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EDITOR
CEO, 논쟁에 뛰어들다
과거의 CEO들은 정치적 논란을 피해 다녔다. 누가 이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의견이 양분화된 이슈에 대해 한쪽 편을 들었다가 잠재고객들의 호감을 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리더들이 정치에 무관심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CEO와 기업은 자신의 사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과 규제에 대해서는 로비활동이나 정치활동위원회(PAC)[1]를 통한 기부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왔다.
이제는 판이 완전히 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회 혼란과 정부 마비 사태를 겪으며 CEO들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여러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애플의 팀 쿡,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등 여러 기업의 리더들이 회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성소수자 인권, 이민, 인종차별, 환경 등의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의 애런 K. 차테르지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이클 W. 토펠이 ‘新 CEO 행동주의’(120 페이지)에서 지적하듯, CEO들은 주로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이렇게 용감한 발언들을 한다.
그러나 차테르지와 토펠에 따르면, 어떤 경우에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때문에 CEO가 사회적 논쟁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의 기업 주주, 직원, 파트너, 고객들은 CEO가 어떤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 주길 기대한다. 이런 정치적 활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CEO들이 많아질수록 점차 더 많은 이들이 용감하게 이런 추세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 민감한 이슈에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도 일종의 입장 표명으로 간주되며 그것이 대중으로부터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차테르지와 토펠이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CEO 행동주의의 전략적 시사점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트위터 시대에 침묵은 오히려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그에 따른 결과도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기업 리더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게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
[1]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기업이 PAC를 통해 간접적으로 공직자나 공직후보자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