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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 재무회계

자본의 충성심보다 경영진의 충성심이 더 중요

매거진
2014. 6월

6월 호 Spotlight인 크리스텐슨과 베버의자본가의 딜레마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의 경제와 경영환경에서 자본가의 딜레마라는 현상이 등장했다. 자본가의 딜레마란 자본가들이 자본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오히려 자본의 수익률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In our attempt to maximize returns to capital, we reduce returns to capital.”) 자본가의 딜레마가 나타나는 이유는 투자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투자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어떤 재무 관련 교과서나 서적을 봐도 투자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지는 아주 잘 설명이 돼 있지 않은가? 경영자들이 제대로 재무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텐슨과 베버(이하저자들’)는 현재의 재무기법들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론들이 잘못됐고 그것들을 가르치는 재무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오히려 제대로 재무를 공부한 경영자들이 회사의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재무이론들은 왜 잘못된 것이며 자본가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구조적으로 어떻게 유도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들에 의하면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은 시장창조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에 근본적으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은 구조적으로 성능개선혁신이나 효율성혁신을 시장창출혁신에 비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성능개선혁신은 기존 제품보다 더 나은 성능에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며, 효율성혁신은 동일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생산하는 것이다. 시장창출혁신은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혁신이며 새로운 시장이나 고객층을 개발한다. 시장창출혁신을 위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회사도 성장하고, 경제도 발전하면서 동시에 고용도 늘릴 수 있다. 대단히 성공적인 성능개선혁신이나 효율혁신은 시장창출혁신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기존 재무기법들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들도 제시한다. 첫째, 자본의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자본을 이동하기가 어려우면 투자자들은 현재의 투자기회를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되고 장기적인 성과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할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자본목표재설정(Capital Repurposing)이라 부른다. 둘째, 경영학 교육을 바꿔야 한다. 셋째, 혁신에 유리하도록 전략적으로 자본비용을 설정해야 한다. 넷째, 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압박에서 벗어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들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대다수 경제학자들이나 재무전공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거시적인 측면에서 심정적으로 동의하더라도 저자들의 구체적인 주장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저자들의 주장은 논리적인 허점도 많고 경험적 증거와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꽤 많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주주나 투자자의 권리를 잘 보장하는 사법체계에서 경제성장률이 높으며 자본의 이동을 어렵게 하면 투자의 위험이 높아져서 투자의 총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투자 이전에 이미 자본 이동에 관한 비용을 고려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므로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면 무한히 탄력적인 자본의 공급자가 아닌 실물투자를 위한 자본의 수요자들이 오히려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한편 시장창출혁신에 관한 논의는 다분히 동어반복(tautology)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저자들의 주장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하에서 저자들의 중요한 가설 혹은 주장들 위주로 논의를 전개하도록 한다.

 

시장창출혁신과 가치평가

저자들의 가장 중요한 주장은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이 시장창출혁신을 제대로 평가하는 데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가치평가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고 그 방법들에는 수학적인 공통점이 있다. 미래의 현금흐름의 기댓값을 할인율로 나눈 후 더하는 것이다. 할인율은 기간이 멀수록, 위험이 클수록 커진다. 저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은 시장창출혁신에 대해 미래현금흐름을 과소평가하거나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셈이다.

 

재무학과 경제학에도 관련된 연구들이 많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예측치를 지나치게 먼 미래로 확장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의 현금흐름에 대해 시점별로 일관성 없게(time inconsistent)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익의 가능성과 손해의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비대칭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도 있다. 이와 같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을 참고하며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을 적용한다면 저자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들의 말이 맞다면) 왜 하필이면 시장창출혁신과 관련해서만 전통적인 재무기법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에 관해 필자의 논문과 연관시키고 싶다. 필자는 듀크경영대의 윌 미첼(Will Mitchell), 리치 버튼(Rich Burton), 이화여대의 우원석 교수 등과 함께 질적연구와 사례연구를 통해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들의 결론은 조직 내의 갈등과 미래에 대한 질적불확실성에 따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단히 상이한 모형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질적 불확실성이 높고 조직 내의 갈등이 모두 심한 M&A 프로젝트의 경우 우리가스토리텔링이라 정의한 방법이 쓰이고 좀 더 일반적으로는 하버드 바우어 교수의 자원배분 절차와 비슷한 사회-정치적 방법(social-political method)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시장창출혁신의 경우 그 속성 때문에 단 하나의 확률분포로는 설명 가능하지 않은 질적 불확실성이 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조직 내의 의견도 다양해서 갈등을 내포할 공산이 크다. 이 상황에서 맹목적으로 전통적 재무기법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질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법들을 적용하기 위한 모형을 수립하기 힘들고 억지로 모형을 만들어도 오류가 날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내의 갈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모형의 가정에도 합의하지 못하고 엉뚱한 결론이 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프로젝트가 가치평가 과정에서 창조된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프로젝트가 정해지고 그 정해진 프로젝트를 가치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프로젝트의 가치평가에 관한 자세의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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