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9일 1000명의 사람들이 스프린트 넥스텔(Sprint Nextel)사 에게“이 시간 이후로 회사와의 관계가 종료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편지의 수신자가 넥스텔의 직원이 아닌 고객이라는 사실이다. 무선통신 서비스 제공회사인 넥스텔은 약 1년간 ‘고유지비용 고객군’을 분류하고, 이 그룹의 상담전화 빈도와 횟수를 추적해왔다. 그해 7월 스프린트의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고객들은 어떤 경우에는 동일한 문제에 대해 한 달에 수백 번씩 고객 상담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문제가 벌써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도 말이죠.” 결국 넥스텔은 이런 소수 가입자가 지불하는 이용 요금과 회사가 이들의 서비스 요구를 맞추느라 드는 비용에 균형을 맞출 수 없다고 결정하고, 해지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서비스 공급을 중단했다.
텍사스의 전력회사인 TXU는 2005년 에너지 시장이 규제완화로 인해 경쟁이 격화하자 그 타개책으로 ‘가혹하지만 고객을 위한(tough-love)’ 마케팅 전략을 시행했다. 전기요금 납부가 지연된 고객에게 전기공급을 바로 중단하고 고가의 재접속 비용을 부과하는 전략이다. 반면 제때에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고객에게는 특별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연체 고객에게서 발생하는 악성 채무가 줄어들고 상습체납 고객에게 전기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직원들의 생산성은 상승했다. TXU의 재무담당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매일 독촉전화를 해야 하는 고객보다 제때 요금을 납부해 전화를 할 필요 없는 고객이 훨씬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기업이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는 ‘고객거부(customer divestment)’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기업이 이 방법을 전략적 선택으로 고려하고 있다.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환경에서 고객 유지는 분명 중요한 일이다. 몇몇 기업은 유익한 고객과 문제 고객을 손쉽게 가려낼 수 있는 새로운 소비자 세분화 방법과 기술을 사용하여, 장기간 기업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져 온 바람직한 고객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집중하고, 문제고객은 퇴출시키고 있다.
고객거부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고객을 퇴출시킨 경험이 있는 기업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신문기사와 보도자료, 소비자들의 블로그 및 잡지들을 면밀히 검토해 고객과 기업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파악했다. 2005년과 2006년 두번에 걸쳐 IT, 제조업, 건강산업, 금융, 전문서비스직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32개 기업에서 임원 38명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무작위 추출한 소비자 2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인터뷰 대상 임원 중 90%는 고객거부를 신중하게 고려중이라고 응답했고, 85%는 이미 고객거부를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고객 조사에서는 설문 대상자의 23%가 과거 1년 동안 고객거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위와 같은 연구를 통해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끝내는 네 가지 주요 이유가 확인되었다. △고객 수익성 감소 △수익성이 낮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직원의 생산성 저하 △기업의 대량 고객 관리 능력의 변화 △기업 사업 전략의 변화가 그것이다. 우리가 인터뷰한 관리자는 대부분 앞서 제시한 이유로 고객거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객에게 보복당하거나 업계의 이단아가 되거나 까다로운 서비스 제공자라는 부정적인 평판을 얻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실제로 고객거부에 따르는 부가적인 피해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우선 경쟁자에게 새로운 사업기회(고객)를 제공할 수 있으며, 기업이 고객에게 비우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service-unfriendly)으로 인식돼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존 고객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또한 소비자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고객거부와 관련된 행동을 하기 전에 본 연구에서 제시한 5단계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사업과 고객(B2B, B2C 포함)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거부의 파급효과가 단지 수익성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단계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별 고객과 고객 집단의 현재와 미래의 잠재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즉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면 고객관계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행동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그림 ‘고객거부의 연속 단계’ 참조). 이를 바탕으로 먼저 현재의 고객관계를 재평가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교육하거나, 가치 제안을 재협상하거나, 고객을 다른 사업자에 이전하는 등의 작업을 해보라. 이를 통해 고객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 정리작업은 앞서의 단계를 거친 후에 남은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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