요 브랜드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최근 필자가 다수의 기업 임원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몇 가지 행동 원칙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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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 재판매 프로그램이 제 몫을 하려면 무엇을 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상품을 공급받을지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물건 처분하기를 미루는 성향을 극복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마찰이 최소화된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베스트바이가 이를 잘 하고 있다. 고객이 재판매 가치가 있는 제품을 가져오면 기프트 카드와 교환해준다. ‘자원 재활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비자는 하루 최대 3개의 물건을 무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매장 근처에 살지 않는 소비자는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한 뒤 베스트바이에서 제공하는 상자에 물품을 담아 반환할 수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핵심은 편의성으로,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평판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인증 중고차 Certified Pre-Owned” 프로그램의 도입은 자동차 시장에서, 특히 고급 브랜드 최신 모델 재판매 과정의 마찰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제조사 딜러가 해당 자동차를 검사, 수리 및 인증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보장한 덕분에 소비자들은 자동차 보닛 아래에 어떤 문제가 숨겨져 있을지 우려를 덜 수 있다. 품질보증기간 연장 또한 포함돼 있다.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자동차 딜러들은 보다 빨리, 더 많은 마진을 남기며 재고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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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플랫폼과 협업하라. 재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데 모든 기업이 여기에 필요한 시간, 인력, 자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이나 이케아 등은 프로세스 전체를 직접 처리하며 전반적인 통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기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출범한 다양한 재판매 플랫폼 중 한 곳에 용역 주는 것을 선호한다.

이들 플랫폼 중 몇몇은 브랜드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재판매를 통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례로 트로브는 파타고니아나 REI와 같은 기업에 자체 웹사이트와 유사한 ‘전면front face’을 제공함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UI, 데이터 분석, 재고 관리, 배송 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재판매 마켓 플레이스를 주도하는 스레드업 ThredUp 등 다른 업체들은 토미 힐피거나 탐스를 비롯한 브랜드를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로서의 재판매(RaaS, Resale as a Service) 옵션을 제공한다. 스레드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제임스 라인하트는 이 프로그램이 “브랜드들이 재판매 시장에 진출하고 향후 확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월마트는 검증된 판매자와 공급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가전 제품 및 전자 제품을 재판매하는 데 중점을 둔 ‘월마트 리스토어드’를 출시했다. 월마트에서 관리하는 품질 표준을 따르는 이들 공급업체는 월마트 웹사이트나 일부 매장에 진열되기 전에 모든 상품을 검사, 시험 및 세척한다. 월마트는 최근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1년 간 품질이 보증되는 “거의 새 제품”인 ‘리스토어드 프리미엄’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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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게 어필하려면 브랜드의 재판매 프로그램이 그들의 가치관, 특히 지속가능성과 일치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Z세대 소비자로 전환하라. 이탈리아의 명품 신발과 가죽제품 전문 기업인 페라가모의 북미지사 CEO인 다니엘라 비탈레는 재판매를 Z세대가 럭셔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관문으로 보고 있다. Z세대가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다수의 주요 브랜드 또한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재판매는 젊은 소비자가 제품 포트폴리오의 ‘사다리’에 오르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기성세대에 비해 Z세대 소비자들은 사회적 이슈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며 소비 결정을 내릴 때 브랜드에 담긴 가치관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Z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판매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브랜드의 재판매 프로그램이 그들의 가치관인 지속 가능성의 추구과 일치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브랜드 로열티 프로젝트를 통합하라. 브랜드의 자체적인 재판매 프로그램은 고객의 생애 가치를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된다. 많이 사용되는 접근방식은 반환 상품이나 자사로 재판매된 제품에 해당하는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룰루레몬의 ‘라이크 뉴 Like New’ 프로그램은 고객이 낡은 의류를 반환하면 새 제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제공한다. 제이크루J.Crew의 ‘얼웨이즈’ 프로그램은 스레드업을 활용해 중고 의류를 수집한 뒤 의류의 상태가 양호하면 고객에게 상품 크레디트를 제공한다.

재판매 기회를 제공해 기존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신규 고객이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카프리 홀딩스의 COO인 톰 에드워즈는 마이클 코어스의 중고 재판매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에 이런 목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누구든지 재판매 제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웹사이트에서 팔기 위해서는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이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재판매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며 또한 고객이 다시 상품을 팔려 할 때는 이미 그 제품이 고객의 구매 기록에 남아있기 때문에 해당 상품의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 (진위 검증은 많은 재판매 프로그램에 비싸지만 꼭 필요한 단계이므로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로열티 프로그램과 통합돼 있었기에 재판매 프로그램에서 P2P 모델을 활용해 추가 비용 없이 거래 수익의 일부를 거둘 수 있었다.

통합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 시간이 흐르면 신제품과 중고제품 간의 경계가 흐려질 수도 있다. 트로브의 창립자인 앤디 루벤에 따르면 이는 불가피한 일이다. 실제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에서는 고객들이 중고 의류를 대여한 뒤 나중에 구매하기로 할 수도 있다.

특히 가능성 있는 기회 중 하나는 반품 과정을 재판매 프로그램과 통합하는 것이다. 전미소매연합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2022년 한 해 동안 반품한 제품은 8000억 달러어치가 넘는다. 이 중 일부는 다시 판매대로 돌아갈 수 있지만 대부분은 염가 판매처로 보내지거나 버려지기고 이런 행태는 대중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상태가 좋은 반품 상품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면 이윤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리퍼비시된 제품이 판매되는 것처럼 특별히 지정된 구역에서 판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품 과정이 재판매 프로그램과 통합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일반적인 조직 구성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신제품과 중고품 판매를 통합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주로 온라인에서 가능한데 예를 들어 아마존과 월마트는 이미 다수의 상품군을 대상으로 통합된 웹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주요 브랜드는 매장에서 신제품과 중고품을 함께 판매하는 실험 또한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2019년부터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즈는 매장의 약 10%에서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일반 매장 바로 옆에 ‘원 웨어’ 매장을 개점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 니먼 마커스는 패션파일에 지분 투자를 해 궁극적으로는 매장에서 패션 중 럭셔리 제품을 판매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상품 인수 위주로 통합이 이뤄졌다. 니먼 마커스 백화점 내의 패션파일 매장에서 고객이 판매하려는 물건의 견적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경영진은 종종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의미 있는 접근법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에서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면 원료 조달, 생산 공정 및 유통 시스템과 관련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모두 다뤄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지나치게 좇다 보면 소비자로 하여금 단순히 소비를 줄이고 물건을 더 오래 사용하도록 유도하게 될 수도 있다. 고결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고 성장해야 하는 기업들에는 난처한 문제일 수 있다. 또한 GDP의 70%를 소비자 수요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에도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에는 간단한 해결책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계속해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를 포함한 주요 인구 집단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진지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 어려움에 대처해야 하고, 재판매는 지속 가능성 추구를 시작하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토머스 S 로버트슨(Thomas S. Robertson)은 와튼경영대학원의 학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마케팅 전공 석좌교수이자 와튼-인시아드 연합의 장이자 제이 H. 베이커 소매업 센터의 학술이사다.

번역 윤성헌 에디팅 장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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