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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말이 팩트를 이기다

매거진
2018. 1-2월(합본호)

Synthesis

그럴듯한 말이 팩트를 이기다

거짓 뉴스와 수상한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가기

제프 케호

 

심시간이면 필자는 길 건너 피트니스클럽에서 잠시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을 이용하면서 TV에 이어폰을 꽂고 CNN과 폭스 채널을 오가며 그날의 주요 뉴스를 보면서 항상 놀란다. 각각 수백만 명이 시청하는 두 매체는 같은 세상에 존재하지만 묘사하는 현실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자면, 마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주인공 네오가 인식하는 현실이 달라지는 영화 <   매트릭스   >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1999년 개봉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디스토피아적 SF 스릴러로 여겼다. 왜냐하면 진실의 본질과 기술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다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와 현재의거짓 뉴스세상을 겪으면서 지난 몇 년 사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매트릭스가 제기한 질문은 지금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만한 직접적이고 적절한 문제가 되었다.

 

팩트와그럴듯한 말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특정 이권을 옹호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정치 사상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판매자나 동료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슬쩍 왜곡하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과 환상의 경계는 왜 이렇게 흐릿할까?

 

위와 같은 질문은 해리 프랑크프루트Harry Frankfurt의 짧은 논문 <   On Bull-shit   >(2005)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에번 데이비스Evan Davis가 저술한 우리 시대에 대한 연대기인 <   Post-Truth: Why We Have Reached Peak Bullshit and What We Can Do About It   >(2017) 등의 책으로 이어지며 떠오르는 주제가 되었다. 이 분야의 최신 저서 세 편은 새로운 현실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어떻게 지금의 상황이 되었는지 분석하고 그 영향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다.

 

작가이자 비평가인 커트 앤더슨Kurt Andersen의 저서 <   Fantasyland: How America Went Haywire   >어떻게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답한다. 앤더슨은 17세기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의 순례자들이 진정한 미국의 건국 세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종교적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가진) ‘몽상가인 동시에, (매일 습관을 엄격하게 따르고 과학을 사랑하며 예술을 혐오하는) ‘실용주의자였다. 앤더슨은 여기에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헌법이 더해져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고, 시민들이 무엇이든 만들고 홍보하며, 이를 믿을 자유가 공식적으로 보장된 국가라는 강력한 조합이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독자들은 앤더슨의 책을 읽으며 마법 양탄자를 타고 일종의 역사 기행을 하게 된다. 신앙부흥운동the Great Awakening(책에서는 이를 망상부흥운동the Great Delirium으로 재정의한다)을 지나 19세기의 최면술, 돌팔이 의사의 유사요법, 크리스천사이언스교Christian Science[1]등을 돌아본다. 물론영리한 헛소리에 넘어가는 미국 대중의 완벽히 선한 본성을 잘 이해한 P.T. 바넘P.T. Barnum[2]도 만난다.

 

앤더슨이빅뱅이라 명명한 1960년대로 넘어가면, 초개인주의와 무엇이든 괜찮다는 믿음이 급속히 힘을 얻는다. 좌파에서 상대주의가 떠오르면서, 역설적으로 극우파의 총기 소유 집착과 반정부 음모론, 기후 변화 부인 등이 용인되는 결과를 낳았다.

 

<   Fantasyland   >는 현 시대에 인터넷이 민주주의의 역학과 합세하여 거짓과 진실에 대한 전투를 대규모로 확대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클릭 수에 따라 어떤 의견의 중요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구글에켐트레일의 증거chemtrails proof’를 검색해 보자[3].)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계를 표하며 의문을 제기한다. 신앙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권리인가? 환상을 진실이라고 주장할 권리도 보호받아야 하는가?

 

기술 발전과 현실 세계의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디지털 기술이 환상의 세계를 향한 질주에 제동을 걸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 제리 멀러Jerry Muller <   The Tyranny of Metrics   >에 따르면 그다지 신빙성 없는 주장이다. 멀러는 현실 세계를 과학적으로 수량화하고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이 정보를 활용하는 방식에 장점이 많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경영, 정부, 의학,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보이는측정 강박’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멀러는측정 가능한 것이 반드시측정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측정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효용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로부터 자원을 빼앗아 간다고 말한다. 또한 측정 결과를 통해 사실이 왜곡된 정보가 확고한 지식인 것처럼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숫자가 일종의 신앙(판타지)이 되어 경험에 기반한 인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대체해 가는 과정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대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믿을 수 있고 데이터 전문가마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기이한 시대임을 설명했다. 반면 만화 <   딜버트Dilbert   >의 작가 스콧 애덤스Scott Adams의 신간 <   Win Bigly: Persuasion in a World Where Facts Don’t Matter   >는 새롭게 떠오르는 판단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조언한다. 이 책은 도발적이고 흥미롭다. 결과적으로 유익하고(설득의 언어에 대한 해설 목록이 포함되어 있다), 철학적이며(‘The Myth of Rational Mind’라는 짧은 장을 보자), 실용적(책 곳곳에서 금언에 가까운 설득의 비결이 공개된다)이다.

[1]물질세계는 실재가 아니며 기도만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기독교 교파의 하나

[2]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hineas Taylor Barnum). 미국의 엔터테이너, 기업인, 쇼맨. 바넘 앤드 베일리 서커스단을 설립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3]제트기가 남기는 비행운(Contrail) , 대중에게 알릴 수 없는 이유로 화학물질 또는 생물작용제를 살포하는 화학운(Chemtrail)이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각국 정부에서는 이것이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해명하려 했으나, 여전히 구글에는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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