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CEO의 생애주기
시간의 경과에 따른 성과 연구
HBR이 발표한 2019년 세계 최고 성과를 거둔 CEO 리스트에 등장하는 임원들은 CEO 자리에서 놀랄 만큼 장수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정된 CEO의 재임기간은 평균 15년이다. 이는 S&P500 기업 CEO의 2017년 평균 재임기간인 7.2년의 두 배가 넘는다. 다들 재임하는 동안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CEO들처럼 단기성과의 부침을 겪은 이들도 많았다. 이는 이사회를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 즉, CEO가 장기적인 문제가 아닌 일시적으로 나쁜 상황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CEO들의 화려한 과거 업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리더가 물러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 이사회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시간의 경과에 따라 CEO의 성과가 나타내는 경향성에 대한 데이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CEO와 임원, 투자자들은 종종 업계에서 내려오는 일화나 개인의 가정(假定), 혹은 어림짐작을 활용해 이 지식의 진공상태를 채운다. 일례로 CEO들에게 그 역할을 위한 이상적인 재임기간을 물어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평균 7년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대체로 9.5년 후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과가 정체된다고 믿는 바로 그 시점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예상하는 걸까? 누구에게도 설득력 있고 근거가 뒷받침된 답은 없다. 그저 일반적인 통념일 뿐이다.
리더들의 재임기간에 걸쳐 가치가 창조되는 통상적인 과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CEO 생애주기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과정을 시작했다. 우리 연구팀은 S&P500대 기업 CEO 747명이 전체 재임기간에 걸쳐 이룬 연도별 재무성과를 추적했다. CEO와 이사들을 대상으로 41건의 심층 인터뷰도 실시했다.(65페이지 ‘연구방법론’ 참고) 이 연구는 CEO들이 재임기간 동안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 역풍과 순풍의 놀라운 패턴을 드러냈으며, CEO의 임기와 가치 창조에 관련한 몇 가지 통설을 뒤집었다. 예를 들어 이 연구에서는 어떤 이사회들은 예측 가능하며 일시적인 실적 슬럼프를 겪었다는 이유로 뛰어난 CEO와 너무 일찍 갈라서는 반면, 다른 이사회들은 그저 그런 성과를 내는 CEO를 너무 오래 용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성과가 변하기 시작하는 결정적 순간들을 이해한다면, 이사회와 CEO는 새로운 차원의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치 창조의 전형적인 단계를 인지하게 되면, 이사회는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단계마다 CEO를 지원하고, 조직의 지속적인 성공을 고민하도록 힘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CEO에게 이런 프레임워크는 이사들과 신뢰와 투명성이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그들의 기대치를 관리하고, 임기 중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한 CEO가 말했듯이) ‘당신이 여전히 적임자인가’라는 매우 어려운 질문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어떤 두 CEO의 재임기간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리더들은 저마다의 여정을 걷고 있으며, 매우 특정한 상황들에 직면한다. 하지만 달력상 연도가 아닌 임기상 연도에 근거해 CEO의 성과를 비교하고 각자의 여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검토해서, 가치 창조의 뚜렷이 다른 다섯 단계를 파악했다. 이는 많은 CEO들이 재임기간에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될 단계들이다.
1년차
허니문
CEO들은 보통 취임 첫해에 평균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 에너지를 최대로 충전해 주도권을 잡을 준비를 하고 그 자리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한 이사는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CEO 자리를 열망해 왔고,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지 생각해 본 상태”라고 말했다. 변화를 위한 열망은 주가를 높이고 투자자와 이사회, 조직을 하나로 결집시킨다.
허니문 기간에 CEO들은 우선순위들을 정리하고, 어디에 관심을 쏟을지 결정하고, 한정된 시간의 일부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 이후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신임 CEO가 학습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혹은 단순하게 관리만 하는지에 달려 있다. CEO의 시간과 관심을 요구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들은 실행모드에 갇혀 버리기 쉬울지도 모른다. 뒤로 물러나고, 숙고하고,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조정하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CEO는 활용할 수단을 늘리고, 패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행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신임 CEO들은 대부분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조직건강 스펙트럼의 어느 한쪽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 건전하게 운영되며 정리된 전략적 방향을 가진 기업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지만,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위기에 빠진 기업을 책임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건강한 기업에 들어온 CEO라면 일을 적게 벌이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초기 목표는 정착된 경로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다. 반면 위기에 빠진 기업을 물려받은 CEO들은 대담한 행동을 취한다. 접근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두 그룹 모두 평균 이상의 주가 성적을 받쳐주는 낙관주의와 함께 허니문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CEO들은 이 시기를 되돌아보면서 첫해의 훌륭한 재무성과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해서 잠재적으로는 다음 단계에 문제를 키울 수 있는 씨앗을 뿌린 셈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한 최고임원은 이렇게 회상했다. “주가가 과하게 높아진 거죠. 모멘텀 투자자[1]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CEO가 나서서 “사실은 말이죠, 주가가 너무 높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적의 현실이 우리를 타격했고, [두 번째 해에는] 성과가 더 저조했습니다.”
