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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회계 & 전략

스톡옵션 가치 높이려 자사주 취득 늘렸다는 증거 없다

매거진
2014. 9월

라조닉 교수의 견해를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 기업들이 최근 들어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과다한 자사주 취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 CEO 및 최고경영진이 받는 보수의 상당 부분이 스톡옵션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위해 과다한 자사주 취득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톡옵션의 부여나 행사에 더 많은 제약을 주고, 이사회가 CEO의 보수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필자는 라조닉 교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 글을 읽어보니 거시경제를 전공한 경제학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시적인 원인과 결과를 면밀하게 따져서 토론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몇몇 거시 변수들의 추세 변화만 보면서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당수의 재무관리나 회계학 교수는 라조닉 교수의 글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경제학 교수들 중에서도 자본시장 쪽을 전공한 소수의 사람들은 그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라조닉 교수의 견해에 대해 필자가 동의하는 부분도 일부 있다는 것을 밝힌다.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빈도가 최근 30년 동안 늘어났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경영학 교과서에도 서술되어 있는 내용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추세의 원인이 미국 CEO와 최고경영진의 보수에서 스톡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고 이들이 주가 상승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더 많이 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라조닉 교수의 설명은 옳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 모두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수단이다. 그런데 라조닉 교수의 글에 따르면 자사주 취득은 주가를 상승시켜 최고경영진이 받는 스톡옵션의 가치를 높여주는 반면(물론 경영진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도 돈을 벌게 된다), 배당을 상승시키는 것은 주가나 경영진 보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엄밀히 따지면 똑같은 자금을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증가를 위해 사용했다고 할 때 배당 증가가 자사주 취득보다 주가를 더 많이 상승시킨다. 따라서 라조닉 교수의 말이 옳다면 기업들은 과거보다 배당을 더 많이 주어야 하고, 자사주 취득은 오히려 줄어들거나 큰 변화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배당 증가가 자사주 취득보다 더 주가를 많이 상승시킬까? 배당은 일단 증가시키면 나중에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다시 내리기가 힘들다. 실증분석 결과를 봐도 배당을 감소시킨 기업은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직원 봉급 올리기는 쉽지만 깎기는 어렵다는 것과 똑같다. 봉급을 올렸다 다시 내린다면 처음부터 안 올린 것보다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다. 배당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배당을 한 번 상승시키려면 경영진은 앞으로도 올라간 배당을 주기에 충분할 만큼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 배당을 증가시켰다는 것은 주주들에게 기업의 이익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신호가 된다.

 

그에 반해 자사주 취득은 한 번만 하는 것이다. 금년에 자사주 취득을 했다고 해서 내년도에 꼭 비슷한 양의 자사주 취득을 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니 자사주 취득은 금년에 회사가 현금 여유가 있다는 것을 나타낼 뿐, 내년 이후 미래에도 계속해서 돈을 잘 벌 수 있을지를 나타내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자사주 취득이 주가에는 덜 강한 신호가 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 모두 기업 내부 사정을 외부에 알리는 신호 역할을 함으로써 주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그 영향은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이익 창출 능력이 부족한 기업이 자신의 능력에 어울리지 않게 배당을 올리거나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를 단기간 동안 부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주가는 이익 창출 능력에 알맞은 수준으로 다시 하락한다.1] 물론 경영진이 자기가 가진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단기간 동안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배당을 올리거나 자사주 취득을 하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왜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사주 취득의 비중을 늘리고 있을까? 보다 정확한 대답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서일 것이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으로 돈은 벌고 있지만,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고 미래 전망도 불확실하니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그 돈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그런데 현재는 돈을 벌고 있지만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불확실하다. 경제위기는 10년 주기로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 이러니 배당을 상승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영자가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시기나 규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자사주 취득을 늘렸다고 보면 훨씬 더 논리적으로 이해가 잘된다. 주가 상승을 위해 자사주 취득을 늘린 것이 아닌 셈이다. 한국은 1998년 금융위기 전후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서 성장이 정체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가 금융위기 이후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되고 있다.

 

[1]동아비즈니스리뷰 45호에 실린 필자의 글회계로 본 세상 - 적자라도 현금흐름 좋으면 GO?’와 필자의 저서 <숫자로 경영하라 2>에 실린이익인가, 현금흐름인가? - LG전자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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