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된 게으름뱅이’ 동화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행위는 예로부터 추방돼야 할 악행으로 여겨졌습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이른바 ‘농업적 근면’은 칭송받아 마땅한 미덕으로 꼽혔죠.
현대 사회에서 ‘바쁨’은 점점 더 권장과 찬양의 대상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냈을 때 즉각 답을 하는 동료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내·외부 미팅으로 꽉 찬 스케줄을 가진 동료는 ‘유능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회사가 이를 장려하기도 합니다. 늦게까지 남아 야근을 한다든지 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직원에게 좋은 점수를 줍니다. 자주 휴가를 쓰고 자리를 비우는 직원에게는 ‘일을 등한시한다’는 낙인을 찍습니다.
바쁨도 습관입니다. 언제든 무엇엔가 연결돼 있을 수 있는 이 시대엔 그런 습관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점점 더 바빠지고, 늘 정신이 없으며, 지루함과 한가로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심리학자 티머시 윌슨의 실험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15분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차라리 전기 충격 버튼을 눌러 고통스럽더라도 자극을 추구하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적입니다. 홀로 가만히 있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끔찍하게 힘들었던 거죠.
바쁠 때 우리 뇌는 ‘하던 대로’ 하기를 선택합니다.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보려 애쓰지 않습니다. 바쁨이 일상화하면 늘 하던 패턴을 벗어나기가 불가능해집니다. 외부세계가 단조롭고 지루해야만 내면세계에서 자극을 찾는 기제에 불이 켜집니다. 거대한 기억과 경험의 보고에서 이것저것 꺼내 연결하고 비교하고 섞어보며 재미를 구합니다. 그때 우리는 조각과 조각 사이의 상호관계를 새롭게 조망하며 창조적 영감과 통찰, 이전에 떠올리지 못했던 강렬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칼 뉴포트가 말한 ‘딥워크’가 가능한 것도 이런 때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몰입해 잠재력을 100% 발휘하는 상태죠. 철학자 안드레아스 엘피도르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아이디어들을 새로운 독립체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고독,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지루함을 옹호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누구나 바쁩니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끼워 넣어야 합니다.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일상에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조직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리더가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충분히 휴가를 쓰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장기적인 생산성과 창의적인 혁신은 그 멈춤과 비움에서 나옵니다. 이번 호 HBR에서 보다 자세한 방법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