2년차
소포모어 슬럼프[2]
허니문의 활기는 사라진다. 심각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대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부정적인 관심을 받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한 CEO는 이렇게 표현했다. “첫 12~18개월 사이 어느 시점에 전기톱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CEO들은 소포모어 슬럼프의 빈도를 인식하고 잠재적인 실적 둔화와 관련한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 “소통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때조차도, 당신은 아마도 소통이 부족한 상태일 겁니다.” 한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CEO와 이사회는 성과가 정체되는 이런 초기 시기를 활용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나아가 전략적 방향을 가다듬고,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신뢰를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처음으로 되돌릴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단계에 있다는 인식을 할 때, 이사들이 침착성을 유지하고, 합의한 방향을 지지하고, 경영진이 단지 행동을 위한 행동을 취할 경우 이를 제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CEO와 이사회가 충분히 보조를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성과가 크게 떨어진다면 이는 미래의 어려움을 가져오는 데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소포모어 슬럼프를 심하게 경험한 CEO들은 몇 년 후 자리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유의할 만한 수준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성과가 뛰어난 CEO들은 2년차를 헤쳐나갈 때 완전한 투명성을 가지고 이사회와 경영진, 투자자들을 대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소중한 피드백을 수집했고, 찬성표를 늘리기 위해 미리 일대일 대화를 하려고 적극 노력했다. 이처럼 신뢰를 쌓는 행동들 덕분에 초반에 확보한 선의의 많은 부분이 유지됐고, 심지어 이는 성과가 떨어졌을 때도 그랬다. 이 기간에 이사회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하지만, 건설적이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화는 기대가 현실과 더 가깝게 보조를 맞추도록 도와줄 것이다.
3~5년차
회복
소포모어 슬럼프에서 살아남은 CEO들은 대부분 호의적인 순풍이 불어오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처음 2년간 추진했던 일들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다. 이사회는 CEO가 슬럼프를 다루는 모습을 맨 앞에서 지켜봤다. 긍정적인 결과를 본 투자자들이 지지한다는 신호를 보내올 수도 있다. “함께 위기에 대응함으로써 팀의 신뢰를 얻고 모두를 통합시킨 거죠.” 한 CEO는 말했다.
이 단계에 CEO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제 그들의 흔적은 온 조직에 각인돼 있다. 전략적 방향이 설정되고, 조직문화는 계속 진화하며, 이사회의 긍정적인 역동성이 구축된다. 어떤 CEO에게는 이 시기가 M&A 기회를 모색할 이상적인 시점이다. 아울러 다른 이해관계자들 몰래 종종 아이디어를 실험하거나, 연구개발 부문이든 제품사이클 부문이든 혹은 그 전략을 진전시킬 역량이든 상관없이 신사업을 위한 씨를 뿌리는 때이기도 하다. 어느 CEO가 말했듯이 이 시기는 “당신의 행동과 업무량이 성과에 즉각 반영되지 않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이때가 되면 CEO는 이런 단절상태를 해결할 충분한 경험을 보유하게 된다.
소포모어 슬럼프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CEO들은 이사회의 압력이 커지는 걸 느낄 수도 있다. 한 이사가 말했듯이, “이사회가 진짜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시기는 3, 4년차” 때다. 이 기간에 압력을 받았던 일부 CEO는 이사들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도록 초반에 회의실 밖에서 그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CEO 중에는 종종 출장 중에도 일부러 이사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려고 노력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 단계의 끝을 향해 가면 CEO들이 약점을 키우게 될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몇 년간 뛰어난 성과를 거뒀을 때 더욱 그렇지만, 확신이 과신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일부는 초조함을 느낀다. 그들은 이제까지의 경로에서 경험했던 잦은 승진과 업무 변화를 그리워할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삶과 가족을 누르는 중압감을 깨달을 수도 있다. 다른 CEO들은 업적과 관련된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일부 CEO들은 큰 투자건이 결실을 얻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고민하면서, 자신이 떠날 때까지 수익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는 베팅에는 망설인다.
