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다시 디자인하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변화가 수년은 더 지속될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경영진은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내용요약
문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에 맞는 조직 구조와 관행, 프로세스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고 있다. 이유 변화가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이유는 그만큼 걸려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업무의 채택은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이란 무엇인지 등 모두가 당연시해 온 가정을 시험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정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때다. 제대로 된 답을 얻으려면 수년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 리더는 비즈니스와 직결된 중대한 변화를 다룰 때처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접근해야 한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서 배워야 한다.
2년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를 차츰 풀고 있을 무렵 필자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21년 5-6월호에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제대로 일하기’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기고한 적이 있다. 팬데믹으로 새로운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을 도입할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했고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모두에게 이로운 변화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여전히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변화가 일어나려면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하는 방식을 다시 디자인하는 일은 어렵고 복잡하다. 코로나19 시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기업과 직원 모두 불안한 경계에 서 있다. 과거의 일하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지 도통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사방에 모르는 것이 가득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하고 여러 가능성을 점쳐봤다. 그리고는 조직심리학자 커트 르윈Kurt Lewin이 수십 년 전에 제시한 모델로 돌아왔다. 르윈의 모델에 따르면 합병이나 경쟁기업 등장 등 조직에 외부 위협이 가해질 때는 단단하게 굳어진 수많은 가정과 규범이 ‘녹아내리기unfreeze’ 시작한다. 이어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기가 찾아오고 새로운 가정과 규칙이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면서 ‘다시 굳는다refreeze’.
지금이 딱 그 시기다. 변화의 규모도 엄청나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오랜 시간 견고했던 여러 구조와 관행, 프로세스가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과거 일하던 방식이 무너진 것이다. 원격근무와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새로 출현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자 그동안 새로 시도했던 방식 가운데 무엇을 남길지 평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일찍이 예상했지만, 예상한 대로였다. 2022년 2월 전 세계 36개국 68개 기업의 임원 2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과 관련해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새로운 업무 방식 디자인을 최종 확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나머지 98%는 아직 그 정도에도 못 미친 상태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업무 방식 디자인이 있고 부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40%)에 이어 ‘업무 방식 디자인을 아직 논의 중이다’(35%), ‘여러 옵션을 논의 중이다’(23%) 순으로 많았다. 다시 말해 기업 대부분이 과도기 단계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낡은 업무 방식은 이미 버렸고 새로운 방식으로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옮겨 가길 바라고 있지만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후 11월 다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최종 확정해 도입하고 있다고 응답한 임원의 비율은 무려 42%까지 늘었다. 마침내 마지막 관문에 다다른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과도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업무로의 전환이란 새로운 세계에서는 전 직원이 사무실로 전면 복귀하는 게 좋은지, 주 2~3일만 출근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게 맞는지 결정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위 질문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질문에 대해 논하면서 일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이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 가정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기업들도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일터 관행이나 규범의 수정이 최근 몇 세대를 통틀어 일어난 가장 중대한 변화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 전문 정보 및 이벤트 기업 어센셜 퓨처스Ascential Futures CEO 필 토머스Phil Thomas는 “산업혁명 이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큰 변화”라며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변화를 산업혁명에 빗대는 것은 너무 나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겪는 이런 변화가 안착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은 자명하다. 이는 기업 리더가 이 문제에 다르게 접근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비즈니스와 직결된 중대한 변화를 다룰 때처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접근해야 한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길은 미지의 미래로 나아가는 일이나 다름없다. 어떤 것이 통하고 어떤 것이 통하지 않는지에 대한 주요 연구 결과를 인정하고 염두에 둬야 한다.
