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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 리더십

대기업과 국가적 책임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매거진
2021. 1-2월호
대기업과 국가적 책임

피터 F. 드러커
1962년 3월

미국의 대기업과 그 경영자들은 과거에는 특별히 기업의 책임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네 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행동과 정책과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런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시민들은 기업을 국가경제의 발전과 진보를 이끄는 주요 기관으로 인정할지 결정할 것이다. 대기업들에게 놓여진 도전은 다음 영역에 집중돼 있다.

(1)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회복시키는 주체가 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깊이 뿌리 박혀 있고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임금 정책과 일자리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경영자들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낼 리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담당해온 기술 혁신이나 사업방식의 혁신(유통 시스템 혁신, 조직 혁신 등)에 덧붙여, 이제는 국가정책의 혁신을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예컨대, 방위산업이나 대형 공공재utility 시장1에서 ‘반자유시장semifree market’의 기본 개념과 정책을 발전시켜야 할 주체는 정부나 ‘경제학자’가 아닌 기업이다.

(3) 대기업의 관리능력은 이제 개별 기업이나 그 관리자나 주주의 ‘사적 문제’가 아닌 ‘공익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회피하는 최고경영진은 결국 규제와 단속을 떠안게 될 것이다.

(4) 마지막으로, 대중은 대기업 경영자가 한 명의 사업가이자 한 명의 전문가로서 동시에 요구되는 자질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행동규칙을 갖추기를 기대한다.2 가령, 임원의 보수도 이 두 역할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토대로 재검토돼야 한다.

이 네 가지 요구가 기업인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새로운 기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반대다. 이런 변화는 대중이 대기업을 사회의 경제적 역할 대부분을 담당하는 가장 적합한 툴로 여기는 동시에, 대기업 경영자를 국가 리더십의 일원이자 ‘전문적 관리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약 10년 전(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제너럴 모터스의 회장이던 찰스 어윈 윌슨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중요한 정치적 선언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지난해 포드 회장 출신인 로버트 맥나마라가 같은 자리를 차지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그 사람이 그 정도로 대단한가?”라는 정도의 의문을 품었을 뿐이다.3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그 리더들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그런 만큼 기업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 사이에 격차가 보이면 대중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GE와 웨스팅하우스의 가격 담합 사건에 대중이 계속 우려를 보이는 것도 사회적 윤리의식이 갑자기 높아져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측면 때문이다.

나는 이 아티클을 통해 대중이 기업에 대해 갖기 시작한 기대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이는 기업과 기업인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와 정부 정책에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시험사례가 될 것이다.

1. 오늘날 세계 경제의 요구

오늘날(그리고 내일의) 국제적 시장 경쟁에서 이기려면 과거의 조건에 따라 형성되고 전통에 의해 신성시돼온 노사관계의 개념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새로운 관행과 아이디어로 대체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주도하고 경영진, 노동자, 대중이 다같이 수용해야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 ‘비인플레이션noninflationary 임금’ 타결, 즉 시간당 생산성만큼 시간당 비용도 높이는 방식의 임금 인상은 고임금 경제에서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 자동차와 철강업처럼 한때는 ‘표본’이 됐던 산업을 오늘날의 경제 상황에서 국가의 임금 구조를 결정하는 대표 산업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임금이 인상되면 가격도 인상한다”는 사고방식은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는 근거로 더 이상 충분치 않다. 노동자의 복지혜택들을 비용이라 보면 안 되고, 회사의 이익에 따라 올라가도록 산정해야 한다.

• 노동 유연성은 높아져야 하지만, 일할 권리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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