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MANAGING ORGANIZATIONS
기업가치 훼손 없이 해고하기
인력 전환에 대한 더 나은 접근법
자동화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라는 두 가지 큰 힘이 일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많은 기업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들의 인력 전략을 재고하고 있고 때로는 고통과 파괴를 수반하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특히 일회적 구조조정과 일상적 정리해고에 많이 의지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전략은 모두 종업원의 몰입도와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부 기업은 그들에게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In Brief
현재 상황 자동화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 때문에 기업의 정리해고가 잦아지고 있다.
문제점 너무 자주, 단기성과를 위한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해결방안 몇몇 기업은 직원 정리해고를 기피하고 만약 정리해고를 시행할 때도 과정을 공정하게 하고 회사와 정리해고 관련 집단이 성공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인력전환 전략을 개발했다. |
핀란드 통신사 노키아 사례를 보자. 2008년 초, 노키아의 선임매니저들은 한 해 동안 이익이 67% 늘어난 것을 자축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저비용을 내세운 아시아의 경쟁사들로 인해 노키아는 가격을 35%나 인하해야 했다. 그 사이 독일 보훔 지역 노키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임금은 20% 뛰었다. 경영진의 선택지는 뻔했다. 보훔 공장 문을 닫는 것이었다. 당시 노키아 인사부문 총괄부사장 주하 아크라스Juha Äkräs는 2300명에 달하는 보훔 공장 직원들의 정리해고 문제를 논의하고자 보훔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들과 대화를 할수록 공장 직원들의 분노를 샀다. 아크라스는 “완전히 적의가 가득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분노가 불길처럼 번졌다. 일주일 후 보훔 지역에서 1만5000명이 시위에 들어갔다. 독일정부는 기업 조사에 착수했고 공장을 세운 대가로 받은 보조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너도나도 노키아 제품을 사지 말자고 외쳤다. 울부짖는 노동자와 노키아 제품을 파손하는 모습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공장폐쇄 비용은 보이콧과 언론 악평 등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를 제외하고도 2억 유로에 달했다.(정리해고자 1인당 8만 유로가 넘게 들었다.) 독일시장 점유율 역시 곤두박질쳤다. 노키아 경영진은 2008~2010년까지 매출 7억 유로와 영업이익 1억 유로를 손해 봤다고 추정하고 있다.
2011년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이 몰락하자 경영진은 다시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한다. 향후 2년간 13개국에서 1만8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독일 사건으로 쓰디쓴 교훈을 맛본 임원들은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는 새 프로그램을 시행해 구조조정에 타당성을 확보하고 연착륙을 도우려 했다.
샌드라 J. 서처 교수는 8년 동안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인력 변화를 연구해 우수한 사례를 찾았다. 샌드라 교수에 따르면, 너무 많은 기업이 자주 ‘나쁜 정리해고’를 하거나 ‘잘못된 근거에 기반을 둔 정리해고’를 단행한다.(잘못된 근거로 나쁜 정리해고까지 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먼저 ‘나쁜 정리해고’란 부당해고 혹은 직원 눈에도 타당해 보이나 이후 오랫동안 부정적 연쇄효과를 키우는 정리해고를 가리킨다. 노키아는 감원결정 직전 해에 막대한 이익을 거뒀기 때문에 독일 사회의 분노가 컸다. 부정한 기업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뿐 아니라 판매실적도 곤두박질쳤다. 다음으로 ‘잘못된 근거에 기반을 둔 정리해고’란 장기적 전략변화가 아닌 단기적 비용절감이 그 근거일 경우다. 2008년 노키아 구조조정 사례는 근거가 잘못되지는 않았으나 정리해고 과정이 적절치 못했다.
전 세계 정부 중 일부는 대량 실업이 줄 타격을 예상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관련법을 마련했다. 예컨대, 여러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 또는 경제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정리해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는 경제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라는 조건을 폐지했다. 미국에서도 기업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인력 감축이 쉬운지와는 별개로, 경영진은 정리해고가 가져올 결과를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연구결과 잘못된 근거로 정리해고하거나 나쁜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경영진이 목표한 바를 이룬 사례는 거의 없다. 이 기사는 인력전환을 이끌 좋은 방법을 다룬다. 감원의 경제적 활용과 회사와 정리해고자 모두 성공할 수 있고 정당한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다.
정리해고 효과, 왜 없을까?
