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반드시 실패를 겪어야 하나?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사건은 무엇인가? 배우자를 만난 것인가, 부모가 된 것인가? 아니면 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순간인가? 메건 맥카들(Megan McArdle) 기자가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뽑은 일생일대의 사건은 사랑/자녀/직업이라는 주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맥카들이 구글 검색으로 찾아낸 결과는 훨씬 뜻밖이었다. 이혼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이다. 암을 선고받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한 경험 역시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검색 결과는 단연 ‘감옥살이를 한 경험’이었다.
이런 응답을 보면 우리 사회가 뼈아픈 경험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충격적인 경험을 일부러 사서 하려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의 회복탄성력(resilience)을 시험하고 의지를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현상은 아니다. 구약성경의 욥기 이래로 끝없는 시련을 감내하는 인간의 의지를 다룬 문학 작품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떤 사람들은 왜 유난히 역경을 빨리 극복하는지, 그들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는지 연구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회복탄성력을 인간이 갖춰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직원을 뽑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뿐더러 자녀에게 심어주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도 반드시 길러야 할 정서적 특성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책장에 회복탄성력에 관한 책이 한 가득 꽂혀 있다 해도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맥카들은 위 조사 결과를 자신의 책 <실패의 역전: 실패도 잘하면 성공이 된다(The Up Side of Down: Why Failing Well Is the Key to Success)>에서 소개하고 있다. 데이비드 펠드먼(David B. Feldman) 심리학 교수와 리 대니얼 크라베츠(Lee Daniel Kravetz) 기자의 <슈퍼서바이버: 고난과 성공 사이의 놀라운 연관성(Supersurvivors: The Surprising Link Between Suffering and Success)>에도 비슷한 주장이 담겨 있다. <슈퍼서바이버>에서는 치명적인 암, 수족 절단, 심각한 뇌 손상, 자녀의 죽음 같은 끔찍한 사건을 오히려 인생역전의 계기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이들은 역경을 계기로 성장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변혁한다. 한창 시련을 겪고 있는 순간에도 변화를 시도하고 고통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이 신간들은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고집, 호기심, 성격의 잠재력(How Children Succeed: Grit, Curiosity, and the Hidden Power of Character)>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저자 폴 터프(Paul Tough)는 이 책에서 학술 연구를 근거로 인지기능보다 성격 특성의 개발을 우선시하는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런 비소설 장르의 서적 덕분에 성공을 주제로 한 책들의 수준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터프의 책은 충분히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 또한 아이들의 성격 형성, 부모가 자녀에게 심어주고 싶어 하는 특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펠드먼과 크라베츠의 책을 읽는다고 고난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는 요령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종교적 신념, 포용력, 죽음에 대한 인식 등 회복탄성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역경의 극복이라는 주제가 너무 이상화되는 것 같아 염려된다. 시련을 꿋꿋이 이겨내는 태도는 분명 칭찬할 만하지만 최근에는 실패를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처럼 인식하는 추세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모두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경험을 찾아볼 수 있다.’ 맥카들의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지만 지나친 주장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책에서 우리가 ‘실패’라고 여기는 사건들이 실제로는 우연한 사고나 단순한 실수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경험에서 교훈을 얻거나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 부분이 훨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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