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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마케팅의 재발견…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 집중하라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한 브랜드 매니저가 사무실에 앉아서 새로 출시한 스포츠 음료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먼저 목표하고 있는 세분시장을 정의한 후, 제품 가격과 홍보 방법을 결정하고, 대중 매체를 통한 광고를 기획한다. 이후 결과는 총 매출과 수익성 등으로 측정하고, 이는 브랜드 매니저의 연봉과 향후 경력을 좌우할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는가? 이 기업은 다른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에나 사용할 법한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규모 시장과 대중 매체에만 집착하고 개인 대 개인의 거래에 관심이 없었던 시대의 방식에 아직도 얽매여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기업들이 역사상 유례없는 최첨단 기술의 힘으로 고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고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 또한 기업이나 다른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가려는 열망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의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고객 관계를 관리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객 육성보다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두는 한, 어떤 첨단 기술도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공격적일 정도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업은 거래 성사보다 고객 생애 가치(CLV·Customer Lifetime Value)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다시 말해 제품 및 브랜드 개발보다는 장기 고객 관계 관리를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전반에 걸쳐 전략과 구조를 바꾸고 마케팅 부서를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고객 관계 구축

얼마 전만 해도 대중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기업에게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방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양한 고객을 한 집단으로 뭉뚱그려 대중 매체를 통해 동일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고객 정보’라 해도 총 매출과 마케팅 연구 자료가 전부였다. 고객 개인과 회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거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많은 기업들에게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 굳이 정교함이 떨어지는 과거의 대량 판매를 고수할 이유가 없다.

97페이지의 ‘관계 구축’ 도표를 보면 많은 기업이 택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대량 판매와 획일적인 마케팅을 고수하는 기존 기업과 고객 육성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의 조직 구조는 상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 반면 후자의 조직 구조는 고객 개개인과 개별 세분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설계됐다. 고객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양방향으로 시도하고, 개별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다. 일대일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최소한 개별 세분시장별로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만약 대부분의 고객 정보를 해당 기업이 아니라 유통 담당 회사가 가지거나 통제할 때는 기업이 이런 세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생활 소비재 생산 업체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은 성공적인 고객 육성 전략에 필요한 고객 관련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2B 기업들은 주요 고객 매니저와 글로벌 고객 책임자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제품 판매보다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시키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IBM의 조직 구조는 에너지 효율성 증가, 서버 통합과 같은 고객 요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특정 고객에 맞춰 모든 상품의 마케팅 활동을 재조정한다. IBM의 신속 보험 절차 솔루션(IPAF)은 서비스 중심 아키텍처의 좋은 예다. 이에 따라 IBM 보험 사업부의 고객 및 산업 전문가는 중요 고객과 함께 협업을 통해 청구, 신규 사업 처리, 보험 심사 등의 부문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절차를 구축하고, 단기 매출 대신 장기 고객 지표를 통해 각 사업부의 성과를 측정한다.

대형 B2B 기업들은 고객 중심의 조직 구조를 이미 확립해놓았다. 일부 B2C 기업들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고객 관계가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요구가 변화할 때마다 다른 브랜드 부서로 고객을 인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영국 유통 업체 테스코는 최근 고객 보유율 개선을 위한 분석법 개발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테스코는 고객 카드를 통해 고객이 방문한 매장, 구매한 제품, 결제 방식 등을 추적한다. 테스코는 이 정보를 토대로 각 지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고, 개별 고객에 맞는 제품을 구성하는 방법을 교외에 위치한 대형 매장부터 시내 소규모 매장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매장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스코 매장에서 기저귀를 처음 구매한 소비자는 테스코가 발송한 이메일로 아기 물티슈와 장난감 쿠폰을 받는다. 심지어 맥주 쿠폰도 따라온다. 고객 정보 분석 결과, 아기 때문에 술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버지들이 맥주 구매를 늘린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는 적극적으로 고객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다른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고객 요구에 대처한다. 또한 아멕스는 소비자 자료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상황 변동에 따라 가장 필요한 상품을 권하고, 카드 보유자의 재무 위험도 관리한다. 아멕스 골드 카드로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항공 티켓을 처음 구매한 고객은 곧 아멕스로부터 플래티넘 카드로 업그레이드해주겠다는 안내를 받는다. 카드 보유자가 사용 한도를 정한 추가 카드를 자신의 자녀나 계약 업체에 줄 수도 있다. 아멕스는 이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존 고객의 구매력을 가족, 협력 회사처럼 믿을 수 있는 대상으로 확대한다. 동시에 잠재 고객에게 아멕스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회도 잡는다.

아멕스는 가맹점과 고객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위치를 활용해 양쪽 관계에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 인구통계학적 자료와 고객의 구매 패턴, 신용 정보를 토대로 카드 보유자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는지를 관찰하는 식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발생할 때 아멕스 가맹점에서 가구 및 인테리어 용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멤버십 특별 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멕스는 이를 이용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

유명 금융 보험 업체 중에서도 고객에게 일어난 주요 변화에 따라 맞춤식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고객의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 회사의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부서는 이 고객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당좌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나 신용 카드 고객이 결혼하면 자동차, 주택 보험, 주택 담보 계약 등도 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요 교차 판매 통로로 삼기도 한다. 자녀들이 모두 결혼해서 독립한 노부부에게는 주택 융자나 투자 상품을 권유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는 세입자 보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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