팬데믹이 닥쳤을 때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과 관련해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눈에 띄는 연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니컬러스 A. 블룸Nicholas A. Bloom, 제임스 량James Liang, 존 로버츠John Roberts, 지춘 제니 잉Zhichun Jenny Ying이 2013년 발표한 ‘재택근무 통할까? 중국기업 연구결과’란 연구였다. 연구팀은 콜센터 근무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재택근무를, 다른 그룹에는 사무실 출퇴근을 하도록 무작위 배정했다. 연구결과 재택근무 그룹의 생산성이 사무실 출퇴근 그룹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휴가와 병가를 더 적게 쓰고 근무 환경도 더 조용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계속 다닐 확률도 재택근무 그룹이 더 높았다. 모든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 상당수는 적어도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은 사무실 출근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들은 집에서 고립된 채 홀로 일하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사무실에 직접 얼굴을 비치는 쪽이 승진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 실험 결과는 팬데믹 초기 원격근무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실험 규모가 작았고 연구 대상도 협소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나서야 지식노동자를 포함해 더 광범위한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라즈 초더리Raj Choudbury 박사 연구팀이 지식노동자 등의 재택근무 효과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직원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보장했을 때 직원 근속률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한 기업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고집한 기업에 비해 높은 고객 만족도와 고객 유지율을 기록했다.
원격근무는 연결성(인간관계)과 혁신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당히 걱정스러운 질문이다.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은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대대적으로 도입했던 2020년 상반기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6만 명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협업 네트워크가 큰 변화 없이 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곳곳에서 흩어져 일하는 직원들을 연결하는 다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연구결과도 유사했다. 이는 직원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가까이서 일하지 않는 경우 동료 피드백과 지도를 더 적게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경제학자 나탈리아 에마누엘Natalia Emanuel, 에마 해링턴Emma Harrington, 아만다 팔레Amanda Pallais가 소프트웨어 회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연구한 결과 이런 현상은 젊은 엔지니어와 여성 엔지니어 집단에서 유독 심각했다.
또한 화상회의는 창의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컬럼비아경영대학원 멜라니 S. 브룩스Melanie S. Brucks와 스탠퍼드경영대학원 조너선 레바브Jonathan Levav가 공동 연구한 결과 화상회의는 이미 알려진 아이디어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데는 유용했지만 혁신으로 이어질 만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방해가 됐다. 화상회의를 할 때 인지의 초점cognitive focus이 전반적으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식의 원활한 흐름과 혁신을 촉진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디자인하려면 과거 전 직원이 한 장소에서 근무하던 때는 없었던 의도적인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유니버시티컬리지런던UCL 의 젠 라이머Jen Rhymer 교수가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성공적인 조직 사례 6곳을 연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라이머 연구팀은 이런 업무 방식을 성공으로 이끄는 다양한 요소를 발견했다. 이를테면 업무 참여와 정보 공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규범이 있는지, 2~4주가량의 짧고 반복적인 프로젝트 주기를 강조하는지, 6개월~1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전 직원 워크숍을 실시하는지, 지금까지의 기업 연혁이나 기록보관소에 접근이 가능한지 등이다.
그 밖에도 여러 연구팀과 비즈니스 전문가가 아직까지 답을 구하지 못한 다른 질문에 골몰하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도 문화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가? 신입사원들이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고도 얼마나 업무를 잘 익히고 사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가? 만약 젊은 직원들이 커리어 초기 직접 얼굴을 보고 교류하면서 인맥과 네트워크를 쌓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등의 질문이다. 도움이 될 만한 답을 구할 때까지는 몇 년에 걸쳐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해야 한다.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은 리더의 미덕이 아니다. 리더라면 앞으로 다가올 기나긴 불확실성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핵심 질문 4가지
많은 경영진이 이미 이 과정에 돌입했다. 각 회사의 사정이 다 다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것, 무엇이 정답인지 결정하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의 구체적인 양상은 회사의 필요와 목표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었지만 필자가 이 과정에 들어간 리더들과 이야기한 뒤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경영진이라면 반드시 다음 핵심 질문 4가지를 던져야 한다.
1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칙은 무엇인가? 전략을 논의할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익숙하고도 중요한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구하고 나머지 핵심 질문 3가지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남은 질문의 답을 얻을 때마다 1번에서 규정한 가치와 원칙에 부합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잘 지킨 모범 사례로 어센셜 퓨처스 경영진이 있다. 어센셜 퓨처스는 하이브리드 업무로의 전환기에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두 가치 가치를 결코 잃지 않겠다 마음먹었고 이후 마음먹은 대로 나아갔다. 글로벌 과자기업 마스 리글리Mars Wrigley 경영진은 일선 직원, 소위 ‘어소시에이트associate’의 안전 보장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때 품질, 책임, 상호성, 효율성, 자유라는 마스의 5가지 원칙을 고려했다.