6~10년차
현실 안주의 함정
회복기 다음에는 종종 장기침체와 평범한 성과의 시간이 뒤따른다. 드러나게 나쁜 성과는 아닐 수도 있지만(어떤 경우는 신흥시장에서의 성장 덕분에 가려지기도 한다), CEO들은 초기 몇 년의 성과수준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해 다음에는 더 낮은 성과가 나오는 몇 년이 뒤따를 수도 있다. 한 해 실적이 나빴을 때 그것이 심각한 문제가 닥쳐온다는 신호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이사회들은 개입을 늦추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이사회들은 이런 경우 신속하게 CEO를 해고하려고 행동한다. 평균적인 임기를 감안할 때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 데이터 세트에 포함된 많은 CEO들이 이 시기에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CEO와 이사회는 물론 조직 차원에서 현실에 안주할 위험이 커진다. 지금 안장에 확고하게 앉아 있는 만큼, 일부는 고삐를 늦춘다. 타 기업 이사회 활동이나 외부강연, 자선활동과 같은 외부활동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업무에 주의가 산만해지는 CEO들도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몇 년을 보낸 후에도 개인적인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는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몇몇 이사들은 점증주의의 함정을 지적한다. CEO가 분석력이 부족하고 시간과 정보도 제약돼 있어서, 지금의 정책과 약간 다른 변화만을 대안으로 고려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점증주의에 빠진 CEO들은 성공에 대해 소심해지고, 과거 의사결정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취하기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초반에 그들은 전임자들이 결정한 사항들을 바꿔 놓았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결정을 재고하고 끝이 다가왔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이 시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 CEO들은 재창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사업에 계속 집중하면서도 현재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현실 안주는 저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한 CEO가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엄청난 결과를 달성할 거라고 가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해야 했죠. “아닙니다. 우리는 업무를 새롭게 할 방법을 계속 찾아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어떤 리더들은 “고장 나지 않는 한 고치지 않는다”라는 사고방식을 적용하고 전략을 충분히 재고하지 않는다. 심지어 CEO는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타성에 젖은 이사회가 변화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 과정을 오랫동안, 아마도 너무 늦어질 때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 한 이사는 자신이 관찰했던 많은 CEO들의 예를 들며 “성과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CEO는 방어적이 되지만, 그런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대신 CEO는 회사를 위한 새로운 기회들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 CEO와 이사들은 이 시기를 ‘유예된 만족의 기간’이라고 묘사한다. 장기적인 승부수를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기간인 것이다. 이런 전환 노력은 종종 비즈니스 모델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면서 조직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하지만 단기이익에 대한 압력이 계속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CEO와 이사들은 그런 비전과 시간적 틀에 있어서 계속해서 서로 밀접하게 보조를 맞춰야 한다. M&A나 제품개발 주기의 지연, 예상보다 길어지는 통합기간, 시너지 목표의 상실은 압력을 가중시킨다. 잠재적으로 총주가수익률을 끌어내리며, 성공적으로 전환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커다란 잠재적인 보상을 방해한다. 한 CEO는 이렇게 말했다. “제품 A가 쇠락하기 시작하지만, 제품 B가 성공할 거라고는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시기입니다. 엄청난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저 아직은 말할 수가 없는 거죠.”
