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ING YOURSELF할 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과학적으로 검증된 7가지 전략
사람은 대부분 할 일을 미룬다. 그러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자책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꾸물댄다. 도대체 왜 그럴까? 적어도 3가지 이유가 있다. (1)좋은 체계와 습관이 없고(절제력 부족) (2)불안이나 지루함 같은 특정한 감정을 못 견디고 (3)잘못된 패턴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을 이해하면 맞춤형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마감이 닥칠 때까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는 등 사소한 지연을 최소화하고 자꾸 미루는 습관으로 생기는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습관이 있거나 또는 습관이 없거나흔히 미루기는 절제력이 부족한 결과라고 한다. 미루는 사람은 힘든 일보다 여가와 재미를 선택한다. 이 설명을 더 현대적으로 변주하자면 미적대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체계와 습관이 없다. 강력한 습관을 기르면 자제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연구가 보여줬다. 좋은 습관은 노력이 필요한 행동을 쉽게 유지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길러준다. 하지만 유익한 습관을 들이는 과정에는 보통 몇 개월이 걸린다.
자신에게 이런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나는 가장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나? 만약 없다면 다음 방법들을 시도해보자.
딥 워크 스케줄을 일정하게 잡아라. 나는 가장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일을 딥 워크
deep work라고 정의한다. 비즈니스 전략 수립, 복잡한 데이터 분석, 책 쓰기 같은 일 말이다. 딥 워크는 대체로 어렵지만 매일 일정한 패턴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덜 어려워진다.
습관은 일련의 행동을 보다 자동적으로 만든다. 일단 초보 딱지를 떼고 나면 자동차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무엇을 하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처럼 훨씬 복잡한 습관도 자동화할 수 있다. 자동화는 반복과 신호를 통해 일어난다. 따라서 오늘은 오전 11시, 내일은 오후 3시에 딥 워크를 하면 안 된다. 딥 워크는 시작하는 시간이 똑같지 않더라도 매일 일과 속에 일정한 패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일을 한 다음엔 딥 워크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나 같은 경우 매일 하루 최대 1시간 동안 이메일과 일반 업무를 처리한 다음 주로 글쓰기와 관련한 딥 워크 세션을 시작한다.
새로운 작업의 시작 시스템을 만들어라. 전문 분야를 벗어나 처음 하는 일을 맡으면 어떻게 할까? 새로운 작업에 착수하는 마스터 시스템을 갖추면 일을 덜 미루게 된다. 새로운 것과 마주할 때 밟는 절차가 습관이 되면 어떻게 일을 시작할지 고민하면서 겪는 결정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시스템은 일관된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 첫째, 작업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3가지 옵션을 검토한다. 둘째, 사전 부검
premortem을 통해 잘못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요소를 분석한다. 그런 다음 작업시간을 얼마나 써야 할지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가정들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어떻게 나만의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까? 역순으로 설계해보자. 성공적으로 마쳤던 어려운 작업 사례를 떠올리고 이를 달성하는 데 사용한 절차를 확인하라. 다른 사람의 방법을 따라하기보다 이 방법을 추천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성격과 강점에 맞는 시스템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인간은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 ‘회피’와 그 사촌쯤 되는 ‘반추
rumination’는 초진단적
transdiagnostic 요소로 알려져 있다. 즉 수많은 정신건강 문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이다. 회피 전략을 사용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사람은 우울증, 불안, ADHD, 섭식장애에 취약해서 악순환에 빠진다. 정신건강이 나빠지면 회피도 심해진다.
일을 하다 아주 가끔씩 슬픔, 회의, 불안, 지루함을 느끼거나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작업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반응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욱 강해진다. 부담을 느끼면 일을 미룰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메일 회신 같은 단순한 작업도 버겁게 느껴진다.
감정이 일을 미루는 주된 이유인지 아닌지 알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내 정신건강은 어떠한가? 내가 피한 작업이 특정 감정을 자극하나? 지루하고, 화가 나고, 불안을 자극하고, 원망을 불러일으키나? 그렇다면 다음 전략을 써보자.
