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모든 조직에 증강현실 전략이 필요한 이유
마이클 E. 포터, 제임스 E. 헤플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디지털 데이터와, 이 데이터를 적용하는 물리적 세계 사이에는 근본적인 단절이 존재한다. 현실 세계는 3차원이지만,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치를 취하려면 알아야 할 다량의 데이터는 여전히 2차원의 종이와 화면에 갇혀 있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이런 격차 때문에 전 세계 수십억 개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SCP)을 통한 수많은 정보와 통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문제점
물리적 세계는 3차원인 데 반해 데이터는 대부분 2차원 화면과 종이에 갇혀 있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이런 간극 때문에 많은 양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솔루션
증강현실은 디지털 이미지와 데이터를 실제 사물에 중첩시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정보를 그 정보가 적용되는 맥락 안에 직접 보여줘서, 정보를 더 빠르게 이해하고 활용하게 해준다.
결과
GE, 메이요클리닉, 미 해군 등 선구적인 조직들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생산성, 품질, 훈련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증강현실은 인간의 강점과 기계의 강점을 결합해 가치를 창출할 여지를 보다 극적으로 확대시킬 것이다. |
물리적 세계 위에 디지털 데이터와 이미지를 덧입히는 일련의 기술을 뜻하는 증강현실은, 이런 격차를 좁혀 지금까지 활용된 적이 없는 인간만의 독특한 역량을 펼쳐 보일 미래를 약속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도 증강현실은 주류에 진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증강현실 기술 관련 지출이 600억 달러에 달하리라는 추정도 있다. 증강현실은 모든 업계의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조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직원을 교육하는 방식, 제품을 설계·제조하는 방식, 가치사슬을 관리하는 방식, 결국에는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킬 것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증강현실이 무엇이며 현재 어떤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이 진화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증강현실이 이토록 중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이 급증하면서 증강현실의 중요성은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이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구도를 재편하는 역량을 증강현실이 증폭하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되어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해 줄 것이다. 증강현실을 배치하는 데 따르는 도전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마존, 페이스북, 제너럴일렉트릭(GE), 메이요클리닉, 미 해군 같은 선구적인 조직들은 이미 이용하고 있으며, 증강현실이 품질과 생산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기업이 증강현실을 배치하는 방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증강현실을 전략과 운영에 통합할 때 내려야 할 중요한 결정 사항을 설명해 보려 한다.
증강현실이란 무엇인가?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은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산발적으로 개발돼 왔다. 하지만 증강현실의 잠재성을 열어주는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건 최근 일이다. 증강현실의 핵심은 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이미지나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뒤, 실제 세계에 겹쳐 놓는다는 점이다. 현재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고 있지만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 스마트안경 등 핸즈프리 웨어러블 기기가 점차 모바일 기기의 역할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냅챗의 사진 꾸미기 필터, 포켓몬 고 게임 등 단순한 증강현실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소비자 환경과 B2B 환경 모두에 훨씬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내비게이션, 충돌 경고 등 각종 정보를 운전자의 가시선에 직접 띄워주는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자동차 모델이 시중에 수십 가지나 나와 있다. 수천 개 기업이 제품 조립이나 서비스 설명을 눈앞에 보여주는 공장 근로자용 웨어러블 증강현실 기기에 대한 파일럿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증강현실이 기존의 매뉴얼과 훈련 방법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속도는 이보다 더 빠르다.
보다 넓게 보면, 증강현실은 새로운 정보전달 패러다임을 열어주면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관리하고,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웹이 정보의 수집과 전송, 접근방식을 완전히 뒤바꾸기는 했지만, 웹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식, 즉 평면 스크린에 페이지를 띄우는 방식에는 중대한 제약이 있다. 사람들이 2차원 형태의 정보를 3차원 세계에서 이용하려면, 그 정보를 머릿속에서 변형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사무실 복사기를 고치려고 매뉴얼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 과정이 늘 쉽지는 않다. 증강현실은 실제 사물이나 환경에 디지털 정보를 직접 포개서, 사람들이 물리적 정보와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도록 돕고, 두 정보를 머릿속에서 연결시켜야 할 필요를 없애준다. 이로써 우리가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흡수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고, 필요한 작업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자동차에 장착된 증강현실 디스플레이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GPS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평면 스크린에 나타난 지도를 보고, 지도 위 세상을 실제 세계에 적용할 줄 알아야 했다. 이를테면 번잡한 로터리에서 제대로 빠져나가려는 운전자가 도로와 GPS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지도 위 이미지와 꺾어야 할 옆길을 머릿속으로 연결시켜야 했다.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시선이 가 닿는 앞 유리에 내비게이션 이미지를 바로 포개놓는다. 이렇게 하면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정보를 머릿속에서 적용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따라서 운전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고, 도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을 강화하다’ 참조)
인간의 의사결정 능력을 강화하다 증강현실의 역량은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은 오감으로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다섯 가지 감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제각기 다르다. 시각이 단연코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인간이 얻는 정보의 80~90%가 시각을 통해 얻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하는 능력은 지능에 따라 제한된다. 이런 능력을 요구하는 정도를 ‘인지 부하cognitive load’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데 두뇌를 쓰면, 다른 일을 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인지 부하는 특정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능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에서 설명을 읽고 적용할 때는, 같은 설명을 귀로 듣고 적용할 때보다 인지 부하가 더 많이 걸린다. 문자를 단어로 바꾸고, 바꾼 단어를 다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지 부하는 ‘인지 거리’, 즉 정보가 제시된 형태와 적용되는 맥락 사이의 간극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운전을 하는 중에 길을 찾으려고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운전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작업 기억에 저장하고,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길을 눈앞의 물리적 환경으로 바꾸고, 그 길을 따라 운전해야 한다. 운전대를 잡은 동시에 이 모든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때 화면에 나타난 디지털 정보와, 그 정보가 적용되는 물리적 맥락 사이에는 상당히 먼 인지 거리가 존재한다. 이런 거리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인지 부하가 걸린다.
정보가 전송·흡수되는 속도와 이 정보를 적용하기 위한 인지 거리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천마디 말보다 그림 한 장이 낫다’라는 말의 핵심이기도 하다. 우리는 물리적 세계를 바라보면서 엄청난 양의 다양한 정보를 거의 곧바로 흡수한다. 마찬가지로 정보를 물리적 세계에 겹쳐진 이미지나 그림으로 맥락 속에서 보여주면, 인지 거리를 줄이고 인지 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증강현실이 강력한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물리적 세계보다 더 좋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는 없다. 그 위에 관련 정보와 안내사항을 필요한 장소와 시간에 디지털 형태로 겹쳐 준다면 말이다. 종이와 화면 위의 2차원 정보는 맥락을 벗어나 있고, 머릿속에서 처리하기가 힘들다. 증강현실은 이런 2차원 정보에 의존할 필요를 없애고, 우리가 정보를 이해하고 실제 세계에 적용하는 능력을 대폭 개선해준다. |
증강현실은 소비시장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인간의 수행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 현장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을 설계·건조하는 뉴포트 뉴스 조선소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뉴포트 뉴스는 제조공정의 마지막 무렵에 선박 검사를 실시할 때, 증강현실을 활용해 완성된 항공모함의 일부가 아닌 철골 구조물에 제거 표시를 한다. 그 전에는 엔지니어들이 실제 선박과 복잡한 2차원 도면을 끊임없이 대조해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최종설계 이미지를 선박에 겹쳐볼 수 있게 되면서 36시간 걸리던 검사 시간을 단 90분으로 96%나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증강현실을 사용하면 보통 제조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25% 이상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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