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금융 투기 사건: 남해회사 버블
경제적 재앙을 거론하자면 1720년 발생한 ‘남해회사 버블’은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1]는 물론 영국 정부와 많은 금융 투기업체들이 연루됐던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다.
이 투기 사건은 세상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공공연히 벌어진 최초의 금융 스캔들이었다. 당시 영국 보수당인 토리당 당수였던 남해회사의 설립자 로버트 할리Robert Harley는 회사 홍보를 끊임없이 해대는 약삭빠른 선전원의 면모를 보였다. 저명한 작가인 조너선 스위프트와 대니얼 디포도 이 선전에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 뒤, 저널리스트 찰스 맥케이는 이 사건에 대해 전문 투기꾼들은 물론이고 “신중한 산업cautious industry에서 얻을 수 있는 더디지만 확실한 이윤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일반 투자자들 역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간의 탐욕과 교묘한 속임수로 인해 그처럼 큰 규모로 터진 남해회사 버블 사태가 풍자의 단골 소재로 떠오른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의 오른쪽에 보이는 트럼프 카드는 1721년 제작된 것으로 투기열에 사로잡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고 있다.
Wild cards투기 열풍을 풍자하는 트럼프 카드는 큰돈을 베팅하는 투기꾼과 일반 투자자들 모두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남해회사 사건에 정면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영국 땅을 떠나버린 ‘저명인사들’과 더불어 주식을 처분하는 족족 사치스러운 도자기를 사기 바빴던 귀부인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남해 역병’에 걸린 ‘바보들’이었다.
출처 크리스토퍼 리드(Christopher Reed), ‘저주받을 남해회사(The Damn’d South Sea)’, <하버드 매거진(Harvard Magazine)> 1999년 5~6월호; 찰스 맥케이(Charles Mackay),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속임수와 군중의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 1841년; 밴크로프트 컬렉션(Bancroft Collection), 크레스 경제경영도서관, 베이커 도서관, 하버드경영대학원.
남해회사 주식투기 사건의 진행 과정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2]을 치르면서 영국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남해회사는 이로 인한 국가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남아메리카와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스페인 식민지들과의 독점 교역권을 획득한다. 이 식민지들은 금, 은과 다른 자원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원자재 무역을 하게 되면 수익 전망이 밝다는 소문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10배 가까이 솟구쳤다. 하지만 회사가 당초 장담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자 주가는 폭락했다.
[1]영국 정부로부터 서인도 제도와 남지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받았던 회사로 ‘거품 경제’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대형 주식투기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