감정을 파악하라. 심리학에서는 감정의 세분화라고 하는데, 감정을 명확하게 파악하면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을 미룰 때 각각의 감정이 일에 대한 태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도 유용하다. 이를테면 상사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일을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평가하면 8단계에서 불안, 6단계에서 분노, 4단계에서 지루함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일단 파악하면 감정을 개별적으로 다룰 수 있다. 평가 시스템은 이런 감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여 나가는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작업이 지루할 때는 일을 마치고 받을 보상을 계획하거나 친한 동료와 함께 하는 등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수행해보자.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나거나 짜증이 치솟으면 그 안에서 가치 있는 부분을 찾아보자. 상사가 지시한 수정 작업에 짜증이 나겠지만 능력을 연마할 소중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부서간 위원회 업무에 화가 나겠지만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팀원이 컴퓨터를 좀 봐 달라고 하면 신경질이 나겠지만 동료를 도울 수 있어 기쁠 것이다. 어떤 일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면 가장 덜 불안한 부분부터 시작해 다음으로 나아가자. 이를 노출 요법이라고 하는데, 가장 두려운 단계까지 서서히 진행한다. 가장 쉬운 단계들을 마치고 나면 처음에는 힘들어 보이던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감정을 더 큰 목적과 헌신으로 전환하는 이런 접근방법은 심리학자 토드 카쉬단
Todd Kashdan과 연구진이 개발한 심리적 유연성이라는 기술의 일부다.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할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자기 연민으로 강한 부정적 기억을 극복하라. 때때로 어떤 일에 대한 감정은 이전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내 경험을 통해 설명해 보겠다.
맨 처음 참가한 학회에서 내가 한 발표는 신통치 않았다. 대학원생이었을 때다. 뉴질랜드에 살았고 학회는 호주에서 열렸다. 나는 개최지 근처 대도시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다음 학회가 열리는 소도시로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 편이 항공료가 훨씬 쌌기 때문이다. 학회에 도착했을 때 나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치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사슴 같았고, 발표하는 내내 원고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그곳에 있을 때의 기분을 본능적으로 기억한다. 지도교수와 팀원들을 비롯한 청중을 바라보면서 연구와 관련된 모든 측면, 특히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들이 객관적으로 나보다 휠씬 낫다고 느꼈다.
지금도 발표를 해야 할 때면 20년 전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온다. 갑자기 나는 젊은 시절의 내가 되고, 몇 년 동안 쌓은 모든 기술과 자신감이 스르륵 빠져나간다. 이런 강력한 기억에 부딪치면 제아무리 뛰어난 프로젝트 관리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도 별 수 없다.
자신이 이런 종류의 반응을 보인다면 어린 시절의 사건, 초보 때의 기억, 더 최근의 작업과 관련이 있는지 검토해보자. 관련된 작업과 기억의 유형에 패턴이 있는지도 고려하라.
설득력 있는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감 어린 혼잣말로 정서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과거의 내 성과에 실망한 적이 있어서 망설이는 거야. 정상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야. 하지만 그때 난 초보였고 지금은 아니지. 경험으로 배우는 것도 괜찮아.” 자신에게 맞는 혼잣말을 찾아 재활용하자.
사고 패턴여러 다양한 영역에서는 절제력을 상당히 잘 발휘하는데 다른 특정 영역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특정 사고 패턴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미루기와 관련된 일부 인지적 요인들은 매우 보편적인 반면(예컨대 대부분의 사람은 마감기한이 긴 작업의 복잡성을 과소평가한다) 다른 요인들은 매우 개인적이다.
내가 가진 문제적 패턴은 이렇다. 나는 사람들이 내 글의 어느 부분이 좋다고 말하면 다른 부분은 좋지 않다고 성급하게 결론짓는 경향이 있어서 다시 글을 써야할 때 얽매이곤 한다. 방금 칭찬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인지적 장애물이 미루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면 이렇게 자문해보라. 내가 가진 기술을 고려할 때 객관적 절차보다 작업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가? 일단 일을 시작하면 꽤 즐기거나 적어도 만족감을 느끼는가? 대답이 ‘그렇다’라면 작업을 실제보다 더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인지적 장애물을 넘어 나아가려면 다음 전략들을 사용해보자.

