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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 리더십

설득 안 되는 사람을 설득하는 법

매거진
2021.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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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ing Yourself

설득의 과학적 원리, 그리고 스티브 잡스를 움직인 사람들


전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신념으로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흔히 잡스가 위대한 이유는 세상이 본인의 비전을 따르도록 만든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애플이 거둔 성공의 상당 부분은 직원들이 잡스가 자신의 입장을 다시 생각하도록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잡스가 자기 생각을 돌릴 줄 아는 사람들을 멀리했다면, 아마 세상을 바꾸지 못했을 것이다.

잡스는 절대 휴대폰을 만들지 않겠다고 몇 년 동안이나 고집을 부렸었다. 마침내 직원들의 설득에 생각을 바꾼 다음에는 외부 앱을 쓰지 못하게 막았다. 생각을 돌리는 데 다시 1년이 걸렸다. 런칭 9개월 만에 앱스토어는 10억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10년 뒤 아이폰 매출은 1조 달러(약 1100조 원)를 넘어섰다.

거의 모든 리더가 잡스의 재능을 연구하지만, 놀랍게도 잡스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의 천재성에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조직심리학자로서 나는, 잡스가 마음을 돌리도록 동기를 부여한 사람들을 만나 설득의 기법 뒤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분석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리더가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귀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아집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있다. 과신에 넘치고, 고집불통에, 자기도취적이고, 논쟁적인 사람들도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증거가 보여주듯, 상황이 바뀌면 성격적 특성도 바뀌기 마련이다. 고압적인 관리자가 때로는 고분고분해지고, 경쟁심에 불타는 동료가 가끔은 협조적으로 굴고, 늘 일을 미루던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는 일찍 끝내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모든 리더는 ‘if~ then~(만약 ~하면 ~한다)’ 방식을 따른다. 즉, 특정 시나리오에는 특정 패턴으로 대응한다. 고압적인 관리자도 본인의 상사와 소통할 때는 유순해질 것이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동료도 중요한 고객과 거래할 때는 협력 모드로 전환할 것이다. 일을 미루기 좋아하는 사람도 중요한 마감이 다가오면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이다.

컴퓨터 코드는 if~ then~ 명령어의 연속이다. 인간은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역시 예측 가능한 if~ then~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꽉 막힌 사람도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하고, 가장 개방적인 사람도 마음의 문을 닫는 순간이 있다. 따라서 불합리한 사람을 설득하려면, 그 혹은 그와 비슷한 사람이 언제 생각을 바꾸는지 지켜봐야 한다. 아래 소개하는 몇 가지 접근법을 사용하면 아는 체하는 사람이 뭔가를 배우고, 고집 센 동료가 입장을 바꾸고, 나르시시스트가 겸손해지고, 논쟁적인 상사가 당신의 의견에 동조하도록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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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체하는 사람에게 설명을 시켜라

누군가의 견해를 바꿀 때 만나는 첫 번째 장애물은 오만이다. 우리는 모두 자만에 빠진 리더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들의 무지를 대놓고 지적하면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게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일련의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은 예일대 학생들에게 TV나 변기 같은 일상용품이 작동하는 방식을 얼마나 아는지 스스로 평가해보라고 했다. 단계별로 설명을 써보라는 지시를 받기 전까지 학생들은 그들의 지식에 더없이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TV가 어떻게 화면을 전송하고, 화장실 물이 어떻게 흘러내리는지 설명하기 위해 애쓰면서 학생들의 자만심은 사라졌다. 어느 순간 그들은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얕은지 깨달았다.

뭔가 복잡한 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조차 겸손해지는 계기를 맞는다.

