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친구가 지역 문화회관의 성인 탭댄스 수업을 들어보라고 권했다. 엉뚱한 제안은 아니었다. 나는 젊은 시절에 20년 가까이 탭 수업도 듣고 공연도 했다. 20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검은 가죽 슈즈의 끈을 묶자 집에 온 듯 편안했다.
탭댄스를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동작이 금방 떠올랐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20년이나 발음하지 않은 탭댄스 용어를 입 밖에 내면서 에너지가 샘솟는다는 점이었다. 트리플 스텝, 리프 워크, 크램프 롤, 백 에센스. 강사가 용어를 말하면 내 발은 스텝을 밟았다. 심리언어학자 비오리카 마리안의 <The Power of Language>는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말하자면 나는 어릴 때 탭댄스의 언어에 유창해졌다. 탭댄스는 내 뇌를 바꿔놓은 의사소통 코드였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의 문을 열어줬다. 나는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던 언어를 다시 활성화하는 중이었다.
마리안은 다중언어의 힘을 탐구한다. 내 경우도 해당되지만 영어, 한국어, 자바스크립트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경우다. 마리안은 세계 인구 대부분이 하나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단일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다중언어 사용자의 힘은 이제 겨우 밝혀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다중언어를 구사하면 언어의 의미는 내재된 것이 아니라 할당된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추출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언어가 주는 느낌에 더 민감해진다. 마리안은 이것이 모두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다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비판적 사고와 기타 고차원적 기술을 아이처럼 빠르게 개발한다. 또한 여러 단계의 지시사항을 따르거나 방해 요소가 있을 때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신선한 연결성을 찾아내거나 단일언어 사용자에 비해 개방적이고 수용적이다. “다른 언어, 다른 세계관의 유용성과 아름다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편협함이 덜하리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물이나 사람을 악마로 몰아가는 경향이 약할 것이다.” 마리안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