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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집중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화법

매거진
2024.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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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는 말이 관여한다. 이메일부터 파워포인트, 전화 통화, 아이템 회의까지 설득하고 소통하고 연결하는 수단은 바로 말이다. 어떤 말은 다른 말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청중을 사로잡으며 행동에 나서게 한다. 이런 마법의 말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마법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행동을 정체성으로 바꿔라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 우리는 주로 동사를 사용한다. 파워포인트 수정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거나 회의에서 생각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한다. 유권자에게 투표를 권유할 때도 우편물을 발송해 ‘투표해 달라’고 독려한다.

여기서 표현을 조금만 바꿔도 영향력이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도와 달라’고 하는 것보다 ‘도우미’가 돼 달라고 요청할 때 실제로 도움 받을 가능성이 3분의 1가량 높아졌다. ‘투표하라’ 대신 ‘투표자’가 돼 달라고 요청할 때 투표율이 15% 높아졌다.

도와주기, 투표하기 같은 행동을 도우미, 투표자와 같은 정체성으로 바꿀 때 실제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사람들이 해당 행동을 바람직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 한다. 총명하고 유능하며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을 바람직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회로 규정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길 바란다면 귀를 기울이는 사람, 청자가 돼 달라고 말해보자. 누군가 나를 이끌어 주길 원한다면 리더가 돼 달라고 말해보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유도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길 원하는가? ‘속임수 쓰지 마세요’ 대신 ‘사기꾼이 되지 마세요’라고 했을 때 비윤리적인 행동이 절반 이상 줄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하고 싶은가?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지 마세요’ 대신 ‘쓰레기 무단 투기자가 되지 마세요’라고 해보자. 아이들이 진실을 말하게 하고 싶은가? ‘거짓말하지 마세요’ 대신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행동을 정체성으로 바꾸는 방식은 백 마디 설득보다 효과적이다. 철수와 민수라는 사람이 있다. 철수는 자주 달리러 나가고, 민수는 러너runner다. 누가 더 달리기를 좋아할까?

같은 말이라도 여러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좌파적 정치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보주의적’이라고 하거나 ‘진보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 개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은 ‘개를 정말 좋아한다’고 묘사할 수 있지만 ‘애견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소한 변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뜻은 미묘하게 다르다. 어떤 사람을 진보적이라고 묘사할 때 이 형용사는 그 사람이 좌파적 신념을 가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진보주의자’라고 묘사한다면 그 사람이 특정 그룹이나 유형에 속한다는 뜻이다. 전자보다 더 영구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당신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보여주고 싶은가? ‘열심히 일한다’보다 ‘하드워커’라는 표현이 더 호감을 준다. 동료의 승진을 돕고 싶은가? 그 사람을 ‘혁신적’이라고 말하기보다 ‘혁신가’라고 표현하라. 동료가 승진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런 말의 마법은 언어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 덕분에 알려지고 있다. 자연어 처리, 전산언어학, 기계학습 분야의 기술적 성취가 디지털과 결합하면서 인간의 언어 분석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행동을 정체성으로 바꾸는 방법은 말이 지닌 마법 중 하나일 뿐이다. 이외에도 수십 가지가 더 있다.


확신을 가지고 말하라

위대한 리더, 강력한 웅변가,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몇몇은 카리스마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입을 열 때마다 청중은 귀를 기울인다. 이들은 훌륭한 영업사원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어떤 청중이라도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는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고 특정 조치를 취하면 효과가 분명하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객관적 성과가 뚜렷한 금융자문 영역에서 사람들은 확신 있게 말하는 자문가를 선호한다.

확신을 가지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화자가 옳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자문가가 일을 제일 잘할까?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렇게 자신만만해 보이는데 설마 틀린 말을 할까 싶은 것이다.

대다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행동한다. 팀을 이끌든 클라이언트 앞에서 피칭을 하든 확실히 말하기보다 말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 솔루션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전략이 효과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게 최선의 조치인 것 같네요’라는 식이다.