2 우리가 채용한 직원, 우리가 하는 업무, 우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다른 말로 바꾸면 ‘무엇이 우리 회사를 특별하게 만드는가?’다. 오랜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해야 한다. 업무 방식을 다시 디자인할 때는 단순히 회사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의 특별한 점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 초기 마스 리글리 경영진은 특정 어소시에이트 집단의 니즈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처음부터 회사 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장 노동자에 초점을 맞췄다. 마스 리글리 글로벌 공급 부문 부사장 마이크 캐러벅Mike Carabok은 “우리는 어소시에이트의 건강과 웰빙을 보장하고,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며,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마스 리글리는 여타 많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모든 직원에게 회사 차원에서 여러 혜택을 지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장 직원에게 창의력을 발휘해 팬데믹으로 발생한 운영상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독려했다. 가령 어떤 공장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 작업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어소시에이트들에게 하루 최대 2시간 임시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디지털 및 기타 필요한 교육을 추가로 제공했다.
공장마다 운영 관행이 다른가? 공장 직원이 집에서 일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가? 팬데믹 전에는 이런 선택지를 고려한 기업은 드물었다. 마스 리글리의 실험은 단기간이긴 했으나 확실한 성공이었다. 이를 계기로 마스 리글리 경영진은 제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보다 많은 논의를 나누게 됐다. 마스 리글리 글로벌 공급, 인력, 조직 비즈니스 파트너 줄리 다실바 도밍게스Juli da Silva Domingues는 “전에는 생각지도 않은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며 “업무를 더 유연하게 만들고 공장 어소시에이트 채용 방식을 개선하는 등 여러 실험을 했다”라고 말했다.
3 회사의 어떤 게 잘 안되고 있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우리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 회사의 니즈에 최적화된 업무 방식을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걱정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할수록 더 좋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교통부Transport for NSW가 이 3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자.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뉴사우스웨일스 교통부는 도로와 철도, 선박, 경전철 이용객 수백만 명의 이동 편의를 관리하는 조직이다. 최고인사책임자CPO 트레이시 테일러Tracey Taylor는 “팬데믹에 들어서면서 필연적으로 여러 질문과 문제에 마주했다. 우리는 모두에게 유연한 업무 방식을 보장하고 싶었다. 이럴 때 운전사와 이들에게 의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하면 시드니에서의 기반 시설 투자가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사회 전체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에서 다기능 팀을 어떻게 같이 일하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이 질문들을 해결하고자 회사 임원급 100명이 하루 종일 직접 얼굴을 보며 논의하는 분기별 포럼을 열었다. 1년에 다섯 차례 90분짜리 화상회의도 진행했다. 비공식적으로도 자발적인 동료 그룹 모임을 만들었고, 직원들이 참여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행사도 주최했다.
논의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온전히 파악하고자 일련의 조사도 진행했다. 한 번은 회사 차원에서 여러 팀에 ‘일하는 방식’을 상세하게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두 달 동안 매주 직원 900명에게 요구되는 업무량, 일과 삶의 균형, 필요한 복지, (사내/팀) 문화와 소속감, 이상적인 유연 근무 조건에 관해 물었다. 위 설문조사 결과는 임원들이 어떤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이를테면 원격으로 처리 가능한 업무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사무실 출근 직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장해 비공식 교류를 활성화할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팀을 어디로 소집하는 게 가장 좋은지 등이다.
4 우리의 실험 가운데 다른 기업과 공유할 만한 것은 무엇이고, 다른 회사의 실험 가운데 우리가 배울 만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리더들로 하여금 회사 안팎에서의 집단 학습에 대해 더 고민하게 한다.
