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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고삐 풀린 자본주의

크리스토퍼 마이어(Christopher Meyer ),줄리아 커비(Julia Kirby)
매거진
2013. HBR in DB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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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1-2월 호에 실린 크리스토퍼 메이어와 줄리아 커비의 글 ‘Runaway Capitalis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선진 서구 경제는 훌륭한 원칙 두 가지를 지나치게 확장시켰다. 하나는투자 수익(return on equity•ROE)’이다. ROE는 다른 수단을 모두 제치고 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하나는경쟁이다. 경쟁은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보다 그 자체가 목적이 돼 버렸다.

 

이 두 개의 개념은 생산 자원의 배분 방식, 다시 말해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표현한 목적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선진 경제는 이 두 개의 해결책에 매달렸지만 문제가 변하고 있다. 문제와 해결책의 불일치는 위기를 불러왔고 자본주의가 실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자체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각성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자본주의, 포괄적으로 말해 개인의 소유권과 시장을 통한 자원 분배를 보장하는 경제 체제는 사회의 번영을 추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유연하고 강한 제도다. 그러나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면 기업과 규제기관,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제도 안의 모든 구성원을 이끌고 가는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 주체라면 ‘ROE’경쟁에 대한 맹목적 추구를 제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 두 개의 실체를 파악해야 하는데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들은줄달음 선택(runaway selection)’의 결과물이다.

 

공작새의 특이한 진화

‘줄달음 선택은 진화 생물학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줄달음 선택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거론되는 동물이 바로 공작새 수컷이다. 수컷 공작새의 꼬리는 수백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나날이 화려해졌다. 이유는 단 하나다. 수컷의 꼬리가 화려하고 클수록 암컷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초기 진화 단계에서는 암컷의 선택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화려하고 큰 꼬리는 수컷이 건강하고 먹이를 찾는 능력이 좋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자동차 신용구매가 쉬워지기 전 페라리를 몰고 다니던 남성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꼬리 깃털이 풍성한 수컷은 더 많은 짝짓기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자신의 형질을 더 많은 자손에게 물려줬다. 이렇게 해서 그 다음 세대 수컷의 평균 꼬리는 더 커졌다. 초기에는 이런 방식의 짝짓기로 약한 유전자를 골라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대가 거듭될수록 커다란 꼬리는 짐이 되기 시작했다. 꼬리가 크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높아진다. (이것도 페라리와 비슷하다.) 꼬리를 가꾸고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하다. 꼬리가 크면 몸도 무거워져서 빠르게 움직이기 쉽지 않고(이건 페라리와 다르다) 결국 포식자가 잡기 쉬운 먹이가 된다.

 

공작새 꼬리는 계속 커지고 길어졌지만 특정 시점이 지나면서 공작새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 코넬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는 저서 <다윈경제학(Darwin Economy)>에서 큰 뿔 엘크 사슴이 같은 이유로 멸종했음을 설명한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나날이 크고 화려해진 수컷의 뿔이 자꾸 나뭇가지에 걸렸기 때문이다. 진화 이론가들은 큰 뿔 엘크 사슴이 결국생물학적 자살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다행히 공작새는 그 아름다움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호하지 않았다면 공작새도 큰 뿔 엘크 사슴과 같은 운명을 겪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멸종으로 향하는 줄달음 선택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기린의 목은 왜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지 않았고, 토끼의 귀는 왜 하늘 높이 솟지 않았을까? 공작새가 겪은 진화 과정은 예외적이었다. 흥미롭게도 자연 선택(특정 개체가 생존과 생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자연의 결정 기준)과 성() 선택(특정 개체의 이성이 사용하는 기준)의 기준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살아남은 종은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의 기준이 같다. 생존을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 두 가지 기준이 서로 다르다면 그 종은 멸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줄달음 선택이 기업과 같은 사회적 체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해 보자. 분명 우리 인간에게는 기업의 장기적 번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에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이 있다. 회사의 보상 체계를 구상해본 적이 있는 책임자라면 이를 잘 알 것이다. 조직의 가치 증진을 위한 보너스가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을 보상하는 잘못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스티븐 커(Steven Kerr)는 자신의 대표적 논문 ‘B를 바라며 A를 보상하는 어리석음(On the Folly of Rewarding A, While Hoping for B)’에서 이 문제를 멋지게 요약했다.) 두둑한 보너스가 전체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기보다 특정 개인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낳을 때 문제는 더욱 확대된다. 특정 행동에 대해 이런 식의 반응 체제(feedback loop)가 만들어지고 반복을 통해 고리가 강화되면 이를 바꾸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자연적 혹은 인공적 체계에서 이러한 불일치는 대부분 포착하기 쉽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체나 특정 제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처음에는 합당한 근거를 가지다가 상황의 변화로 그 유효성을 잃어 유명무실해질 경우 문제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치명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암컷 공작새는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지 못하면서 무작정 꼬리가 큰 수컷을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더 이상 근거도 없고 종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지표가 바로 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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