몇 해 전 나는 아이폰용 유리를 만드는 코닝 사의 CEO 웬델 윅스Wendell Weeks를 만났다. 윅스와 잡스는 아이폰 시제품의 플라스틱 표면이 계속 긁혀서 답답했던 잡스가 먼저 연락을 해오면서 교류하기 시작했다. 잡스는 디스플레이 위에 씌울 강력한 유리를 원했다. 하지만 애플 직원들이 코닝의 유리 몇 가지를 샘플 테스트한 결과 다들 너무 약했다. 윅스는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려면 세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쪽이 원하는 유리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윅스가 말했다. “하지만 그쪽 직원 중에 이 문제를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그러자 잡스가 대답했다. “나도 알 만큼 알아요!”

이후 윅스가 쿠퍼티노 애플 본사를 방문했을 때, 잡스는 윅스에게 유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다투는 대신, 윅스는 잡스에게 ‘당신이 선호하는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잡스가 이야기하는 동안, 두 사람 모두 잡스가 깨지지 않는 유리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 바로 윅스가 바라던 틈이었다. 윅스는 칠판 앞으로 나가 말했다. “과학적으로 설명을 좀 드리죠. 그러면 논의하기가 훨씬 좋을 겁니다.” 잡스는 동의했고, 윅스는 마침내 분자와 나트륨과 칼륨 이온 교환까지 포함한 유리 성분을 간략히 설명했다. 두 사람은 결국 윅스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아이폰이 출시된 날, 윅스는 잡스의 메시지를 받았다. “도와주신 덕분에 성공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현재 그의 사무실 액자에 걸려있다.


고집쟁이에게 고삐를 쥐여 줘라

누군가의 의견을 바꿀 때 마주치는 두 번째 장애물은 고집이다. 완고한 사람은 일관성과 확실성을 미덕으로 여긴다. 일단 뭔가 마음을 정하면 돌에 새긴 듯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끌을 건네면 생각이 한층 유연해진다.

한 유명한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이 '통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자신의 성공과 실패가 노력과 선택 같은 내부의 힘에 달려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행운과 운명 같은 외부의 힘에 달렸다고 보는가? 완고한 사람은 내부 통제를 믿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대학교의 학점제도 변경안을 검토하고 평가하게 했다. 평가에 앞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3분의 1은 새로운 제도를 다른 학교들도 널리 채택했고, 지금까지의 제도 중에 가장 훌륭해 보인다는 가벼운 주장을 읽었다. 다른 3분의 1은 새로운 제도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는 더 강력한 주장을 읽었다. 나머지 3분의 1은 별다른 주장이 없는 글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모든 학생이 새로운 제도에 대해 1점(매우 나쁨)부터 10점(매우 좋음)까지 점수를 매겼다.

학생들의 반응은 통제에 대한 믿음에 따라 달랐다. 외부 통제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명료하고 강한 논조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외부 영향에 쉽게 마음을 바꿨다. 내부 통제를 선호하는 사람은 가벼운 주장에 흔들리지 않았고, 강한 주장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자기 생각을 바꾸려고 하면 고무줄처럼 되받아쳤다.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여진 구상을 영화사 경영진에게 건넨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허락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들은 경영진이 스토리 짜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작가들은 제안을 마치 공놀이처럼 다뤘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경영진에게 던졌고, 경영진은 여기에 자기 생각을 보태 다시 작가에게 던졌다.

얼마 전 나는 애플의 전직 엔지니어 마이크 벨을 소개받았다. 벨은 스티브 잡스와 공 주고받기 게임을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1990년대 말, 벨은 자신의 맥 컴퓨터에서 음악을 듣다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컴퓨터를 끌고 다닐 생각에 짜증이 났다. 그가 오디오 스트리밍용으로 별도의 상자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잡스는 비웃었다.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안했을 때도 잡스는 “어떤 XX이 비디오를 스트리밍하고 싶어 하겠냐고!”라며 쏘아붙였다.

벨은 잡스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자기 통제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반박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잡스 자신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다른 의견들을 한층 열린 마음으로 검토했다. 벨은 새로운 개념의 씨앗을 심는 법을 배웠고, 잡스가 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햇볕을 쬐어 주길 바랐다.