팬데믹 수년 전, 컨설팅기업 액센추어Accenture는 확장 현실, 가상 현실, 증강 현실 등등 여러 메타버스 기술을 시범적으로 사용해 내부 임직원과 클라이언트를 위한 몰입형 학습 및 협업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터지자 액센추어 경영진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신입사원 교육 방식과 직무훈련 방식을 구상했다. 실제로 2022년 액센추어 신입사원 15만 명을 메타버스에서 교육하고, 가상 고객과의 실전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무훈련을 시킨 것이다. 나아가 이 기술은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가상에서 전 세계 직원을 연결할지 구상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액센추어 북미 최고마케팅커뮤니케이션책임자CMCO인 지니 지글러Ginny Ziegler는 “바로 옆에서 동료의 목소리를 듣고 가상의 홀을 함께 걷는 것은 몇 시간 내내 화상통화를 하는 것보다 훨씬 친밀하고, 활력 넘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타버스는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인력이 협업하고, 학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더 포용적인 현실을 만들어 구분을 없애고 평준화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리더는 회사 밖에서도 배울 수 있다. 어센셜 퓨처스에서 필 토머스Phil Thomas가 이끄는 팀이 대표적이다. 토머스는 다른 회사의 중역들을 만나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 전환할 때 어려웠던 점과 이를 어떤 원칙에 근거해 헤쳐 나갔는지 물었다. 그 다음 저마다 다른 해법을 채택한 기업 6곳을 골라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30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본인의 리더십 팀과 하이브리드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영상을 다 시청한 뒤 팀원들에게 “어떤 대목이 공감이 되는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결코 하고 싶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던졌다.
물론 그 답은 회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하이브리드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토머스의 팀처럼 집단적이고, 체계적이고, 심도 있고, 다른 회사의 경험을 본보기로 삼는 접근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음 단계들 하이브리드 업무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성공적인 전환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다음 두 가지 주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팀과 매니저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팬데믹 초기 많은 회사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안녕과 생산성을 신경 썼다. 당시로서는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조치였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직원 개개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경영진은 개인만이 아니라 팀 차원의, 나아가 그 팀 관리자의 안녕과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도입하면서 새로 생겨난 긴장들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좀 더 의도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영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이지 그룹Sage Group이 모범 사례다. 세이지 그룹의 경영진은 팀 단위의 교육과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고는 이것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세이지 그룹 최고보좌관COS 겸 조직 디자인 및 미래직장 디자인 이니셔티브 부문 부사장 아오이프 피츠모리스Aoife Fitzmaurice는 “사내 동료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하이브리드 업무로 전환하면서 생긴 문제로 매니저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더군요”라며 “그래서 매니저 직무 향상을 위한 업스케일링 온라인 학습 시리즈 ‘e-learns’를 개발했습니다. 어떻게 팀 내 이견을 조율하고, 적절한 시간과 장소를 물색하고, 경계를 관리하고, 효과적이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가르쳤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매니저 전용 실시간 문제 해결 커뮤니티를 만들어 매니저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가이드로 삼는다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꾸준히 오랜 시간에 걸쳐 실험과 학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이를 고려해 회사들은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던 대로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직원 반응은 어떤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미래인력팀Workforce of the Future 매니저 캐런 코셔Karen Kocher는 “주요 판단 지표로 두 가지 질문을 포함한 일일 직원 설문조사를 실행해 활용했습니다. 회사가 약속한 대로 유연하게 하이브리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매니저들은 잘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라며 “이를 통해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고 여러 조치를 취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매니저와 팀원 사이 1대1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 하이브리드 업무에 대해 매니저가 확신과 명확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인도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 경영진이 생산성과 회의 빈도, 업무 관여도, 이탈률에 관한 회사 내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 방식의 유연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여러 혜택을 조직에 안겨줬다. 가령 하이브리드 업무를 채택할 때 직원 학습 시간은 과거보다 35% 이상 늘어났다. 경영진은 이 연구결과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매니저가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직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팬데믹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을 알게 된 지는 오래 됐다. 기업 리더들도 당분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찌감치 직원들이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을 선호하고, 이 방식이 업무 관여와 민첩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업무 방식이 네트워크나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게 리더들의 몫이라는 점도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리더십 팀이 우리 회사만의 DNA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회사 안팎을 가리지 않고 배울 태세를 갖춰야 한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은 런던경영대학원 경영실무 교수이자 미래업무 연구 및 컨설팅기업 HSM 어드바이저리(HSM Advisory)의 설립자다. 저서로 <100세 인생>(클, 2020) 등이 있다. 최근작은 (국내 미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