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인공지능, 현실세계에 적용하기
지나친 야심은 지양하라
토머스 대븐포트, 라지브 로난키
2013년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는 ‘야심 찬’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했다. IBM의 왓슨 인지시스템을 이용해 특정 형태의 암을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추천하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비용이 6200만 달러에 이르자 프로젝트는 2017년 보류됐고, 시스템은 여태껏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In Brief 문제점 점점 많은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야심 차게 추진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상당수가 난관에 부딪히거나 실패를 겪고 있다.
접근법 회사는 획기적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해야 하며,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정 인공지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기업은 반드시 어떤 기술이 어떤 유형의 업무를 다룰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니즈에 따라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정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조직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스케일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
MD 앤더슨 암센터 IT그룹은 이 프로젝트와 함께 환자 가족에게 호텔과 레스토랑 추천하기, 청구서를 지불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환자 찾기, IT 직원의 문제 해결하기 등 작은 일에도 다양한 인지 기술을 시험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새로운 시스템 덕에 환자만족도와 재무성과가 향상됐고, 케어 매니저care manager[1]가 자료 입력처럼 지루한 작업에 쓰는 시간도 줄었다. 앞서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는데도 앤더슨 센터는 인지 기술, 즉 차세대 인공지능을 이용해 암 치료법을 개선하는 데 여전히 힘쓰고 있다. 현재는 인지 컴퓨팅을 위한 역량센터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설계자라면 이처럼 상이한 방식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하는 일이 친숙할 것이다. 연구팀이 인지 기술 사용에 익숙한 기업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이 앞으로 3년 안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회사가 큰 변화를 겪으리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구팀이 분석한 152개 프로젝트를 보면, 야심 차게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 성공률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에 집중한 ‘쉬운 목적 달성’ 프로젝트 성공률에 비해 거의 모든 회사에서 낮게 나타났다.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도 신기술을 도입한 대개의 회사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문제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과대 포장이 심하며, 상당수 기업이 이런 유행에 휩쓸린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다양한 카테고리를 살펴보고, 목적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몇 년간 기업이 어떻게 인지 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지 얼개를 제공하려 한다.
세 가지 유형의 인공지능
기업에서는 기술적 측면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보는 게 유용하다. 대개 인공지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3가지 주요 업무를 지원한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통찰력 확보, 고객과 직원 참여 활성화 등이다.(‘유형별 인지 프로젝트’ 참고)
프로세스 자동화. 연구팀이 살펴본 152개 프로젝트 가운데 71개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RPA기술을 이용해 보통 비영업부서의 행정과 재무 같은 디지털 및 물리적 업무를 자동화하는 경우였다(전체 47%). RPA는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 도구보다 발전된 기술이다. ‘로봇’, 곧 서버 코드가 다양한 IT 시스템에서 정보를 입력하고 소비하는 등 인간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RPA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한다.
•이메일, 콜센터 시스템의 데이터를 기록 시스템으로 전송. 이를테면 주소 변경이나 추가 서비스 사항 등 고객 정보를 수정
•분실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교체. 여러 시스템에 접속해 기록을 변경하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처리
•여러 문서에서 정보를 추출해, 결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비용 청구 실패 문제 해결
•조항을 추출하기 위해 자연어 처리 능력을 이용해 법률, 계약 문서 ‘읽기’
RPA는 가장 싸고, 앞으로 다룰 인지 기술 중에 가장 실행하기 쉽다. 대체로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고 회수도 빠르다. 또한 개발자들이 서서히 지능과 학습능력을 키우고는 있으나,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덜 ‘똑똑’하다. RPA는 특히 전자상거래 진행과정에서의 거래 처리, 결제, 물류배송, 고객 관리, 협력업체 관리, 보안 같은 여러 백엔드 시스템Back-end system관련 업무에 적합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비용 압박으로 인해 채무 거래, 채권 거래, IT 지출, 인사 관리 등 4개 프로젝트에 RPA 파일럿을 선보였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하나의 서비스센터에서 담당한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예컨대 인사 관리에 RPA를 시범 운영해 봤더니,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전체 업무의 86%를 처리했다. 이제는 RPA를 나사 전체에 적용하는 중인데, RPA보다 지능이 높은 RPA 봇bot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공유 서비스 센터의 프로젝트 책임자 짐 워커Jim Walker는 “지금까지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RPA로 인해 인간이 빠르게 일자리를 잃을 거라 내다본다. 그러나 71개 RPA 프로젝트 중에 관리직원 교체를 주요 목표로 삼은 경우는 없었다. 일자리 감소가 흔한 결과도 아니었다. 다만 몇 안 되는 프로젝트만이 인력 감축이 있었고, 대개의 경우 이미 해당 업무가 외주업체에 넘어간 상태였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RPA가, 특히 해외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다. 업무를 아웃소싱할 수 있다면 자동화도 할 수 있다.
인지 통찰력cognitive insight. 연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방대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도출하고 의미를 짚어내는 것이었다(전체 38%). ‘더 강력해진 애널리틱스’라고 생각하면 쉽다. 머신러닝 응용 기술은 다음 경우에 사용된다.
•특정 고객이 무엇을 구매할지 예측
•실시간으로 신용·보험 청구 사기 적발
•보증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차나 다른 제조업 제품의 안정성이나 품질 문제 확인
•개인 맞춤형 디지털 광고를 자동 구현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보험 모델을 보험사에 제공
머신러닝이 제공하는 인지 통찰력 기술은 3가지 측면에서 기존 애널리틱스와 다르다. 보다 데이터 집약적이고 자세하며, 모델은 보통 데이터 세트 일부에 숙달돼 있고, 갈수록 진화한다. 다시 말해 새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하거나 카테고리 항목을 늘려 나가는 능력이 나날이 좋아진다.
[1]환자나 노인 건강을 돌보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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