많은 연구결과가 대답 대신 질문을 하면 사람들의 방어적인 태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사에게 생각과 행동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대화의 통제권을 넘기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혹시 이러면요?” 또는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무엇이 가능할지 궁금해서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어느 날 벨은 맥 컴퓨터를 방마다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다른 기기에서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날 거라고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는 대신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상자를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잡스는 여전히 회의적이었지만 가능성을 그려보며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허락했다. “잡스가 제 아이디어에 대해 논쟁하고, 제가 건의한 프로젝트를 남들에게 제안하는 걸 보고 성공할 줄 알았죠.” 벨이 회상했다. “결국에는 잡스가 사람들에게 저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애플TV로 가는 길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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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를 제대로 칭찬하는 방법을 찾아라

세 번째 장애물은 나르시시즘이다. 자기도취에 빠진 리더는 자신이 우월하고 특별하다고 믿으며, 틀렸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프레임을 적절히 짜면 결함과 오류를 인정하도록 구슬릴 수 있다.

흔히 남을 괴롭히는 사람과 나르시시스트는 자존감이 낮다고들 한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나르시시스트는 실제로 자존감이 높지만 대신 불안정하다. 지위와 인정을 갈망하기 때문에 연약한 자아가 위협받으면, 즉 모욕, 거절, 창피를 당하면 적대적으로 변한다. 따라서 존중받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에 호소하면, 의견 차이를 비판으로 간주해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데 대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애적 리더들도 겸손해질 수 있다. 즉, 자기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믿으면서 동시에 불완전함도 인정할 수 있다. 이쪽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존경심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1997년, 애플의 CEO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잡스는 애플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새로운 기술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한 남자가 소프트웨어와 잡스를 매섭게 비판했다. “안타깝지만, 말씀하시는 내용들을 들으니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계시는 게 확실하네요.”(어이쿠!)

잡스가 남자를 공격하거나, 변명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회의장에서 그를 내쫓았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잡스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이 신사분처럼 어떤 면에서 맞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잡스가 외쳤다. “솔직히 살면서 제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저 자신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애플은 실수를 찾아내겠습니다. 반드시 고치겠습니다.” 청중은 박수갈채를 터뜨렸다.

잡스를 매섭게 비판했던 사람은 어떻게 이처럼 차분한 반응을 이끌어 냈을까? 그는 칭찬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잡스 씨, 당신은 똑똑하고 영향력이 큰 분입니다.” 청중이 웃자 잡스는 말했다. “또 시작이네요.”

이 일화가 보여주듯이, 약간의 찬사는 나르시시스트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강력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존경심을 드러낸다고 해서 모두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앞뒤로 칭찬을 하고 가운데 비판을 끼우면 효과가 떨어진다. 피드백 샌드위치는 보기보다 맛이 좋지 않다. 사람의 기억에는 중간보다 처음과 끝이 오래 남기 때문에, 특히 나르시시스트는 비판을 아예 무시할 공산이 크다.

핵심은 당신이 생각을 바꾸려는 사람이 지닌 다른 측면을 칭찬하는 것이다. 자기애적 리더가 나쁜 결정을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면, 의사 결정이 훌륭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의 창의력을 칭찬하는 편이 더 낫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어떤 강점이 확고하다고 느끼면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분야의 단점을 받아들인다. 심리학자들은 나르시시스트들이 운동선수 같다거나 재미있다는 말을 들으면 공격성과 이기심이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의 발언자는 잡스의 자기애적 ‘if~then~’ 방식을 직감적으로 파악한 것 같다. 그는 잡스의 지성과 지위를 칭찬함으로써, 그가 소프트웨어에 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편안히 인정하게 만들었다.