역 브레인스토밍을 사용하라. 역 브레인스토밍은 라는 책에 넣기 전까지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방법이다. 하지만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술 중 하나가 됐다. 역 브레인스토밍을 미루기에 적용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정말로 피하고 싶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보자. 일단 답을 찾으면 반대 방법을 떠올리자. 그러면 앞이 좀 뚫렸다고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거나 훌륭한 동료와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없는 목표로 보일 수 있다. 반면 실수와 결함이 생길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 방식대로 접근하고, 내가 가진 강점을 활용하면 일이 더 쉬워 보일지 모른다.
재빨리 관점을 바꾸는 또 다른 방법은 미루고 있는 일과 쉽고 잘할 수 있는 일의 모든 유사점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블로그 게시물은 아주 편하게 쓰지만 연설문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둘 다 신속하게 주장을 밝히고, 대화체를 유지하고, 스토리를 전달하고, 청중이 ‘바로 내 얘기야!’라고 느끼게 만든다. 여기서 핵심은 나처럼 유사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찾아내는 일이다.
마찰이 많은 업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라. 익숙하고 적당히 생산적인 업무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훨씬 어렵지만 잠재적 가치가 높은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것보다 더욱 만족감을 준다. 우리가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보다 ‘할 일 목록’ 가운데 사소한 항목을 선택해 처리하는 이유다.
원만한 작업을 생산성과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이를테면 다양성이 높은 팀은 종종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갈등을 더 많이 겪을 수 있다. 새로운 업무는 마찰이 많아서 기본적으로 진행 속도를 늦추고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감정적 추리
emotional reasoning라는 흔한 인지 오류로 이어진다. 감정적 추리는 충분한 근거나 이유 없이 자신의 감정을 바탕으로 과도한 추정을 할 때 발생한다. 예컨대 자신이 긴장하고 저항을 받는다고 느끼면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진전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고 언제 자신에게 감정적 추리가 일어나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위인지
metacognition, 즉 자신의 사고 과정에 대한 인지는 정신적 오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단 나서서 가능한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설령 그렇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진전이 있을 거란 점을 명심하라. 의견 충돌 같은 마찰이 많은 작업을 잘 견디면 더 이상 일을 미루지 않게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생각이 들더라도 매일 일정 시간 동안 잠재력이 가장 큰 업무를 하겠다고 결심하라.
작업 시간을 짧게 제한하라. 일이 중요하거나 혹은 미루고 있을 때 우리는 종종 업무를 완수하려면 긴 작업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떨어진 생산성에 대한 죄책감에서 촉발된 자기 비판에서 나온다. 하지만 온종일 힘든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하면 더 많이 미루게 된다.
자, 이제 2가지 전략 중 하나를 시도해보자. (1)오늘 10분 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내일 다시 한다고 계획을 세운다. 오늘 조금 손을 대면 일을 시작하는 데 따르는 감정적 위기를 넘길 수 있다. (2)오늘 90분 동안 업무를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그걸로 끝낸다. 딥 워크를 할 만큼 제대로 단련이 돼 있다면 그 시간 동안 대부분의 일을 마칠 수 있다. 이는 합리적 목표다. 물론 원칙을 조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작업시간이 총 2시간이 될 때까지 날마다 10분씩 추가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마라톤을 뛰기 위해 훈련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어떤 자기계발 관련 글을 보더라도 조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이나 불안과 같은 지속적인 정신건강 문제 때문에 일을 미루고 있다면 스스로 해결하려 애쓰지 말고 되도록 전문가의 도움 아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분과 불안이 나아지고, 당황스럽고 얼어붙는 느낌이 덜할 것이다.
미루는 원인을 3가지로 분류했지만 사실 이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 행동(습관과 시스템), 감정, 생각은 모두 연결돼 있다. 따라서 어떤 일을 자꾸 미루는 주요 이유가 무엇이든 여기 소개한 모든 전략은 에너지를 모으거나 집중해서 마치기 힘들었던 일을 꾸준히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루기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옵션을 실험해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보자.
앨리스 보이스(Alice Boyes)는 전직 임상심리학자이자 <불안을 다스리는 도구상자>(한문화, 2017)의 저자다. 본 아티클은 신작 (TarcherPerigee, 2022)을 각색한 것이다.
번역 박정엽
에디팅 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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