노키아 사례가 범상치 않은 것임에도 익숙하게 들린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0~2008년과 2010~2013년까지 미국에서만 매년 88만 명에서 150만 명이 정리해고됐다.(지난해 데이터 기준) 정리해고는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도 계속됐다.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극에 달했던 2009년에는 미국 노동자 210만 명이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국제노동기구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실업자 수는 2007~2010년 사이 3400만 명 늘었다.
정리해고는 1970년대 이래 꾸준히 증가해 왔다. 맥마스터대 아트 버드로스Art Budros 사회학 교수에 따르면, 1979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5% 이하만이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나 1994년에는 전체 45%가 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미국기업 2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금융위기와 그 이후인 2008~2011년간 65%의 미국기업이 정리해고를 시행했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요동치는 시장, 극심한 경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제 정리해고는 기업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리해고와 관련된 다른 데이터를 본다면 기업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2012년 미국 텍사스 알링턴대 디팩 다타Deepak Datta가 정리해고 단행 기업에 대한 연구 20개를 살펴본 결과, 정리해고 발표 뒤 해당기업 주가는 수일 동안 보합을 유지하거나 떨어졌다. 또 정리해고 뒤 대개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익 감소세가 3년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번대Auburn University, 베일러대Baylor University, 테네시대 공동연구에 따르면 정리해고를 진행한 기업은 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파산 신청할 가능성이 2배 더 컸다.
고위직 관리자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 자주 가볍게 여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곤경에 빠진 기업이 정리해고를 진행하다 보니 재무성과가 나아지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비용절감을 위한 단기처방은 곧 정리해고를 의미하는 분위기라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실정이다.
감원을 진행한 순간부터 직원 훈련과 네트워크 형성, 업무지식 함양 등 기업이 해당 직원에게 투자했던 자원들이 무의미해져 버린다. 남은 생존자들이 받은 상처는 더 큰 문제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찰리 트레버Charlie Trevor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앤서니 나이버그Anthony Nyberg가 진행한 연구를 보면, 인력이 1% 줄면 다음해 자발적 이직을 택하는 사원이 31% 증가한다. 게다가 사기 저하로 업무 몰입도도 떨어진다. 정리해고를 목격한 직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낀다. 동료의 비극을 보며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도 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매그너스 스베르케Magnus Sverke와 자니 헬그렌Johnny Hellgren과 뉴질랜드 캔터베리대University of Canterbury 카타리나 냐스월Katharina Näswall이 실시한 2002년 조사를 보면, 정리해고 이후 생존자들의 직업 만족과 조직 헌신도, 업무 실적은 각각 41%, 36%, 20% 하락했다.
더 적은 직원 수로 같은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단기생산성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노동자만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니다. 뉴사우스웨일스대 마이클 퀸랜Michael Quinlan은 품질과 안전이 훼손되고 남은 직원들은 번아웃[1]되거나 이직을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과도 멀어진다. 가령, 하버드경영대학원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은 포천 선정 500대 IT회사를 연구하면서 기업이 인력을 15% 감축할 때 발명품 수는 24%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정리해고로 영업사원과 고객 관계가 금이 갈 수 있다.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와 M. 사지드 칸M. Sajid Khan, 얼 나우만Earl Naumann 등 연구진에 따르면 감원한 기업에 많은 고객이 등을 돌렸다. 분명 기업 평판에 영향이 있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E. 제프리 러브E. Geoffrey Love와 매튜 크라츠Matthew S. Kraatz에 따르면, 정리해고한 기업은 포천 선정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밀려났다.
정리해고당한 직원의 손해는 당장 일자리를 잃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콜로라도대 웨인 카시오Wayne Cascio 교수는 경기가 호전되던 1997~1998년 사이 정리해고당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연구했다. 대개 1년 후 처지가 나빠졌다. 41%만이 이전과 같거나 더 나은 임금을 받았고, 26%는 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21%는 실업자 신세였거나 아예 직업 전선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정리해고 후유증은 평생 이들을 괴롭혔다. 2009년 컬럼비아대 연구를 보면 1982년 경기침체기에 정리해고 당한 사원들은 20년 뒤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은 동료들보다 20% 적게 벌어들였다. 소득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미국 뉴욕주립대 조교수 케이트 스트룰리Kate Strully에 따르면 일자리를 잃은 다음 해에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83%,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6배에 달했다.
[1]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느껴 자기혐오나 무기력증 등에 빠진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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