논쟁가와 맞부딪쳐라

마지막 장애물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 태도로, 논쟁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논쟁가들은 항상 경쟁상대를 무너뜨리려 하기 때문에, 전략을 다시 고민해 보라고 하면 당신은 곧바로 그의 경쟁상대가 된다. 하지만 물러서는 대신 맞선다면 때때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논쟁가들은 갈등에서 활기를 얻기 때문에, 상대가 자기 뜻에 곧바로 굽히는 걸 늘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이들은 결판을 내고 싶어 한다. CEO가 계열사 이사진에 지명할 임원을 어떻게 골랐는지 조사한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상사의 의견에 동의하기 전에 습관적으로 논쟁하는 후보들이 지명받을 가능성이 더 컸다. 이런 사람들은 ‘예스맨’처럼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기꺼이 자기 생각을 위해 싸우고 이를 바꿀 용의가 있었다. 1980년대 애플의 매킨토시팀 리더들은 해마다 한 명씩 스티브 잡스에게 저돌적으로 도전했던 사람에게 상을 줬다. 나중에 잡스는 수상자들을 회사의 주요 부서 책임자로 승진시켰다.

최근 어떤 헬스케어팀의 주니어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를 살펴봤더니, 대부분 처음에는 상급자들에게 거절당했다. 24%의 아이디어는 입안자들이 제안을 다듬어 반복해서 올리고, 약점을 인정해 보완하고, 개념을 증명하고, 지지자를 모아 끊임없이 싸웠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었다.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휴대폰 개발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잡스는 수많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그중 하나는 ‘포켓 프로텍터를 쓰는 사람들’1이나 스마트폰을 쓸 거라는 것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수긍하면서도 잡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애플이 휴대폰을 만든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할까요?’ 잡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느끼는 경쟁심도 이용했다. ‘결국 윈도폰이 나오지 않을까요?’ 잡스는 끌리긴 했지만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잡스의 생각을 바꾸거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려면 회의 한 번이 아니라 몇 주 동안 함께 노력해야 했습니다.” 아이팟 발명가이자 아이폰의 공동개발자 토니 파델의 말이다. 아이폰의 경우 이런 논쟁이 수개월 동안이나 계속됐다. 파델과 엔지니어들은 몰래 초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잡스에게 견본을 보여주고,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조금씩 저항을 무너뜨렸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장악했기 때문에 애플에 하위 제품을 만들라고 강요할 가능성이 있었다. 개발팀은 다시 잡스의 논쟁가적 성향에 호소했다. 잡스가 통신사업자들을 자기 생각대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우리 제품이 충분히 강력하다면, 잡스는 통신사들이 모든 조건에 동의하게 만들어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었을 겁니다.” 파델이 말했다. 잡스는 가능성을 보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가 전투에서 이겼다. “잡스는 통신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립했습니다.” 팜 컴퓨팅의 전직 CEO이자 핸드스프링의 공동설립자 도나 두빈스키Donna Dubinsky는 말했다. “저는 항상 이것이 잡스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985년, 스티브 잡스는 기술적으로는 경이로웠지만 판매는 부진했던 Lisa 컴퓨터를 출시한 데 책임을 지고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났다. 2005년 잡스는 그 일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끔찍하게 삼키기 힘들었지만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었나 봅니다.” 그는 자신의 비전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갖고 있는 신념을 재고해야 할 때가 있다는 점을 배웠다. 나중에 CEO로 복귀했을 때, 잡스는 전에 없이 솔직해졌다. 또한 언제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나쁜 성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을 뽑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것이 애플의 부활에 발판이 됐다.

조직에는 잡스처럼 강력하고 비전 있는 임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토니 파델이나 마이크 벨 같은 직원, 웬델 윅스 같은 협력사, 애플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불만을 제기한 발언자 같은 이해관계자들도 필요하다. 이들은 과신, 고집, 나르시시즘, 혹은 논쟁가 성향이 있는 상사와 동료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줄 안다. 격변하는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인지적 유연성도 중요하다. 리더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을 능력이 부족하다면, 직원들이 용기를 내어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해야 한다.




1. 셔츠 포켓에 넣고 펜을 꽂을 수 있게 만든 비닐 케이스. 흔히 괴짜 엔지니어들이나 사용하는 물건으로 여겨진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와튼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다. 근저로 'Think Again - The Power of Knowing What You Don't Know'(Viking, 2021)가 있다.

번역 박정엽 에디팅 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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