이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현실 안주라는 함정이 시작되면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 CEO는 단거리 선수인가 혹은 마라토너인가? 이사들은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할지, 아니면 현재 CEO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맡겨야 할지 고심한다. 우리 데이터는 종종 중요한 인수, 기술 혁신, 제품주기의 변화, 지리적 확장과 같은 핵심적인 사건이 발생한 해에 성과가 급상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전후로 몇 년간은 성과가 침체된다. 이사회는 단순히 CEO의 아이디어가 고갈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한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몇 년간 어떻게 배를 몰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히트곡이 하나뿐인 가수라고 부르진 않겠지만, 확실히 이들은 2막이 시작되면 고전합니다.” 이사들은 리더십의 변화를 고심하면서도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사회에는 CEO 교체의 단점이 엄청나게 커 보입니다.” 한 이사가 말했다. 우리의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사회의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승계를 가속화하든가, 아니면 외부 압력에서 CEO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11~15년차
황금기
현실 안주의 함정에서 생존한 CEO들은 보통 최고의 기간을 누리게 된다. 그들의 오랜 헌신과, 회사와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결실을 가져오게 된다. 일부 CEO는 저비용구조를 주요 동력으로 삼은 경영전략인 플라이휠 효과를 묘사하기도 했다. 초반에 결과를 내지 못했던 프로젝트와 투자들이 마침내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이 되면 이사회가 CEO를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CEO들은 조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경기순환을 경험하며 회사를 이끌었고,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며 여기에 숙달됐다. 좋은 한 해 다음에 또 다른 좋은 한 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다. CEO들은 여러 명의 이해관계자가 있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법을 배웠다. “당신이 황금기까지 살아남는다면, 이는 회사를 잘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를 잘 관리했고, 이해관계자들을, 즉, 당신이 자리를 유지하는 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잘 관리했음을 의미합니다.” 한 CEO가 말했다. 우리가 인터뷰한 장수(長壽) CEO 중에는, 자신의 유산을 구축한다는 생각이 동기를 부여한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거둔 성과는 우리 표본으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CEO들은 성과, 건강, 개인적 이유 등으로 이 단계 이전에 경쟁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리더들은 가장 강력하다. 실제로 우리가 데이터를 공유했을 때 일부 관찰자들은 황금기의 뛰어난 성과가 단순히 이런 생존 편향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즉, 약한 리더들이 더 일찍 제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연구는 여기에 작용한 다른 요인들도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상의 자연감소율을 조사해보니 들어오고 나가는 해에 있어서 자리를 떠나는 CEO들의 수가 일정하게 나타났다. 이런 부침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자연감소율뿐이라면, 자연감소율과 성과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게다가 20년차에 접어들 때까지 살아남은 CEO들은 전체 재임기간 중 비슷한 패턴의 상승과 하락을 보여준다. 그들의 생존은 단순히 성과의 함수만은 아니었다. 이사회 및 투자자들과 구축한 신용과 신뢰도 힘든 시기에 그들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 시기에 이사회와 CEO에게 핵심 문제는 승계시점이다. 성과가 뛰어난 CEO들은 종종 퇴직 시기와 관련해 재량권이 더 많다. “당신이 10년 정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 이사회 멤버들이 당신을 마주 보고 “그만두라”고 이야기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한 CEO가 말했다. “따라서 당신이 오래 그 자리에 머물면서 다른 누군가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그만큼 못해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마무리를 멋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장수 CEO가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해도, 이는 승계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PwC가 최근 실시한 한 연구는, 오래 근무한 CEO가 다른 CEO들보다 성과가 더 좋지만, 전설적인 CEO를 승계할 경우 낮은 성과와 조기 해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특이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우리의 연구결과를 확인해줬다.
기업 이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 행동주의 주주들은 지나치게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사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익숙해졌다. 회사의 리더십이나 지배구조에 만족하지 못해도 주식을 팔 수 없는 인덱스 펀드들은 영향력을 행사해 이사회가 CEO의 성과에 책임지게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외부 압력은 CEO와 이사들 사이에 적대감을 높여서, 많은 CEO들이 이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오해를 산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이사회도 자신들의 역할을 더 확대하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요즘은 회사의 전략과 인재 관리, 조직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에 개입해 가치를 더하려 하는 이사회가 많다.
우리가 여기서 소개한 프레임워크는 경영진과 이사회 이사들이 임기 중 각각의 시기마다 만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과 기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또한 이사회가 좀 더 넓은 맥락에서 경영자의 성과를 바라보고, 의심이 생기는 순간에 과잉반응을 보이거나 혹은 그 반대로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용인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경영자와 이사회가 CEO직의 승계 계획을 세우기 위해 서로 협조하고, 물러나야 할 최적의 순간을 파악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제임스 M. 시트린(James M. Citrin)은 스펜서 스튜어트의 북미CEO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기업이사회 사업부문의 핵심 멤버다.
클라우디우스 A. 힐데브란트(Claudius A. Gilderbrand)는 스펜서 스튜어트의 리더십 자문서비스와 CEO 사업부문의 멤버다.
로버트 J. 스타크(Robert J. Stark)는 북미 지역에서 스펜서 스튜어트 CEO 승계 자문서비스를 공동으로 지휘한다.
[1]장세가 상승세냐 하락세냐 하는 기술적 분석과 시장 심리 및 분위기 변화에 따라 추격 매매하는 투자방식
[2]2년차 징크스. 데뷔 첫해 훌륭한 성적을 낸 운동선수 등이 2년차에 접어들면 1년차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