얼버무리기도 어떤 면에서는 유익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말하는 사람의 영향력을 약하게 만든다. 단서가 붙은 한정적 진술은 듣는 사람이 화자의 조언을 따를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얼버무리기는 전달자를 덜 자신 있어 보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얼버무리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처음부터 그다지 확신이 없다는 것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면 얼버무리기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정적 진술에 익숙해진 나머지 별 이유 없이 얼버무린다. 이건 분명히 실수다.

화자의 설득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확신 없다는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얼버무리기도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와 같은 ‘일반적’ 얼버무리기보다 ‘제가 보기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같은 ‘개인적’ 얼버무리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이는 자신과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연결 지을 만큼 화자가 자신 있다는 표현이다. 다른 사람이 그 말에 귀 기울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확실성을 전달하고 싶으면 이를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자. 어떤 사람이 ‘필수적’이라거나 어떤 전략이 ‘확실히’ 효과적이라거나 어떤 행동이 ‘분명히’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면 청자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은 어떤 것이 110% 명확하다는 뜻이다. 화자는 확신이 있고 행동 방침은 명백하다. 청자는 화자의 제안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당신’이라는 말의 힘

‘당신you’이라는 단순한 단어에도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몇 년 전, 한 대기업으로부터 자사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해 효과가 있는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을 파악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수천 개 게시물에 자동 텍스트 분석을 실시한 결과, ‘당신’과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 독자 참여도가 높았다. ‘당신’을 비롯한 2인칭 대명사를 사용한 게시물은 더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았다.

‘당신’과 같은 단어는 ‘멈춤’이라고 적힌 표지판과 비슷하다. 나와 관련성이 있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셜미디어든 오프라인 회의든 관계없이 청자는 자신을 직접 지목해 말하는 것처럼 느끼면 하던 일을 멈추고 화자의 메시지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새 노트북 설정 방법이나 장치 문제 해결 방법 등을 기술한 고객지원 문서에 유사한 분석을 실시했을 때 ‘당신’과 같은 단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를 냈다. 개인적 관련성을 시사하는 ‘당신’이라는 말이 책임이나 탓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라는 표현과 ‘당신이 프린터를 작동시킬 수 없을 때’라는 표현을 비교했을 때 후자는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든 잘못했기 때문에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프린터 문제가 아닌 프린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사용자 문제라는 것이다.

이처럼 말은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누가 통제권을 갖고 누가 책임을 지는지도 암시한다.

‘서류 제출기한은 확인했어요?’ ‘개 사료는 챙겨줬어요?’ 같은 질문에는 비난조가 담겼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니 나쁜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되기 쉽다. ‘그게 왜 내 책임이지?’ ‘왜 내가 그걸 챙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서류는 제출됐어요?’로 살짝만 바꿔도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줄어든다. 행위자가 아닌 행동에 중점을 두면 비난하는 듯한 느낌이 사라진다. 상대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 그저 그 일이 처리됐는지 알고 싶고, 아직 안 됐다면 내가 처리하려고 했다는 뜻을 담을 수 있다.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당신이) 바빠 보이시더라고요’와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사실일 수 있다. 상대방과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가 바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셈이다. 상대방이 바빴다는 사실도 나쁘지만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상대의 잘못이라고 말이다.

‘당신’이라는 말을 빼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적절한 때가 아닌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면 누군가 콕 집어 비난하는 느낌을 피할 수 있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게 분명해지고 요구하는 느낌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느낌이 든다.



말하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입을 열면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글 쓰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마법을 부리듯 언어를 다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관심을 사로잡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운이 없어 그런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뛰어난 글솜씨나 말솜씨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배워서 익힐 수 있다. 말에는 놀라운 영향력이 있다. 말이 마법을 부리는 때와 그 이유를 이해한다면 누구나 말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조나 버거(Jonah Berger)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다.

에디팅 염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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