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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여전한 골칫거리로 남아 있는 스톡옵션 조작

지금으로부터 거의 20년 전, 학자들은 기업들이 긍정적인 뉴스를 공표하기 직전에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뉴스를 발표하면 주가가 오르게 되고, 임원들에 대한 보상을 늘릴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이 만들어지는 셈이다.(이 관행을 가리켜 흔히 ‘스프링 로딩^{spring loading}’이라고 부른다). 그 뒤에 학자들은 기업들이 스톡옵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대상자들에게 옵션을 부여할 때 날짜를 (주가가 낮은 시점으로) 소급 적용하는 편법인 ‘백데이팅^backdating’도 일삼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초반에 기업들이 백데이팅 수법으로 한 해 평균 50만 달러 이상을 임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었다고 추정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3년에서 2010년까지 애플을 포함한 32개 기업에 대한 민사 소송을 벌였다.

스톡옵션 부여일자를 실제 날짜가 아닌 과거 시점으로 소급해 변경하는 백데이팅 관행은 2002년 사베인스 옥슬리법에 따라 기술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은 옵션을 부여한 사실을 발행일 기준 이틀 내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2006년 SEC 규정에 따라 기업은 옵션 부여일자를 소급 적용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지도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SEC가 일관되게 이런 규정들을 시행했다는 증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의 학자 3명은 옵션 조작 관행이 과연 줄어들었는지 파악하려는 새로운 연구를 수행하면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부여된 140만 건의 옵션을 조사했다. 이들은 백데이팅과 스프링 로딩, 그리고 옵션을 부여하기 직전에 주가를 하락시키는 부정적인 뉴스를 공표하는 이른바 ‘불릿 도징^{bullet dodging}’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아 나섰다.

연구진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백데이팅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옵션 부여 사실을 보고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전체 옵션 중 90%가 이틀 안에 신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했지만 신고 날짜가 지연된 나머지 10%의 경우에는 때때로 60일을 초과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기대수익률과 비정상수익률을 산정하기 위해 시장 평균을 비교 잣대로 삼아 주가와 수익률을 조사했다. 그들은 뒤늦게 신고된 스톡옵션의 경우에는 부여된 뒤 과도한 가치를 얻었다는 사실과 긴 지연일수와 높은 비정상수익률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평균적으로, 스톡옵션이 부여된 지 60일 뒤에 신고된 경우에는 8%의 비정상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연된 신고와 비정상적인 가격 변동의 그럴듯한 조합이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기업들이 여전히 백데이팅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연구진은 스프링 로딩과 불릿 도징 같은 수법을 조사하기 위해서 옵션 부여시점 전후의 주가 변동 추이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옵션이 부여되기 직전에는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거나 떨어졌다가 옵션이 부여된 직후에는 곧바로 반등했으며, 비정상수익률이 평균 6%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이 옵션을 부여한 시점과 뉴스 공개 시점을 조정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스프링 로딩과 불릿 도징 같은 수법들의 합법성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은 기업들이 이러한 관행을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자들은 간단한 정책 개혁안도 제안했다. 하루에 많은 양의 옵션을 부여하는 대신, 기업들이 평균적인 행사가격^{strike price[1]}으로 옵션을 하루하루 배분하도록 하는 안이다.

[1]옵션거래 시 미리 정해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격을 말한다.
참고자료S. 부르쿠 아브치(S. Burcu Avci), 신디 A. 스키파니(Cindy A. Schipani)와 H. 네자트 세이헌(H. Nejat Seyhun), ‘Ending Executive Manipulations of Incentive Compensation’ (Journal of Corporation Law, 발행 예정)

번역: 손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