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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가족기업은 귀국한 딸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까?

매거진
2024.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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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수아, 야오 아수아, 그리고 운전사가 펠릭스-후푸에-부아니Flix-Houphout-Boigny 국제공항 입국장 뒤편에 함께 서 있었다. 두 형제는 체면을 지키려고 애쓰면서도 가끔씩 까치발을 들어 사람들 머리 너머를 살폈다. 아미나타, 애칭으로 아미나라고 불리는 코피의 딸이 오늘 코트디부아르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코피와 야오는 이번 기회에 아미나타에게 가족기업 경영에 참여해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두 형제는 1988년 설탕 및 기타 벌크 상품에 특화된 무역 회사인 아수아 그룹을 설립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시멘트 수입, 이후에는 석회석 채굴과 시멘트 제조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런 에너지 집약적인 사업을 통해 몇 년 후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고 전기를 생산하게 됐다. 아수아 그룹은 6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코피와 야오는 아미나타를 만나러 파리에 두 번 다녀왔다. 아미나타는 10개월 전 인시아드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친 후 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오늘은 그가 졸업 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세 가족은 그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매달 줌으로 통화를 했다. 아수아 그룹에 대한 아미나타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을 보며 뛸 듯이 기뻤던 형제는 그룹의 다양한 상황들을 설명하며 과거 재무 및 사업 계획까지 공유했다. 하지만 아미나타로부터 귀국 여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랬기에 몇 달 전 그가 회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직접 의논하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했을 때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새하얀 실크 톱에 말쑥한 리넨 정장을 차려 입은 아미나타가 나타났다.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있게 걸어오는 딸을 보며 코피는 딸이 아내를 많이 닮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내 딸!” 코피는 딸을 꼭 끌어안으며 외쳤다.

“여기 삼촌도 있다.” 야오도 두 팔을 벌린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출구로 이동하는 동안 코피는 안도감을 느꼈다. “아미나, 일주일 스케줄이 꽉 찼다. 각 사업장을 둘러본 후 부서장들을 만나고 주요 은행 거래처와 파트너 업체와의 미팅도 잡혀 있단다.”

아미나타가 끼어들었다. “아빠, 이제 아미나타라고 불러 주세요.” 그는 회사 직원들 앞에서 그런 호칭은 불편하다는 듯 운전사를 향해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감사해요 아버지. 하지만 그 전에 두 분과 아침 시간에 아수아 그룹에 대한 제 아이디어를 먼저 공유하고 싶어요.”

“아무렴.” 코피가 대답했다.

“좋지.” 야오도 맞장구쳤다. “네 생각대로 하려무나!”


매우 직접적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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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장Abidjan 플라토Plateau 지역에 있는 단골 레스토랑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아미나타는 방문하게 된 진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빠, 삼촌, 제가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시는 것 알아요. 두 분이 얼마나 훌륭한 회사를 일궈오셨는지, 그 유산을 어떻게 이어갈지 걱정하고 계신 것도 잘 알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거예요.” 그는 전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놨다. “저는 유럽을 무대로 생활해 왔고 거기서 제 재능과 성과를 인정받았어요. 얼마 전에는 손익을 책임지는 중요한 새 직책을 제안받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러 아수아로 돌아온다면 제 커리어는 후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코피와 야오는 서로를 흘끗 쳐다봤다.

“두 분께서 그동안 구축해 오신 놀라운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수아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거라면 저는 돌아오기가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제 제안은 이겁니다. 회사에 합류하되 COO로서만 합류하겠어요. 적절한 지분과 보상, 핵심 사업 두 분야를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고 분명히 이해해 주신다는 것을 전제로요.”

“그러면 이브라힘은 어떻게 되는 거냐?” 코피는 자신과 야오를 오랫동안 보필해 온 이브라힘 쿨리발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브라힘이 이미 COO를 맡고 있잖니.”[1]

“다른 역할을 제안하면 돼요.” 아미나타가 대답했다. “최고운영고문으로 제 온보딩을 지원해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들어온다는 게 기정사실화되면 그분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두 분께서 받아들이셔야겠죠.”

야오와 코피는 깜짝 놀랐다. 아미나타와 이런 직설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회사에서 그의 역할은 몇 달 또는 몇 년에 거쳐 점차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아미나타가 서류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을 펼치는 동안 그들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여기 이 두 지점을 추진해야 해요. 우리에게는 자본도 있고 경영진도 있죠. 이제는 아수아 그룹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입니다.” 그가 말했다.

첫 번째 슬라이드에는 ‘설탕 농업으로의 역통합’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수아 그룹은 여전히 브라질에서 원당을 수입하고 있었지만 코피와 야오는 10여 년 전 매입한 자국 내 잔잔Zanzan 지역 7만 헥타아르 부지의 개발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2]

“당연히 이것부터 조치를 취해야 해요.” 아미나타가 말했다. “아수아 그룹은 수입업체이자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잘 알고 있죠. 설탕 수요는 꾸준히 있고, 주요 자본 투자는 토지 매입이었는데 이 부분은 이미 완료된 셈이고요. 설탕 농업을 하면 수천 명의 지역 농부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식량과 영양분을 직접 재배할 수 있는 땅과 기후가 있기 때문에 계속 수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야오가 말문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네 아버지와 나도 고민한 적이 있었지.”

“삼촌, 프레젠테이션 먼저 마무리해도 될까요?”

아미나타가 끼어들며[3] 다음 슬라이드를 클릭했다.

“또한 아수아 그룹은 코트디부아르 에너지Cte d’Ivoire nergies에 전기를 판매하는 독립적인 전력생산 업체가 돼야 합니다. 이미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사업을 확장해 전력망에 판매하면 어떨까요? 프로젝트가 구축되면 운영 비용이 매우 낮아질 것이고 전력선과 같은 후속 건설 기회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엔 전력이 절실하니까요.”[4]

세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침내 아미나타가 입을 열었다.

“이 엄청난 변화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인지 보여주는 슬라이드도 있을까?” 코피가 대답했다. 야오는 여전히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아니요.” 아미나타가 말했다. “내년 회계연도부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필요한 투자와 인력 충원 계획을 정확히 모델링해 놓았어요. 집으로 돌아와 COO로서 확장된 사업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이건 제 인생에서 크고 중요한 결정이에요. 이 정도는 돼야 돌아올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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