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생산적으로 살아보자
온라인 세상에서 ‘오프’ 스위치 찾기
JM 올리자르즈
당신은 생산적인가?효율적인가? 쓸모가 있는가? 요컨대 ‘충분히’ 생산적이고, 효율적이고, 쓸모가 있는가? 엄청나게 발전한 디지털기술 덕분에 365일 24시간 내내 온라인상에 머물며 언제든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연결된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두 가지 큰 부작용도 있다. 첫째,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내게 연락이 닿을 수 있다는 기대를 직장상사, 친구, 미디어 등으로부터 받게 되는데 그 기대가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둘째는, IT기기 덕분에 새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된 일에 따라 생산성과 효율성의 개념이 재정의된다는 점이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곧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재정의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IT기기들은 현란한 오락거리로 가득해서, 스크롤 버튼을 좀 더 눌러 더 읽어내려 가거나 새로고침 버튼을 쉴새 없이 누르도록 우리를 유혹한다.(잊지 말자! IT기업들은 우리를 점점 중독에 빠뜨리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또한 IT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우울증, 고독감, 소외감, 공감능력 부족, 심지어 자살충동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웨비 상Webbey Awards[1]을 만든 티파니 슈레인Tiffany Shlain은 자신의 책 < 24/6: The Power of Unplugging One Day a Week >(Gallery Books,2019)를 통해, ‘늘 온라인 상태(always on)’인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유대인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슈레인이 제안하는 방법은 이른바 ‘IT안식일’이다. 즉,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IT기기 없이 살아보자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안식일 관습은, 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따로 가지라고 강조한다. 슈레인은 안식일에 대한 자신의 현대적 재해석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면서, 자신도 지난 10여 년 동안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한, 온라인 접속 차단을 실천한 덕분에 취미를 즐기고 친구를 사귈 기회가 더 많아졌지만,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마음가짐의 변화라고 말한다. 일정 시간 동안 정보통신으로부터 거리를 두면,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기가 쉬워진다.
끊임없이 생산적 인간이 될 것을 요구하는 디지털 세상에 맞서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아티스트 제니 오델Jennty Odell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 즉 ‘무위(無爲)’를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오델은 그녀의 저서 < How to Do Nothing: Resisting the Attention Economy >(Melville House, 2019)에서 ‘쓸모 있음’을 ‘돈을 벌 수 있음’이라는 뜻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의 경향성을 비판하며 ‘쓸모없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오델이 권유하는 ‘무위’는 게으름이나 무관심이 아니다.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됐던 시간의 일부를 되찾아 돈과 관련 없는 활동에 써보자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치 개념은 경제적 지표들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경제적 지표는 다른 거의 모든 가치를 간과한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고 해보자. 컴퓨터 알고리즘이 이 대화를 분석한다면 이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물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에서 대화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당사자들에게 대화의 가치는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 자체다. 오로지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로만 존재를 평가한다면, 우리는 결국 그 존재감마저 잃고 진정한 자아조차 상실하게 되리라는 게 오델의 주장이다.
오델은 인간의 존재감이 산술적 실적이 아니라 가정, 이웃, 자연 세계와 나누는 교감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말한다. 삶의 의미를 찾기에는 자연 세계가 디지털 세계보다 훨씬 더 적절하다. 즉, 온라인 세계를 떠돌며 보낸 주말은 우리에게 큰 행복감을 줄 수 없지만, 동네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파악하고 이웃과 돈독한 관계를 쌓으며 보낸 주말은 우리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오델이 말하는 ‘무위’란, 효율성과 수익성에서 한발 물러설 때 진정으로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음을 뜻한다.
< Stillness Is the Key >(Portfolio, 2019)는 우리가 왜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또 다른 관점에서 일러준다. 저자 라이언 할러데이Ryan Holiday에 따르면, 이 책은 위대한 사람들이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 덕목에 대해 이야기한다. 존 F. 케네디의 경우, ‘인내심과 고독’을 꼽았다. 쿠바 미사일 사태 때 공세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라는 보좌진들의 조언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케네디는 소련이 스스로 물러서기를 기다리는 봉쇄정책을 취했다. 나폴레옹의 경우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는 능력’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신념에 따라 서신에 대한 답장을 몇 주씩 늦추면서 시간을 벌었고, 그 덕에 진짜 중요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ivc[2]의 경우는 ‘그 상황과 현장에 존재하기’에 집중했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 공연에서, 아브라모비치는 750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눈맞춤만으로 관객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냈다. 할러데이는 이런 유명인사들의 특성을 ‘가만히 있기Stillness’로 규정하고 앞에서 열거한 사례를 그 표본으로 제시한다. 할러데이는,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 끊임없이 요동치는 이 세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내가 이 아티클을 쓰기 시작할 무렵, 편집자는 24시간 동안 온라인 접속을 차단하는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지만, 솔직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끊고 살았다. 일할 때는 스마트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해 놓는다. 주말에는 이메일 확인도 안 한다. 지난해에는 26권의 책을 읽었다. 그렇게 살아온 나인데,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기’와 ‘가만히 있기’를 실천하는 IT안식일이 필요할까?
알고보니 정말 필요했다. 전에는 온갖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존재가 나에게 즐거움을 줬다. 지금은 온갖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부재가 즐거움을 준다. 내 삶이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사실을 알면 놀랄일도 아닐 것이다. 명상, 음악 감상, 화초 분갈이, 산책 등등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놀란 점은 온라인 접속 차단을 통해 시간을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스스로 느낀다는 사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주위사람들을 보면서, 효율성 만능주의에 빠진 경제 체제에 저항하는 비밀요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저절로 정보화로 인해 모든 게 획일화된 시대를 다룬 영화 ‘브라질’이 떠오른다.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비밀기관과, 이를 위해 활용되는 기술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과 헌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비생산적으로 살아라’라는 말은 작은 혁명과도 같았다. 고작 하루 실천했을 뿐인데도 그랬다. 10년 동안 오프라인 상태가 되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번역 이종호 에디팅 김정원
[1]웹사이트, 쌍방향 광고, 온라인 필름과 비디오, 모바일을 포함한 우수 인터넷사이트에 수여하는 국제적인 상
[2]세르비아 출신의 공연 예술가. 공연자와 관객 상호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JM 올리자르즈(JM Olejarz)는 HBR의 부편집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