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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관리

중국 기업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매니지먼트

매거진
2023.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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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중국 기업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매니지먼트
규모에 맞는 자율성, 내부 디지털 플랫폼,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초점에 우선순위를 둔다.



내용 요약

문제점

기업들이 성장하고 더 복잡해지면서 대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줄어든다.

전형적인 대응

서구 기업들은 종종 경영진의 감시를 줄여 일선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런 시도는 중복과 조정 실패로 이어진다.

돌파구

중국 기업은 직원들이 공유된 기업 자원과 역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일선 직원들은 특정한 사업 기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규모에 맞는 자율성, 내부 디지털 플랫폼,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초점에 우선순위를 둔다.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제조 분야의 역량으로 칭송 받아 왔다. 최근 들어서는 혁신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방식이 호평을 받고 있다.

나아가 지금은 ‘디지털로 무장한, 방향이 명확한 자율성digitally enhanced directed autonomy’, 즉 DEDA라고 불리는 접근방식을 통해 경영의 역할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는 면에 주목해야 할 때다.

DEDA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일선 직원들이 공유된 기업 자원과 역량에 직접 접근해 경영진의 간섭 없이 특정 사업 기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자율성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율성은 필요한 곳에 정확한 지시를 통해 주어지며 직원들이 주어진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일은 꼼꼼히 추적된다. 이런 접근방식은 관리 감독을 줄여 더 폭넓은 자율성을 제공하는 서구의 위임 모델과 대조된다.

이 글에서 우리는 DEDA 접근방식의 3가지 핵심 특성을 설명한다. 직원들에게 규모에 맞는 자율성을 허용하고 디지털 플랫폼으로 그들을 지원하며 명확하고 제한된 사업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두Handu, 알리바바, 하이얼Haier 그룹 같은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그런 기능을 활용하는지 설명하고 서구 기업들이 배울 만한 교훈을 끌어내고자 한다.




규모에 맞는 자율성


자율운영팀은 대개 공장 내 자율경영팀과 같은 작은 사업 단위에 적용되는 용어이지만 오래전부터 정착된 경영 개념이다. 중국 기업들은 팀 자율성을 수십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키워왔다. 특히 고객 대면 부문에서 그렇다. 이런 팀들의 자유는 자율성이 곧 지위를 부여하는 중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봉황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는 편이 낫다’는 중국 속담처럼 말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한두 그룹의 핵심 브랜드인 에이치스타일HStyle은 게리 하멜Gary Hamel과 미셸 자니니Michele Zanini가 ‘관료주의의 종말’(HBR 2018년 11-12월호)에서 묘사한 것과 같이 팀들로 이뤄진 시스템을 활용해 내부 기업가 모델을 창조한다. 제품 팀들은 제품 설계, 생산, 판매를 책임진다. 각 팀의 구성원은 최소 3명이다. 제품 개발을 맡은 디자이너, 온라인 포털 디자인과 전시, 판매를 책임지는 웹페이지 전문가, 그리고 구매, 제조, 재고 관리, 물류를 맡는 제품 관리 전문가다. 만약 그 제품이나 생산 라인이 인기를 끌면 팀 규모는 20명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다.

에이치스타일은 단일한 제품과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각 팀들이 새로운 제품 10여 개를 만들어냈다. 그 성공 덕분에 에이치스타일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파트너들은 맞춤형 제조업체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외부 파트너들은 한두 그룹과는 독립적이며 한두 그룹의 공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에이치스타일은 매년 매출, 총이익, 재고회전율 등 각 팀을 위한 과제 지표를 설정한다. 각 팀은 제품 개발, 신규 상품 출시, 할인, 판촉을 맡는다. 각 팀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회사는 매일 팀 성과에 순위를 매기고 누구나 팀 실적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이는 각 팀에 성과 압력을 가한다. 따라서 이 데이터와 순위는 매우 빠르게 변한다. 이런 일일 순위는 에이치스타일이 가진 내부 경쟁 모델의 핵심이다.

만약 한 팀이 나눠져 그 구성원 중 일부가 새로운 팀을 구성하면 새로운 팀의 리더는 데려온 구성원이 과거에 받은 교육에 대한 비용을 기존 팀에 지불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 시스템은 데려온 구성원의 상여금 중 10%를 1년 동안 기존 팀 리더에게 매월 자동으로 이전한다. 이 시스템은 각 팀이 조직을 재편성하고 새로운 자율운영팀을 만들도록 독려한다.

전자기기 업계의 거인인 하이얼은 2005년부터 런단허이rendanheyi(사람들, 니즈, 연결) 모델을 중심으로 자율운영팀을 만들어왔다. 이 모델 안에서는 직원 각자가 고객을 위해 직접 가치를 창조한다. 모든 직원이 가진 창업의 꿈을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모델 안에서 직원들은 손익에 대해 책임지고 스스로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며 하이얼의 평생 고객층을 다진다. 2010년 영업 일선에 있던 직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지주징잉티zi zhu jing ying ti, ZZJYTs로 알려진 소규모 자체 운영 팀에 소속됐다. 이 팀들은 고객의 미래 니즈를 예측하고 충족시키는 일은 물론 고객의 현재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서 직접 일한다.

이 운영 모델 안에서 각각의 ZZJYT는 손익에 대해 책임지고 구성원들은 팀이 창출한 수익 중 일부를 받았다. ZZJYT는 기술 플랫폼을 통해 백엔드에서 자원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연결됐다. 프런트엔드와 백엔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객 니즈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이익 공동체를 형성했고 이는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하이얼은 이런 공동체로 기반을 다졌고, 이들 공동체가 의사결정하고 인재를 채용하며 보상을 배분할 권리를 가진 소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했다. 창업팀들은 그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공급업체, 다른 소기업, 하이얼 그룹 내외부에 있는 다른 파트너들의 협력을 구할 수도 있었다.

하이얼은 더 최근에는 새로운 조직 포맷을 개발해 진화하는 시장에 적응했다. 바로 생태계 초소형 공동체들ecosystem microcommunities,EMs이다. EM은 특정한 조합의 사용자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소기업들의 공동체다. 하이얼은 계약을 통해 다양한 소기업과 이해당사자들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2019년 정저우Zhengzhou에 있는 냉장고 판매 소기업은 허페이Hefei에 있는 냉장고 제조 소기업과 함께 EM을 구성했다. 두 소기업은 한 가지 목표에 합의했다. ‘무결점zero-defect 무지연zero-delay 제품’, 즉 제시간에 배송되는 고품질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인센티브 메커니즘도 구축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수익이 20% 증가하면 해당 연합사업부는 14만 런민비RMB 가치의 주식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30% 증가하면 부여되는 주식 가치는 23만 런민비였고 이 두 소기업은 30%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처럼 자율성이 높아진 관행 덕분에 하이얼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었다. 하이얼은 현재 바이오테크 회사 2개를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하나는 냉장 체인refrigeration chains 분야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선 치료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하이얼이 백색가전 제조 분야에서 보유한 전통적인 기반을 의료서비스 분야로 확대하도록 돕는다.



서구 기업이 배울 만한 점

하이얼이 2016년 제너럴 일렉트릭의 가전 사업을 인수한 후 시행한 변화가 보여주듯, 서구 기업들은 조직 안에 중국 스타일의 자율운영팀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하이얼이 선임한 GE 가전 부문의 CEO 케빈 놀런Kevin Nolan은 이렇게 말한다. “통제를 과감히 포기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바로 그점이 서구 관리자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서구 기업들이 중국 모델의 모든 면을 채택할 필요는 없다. 일례로 하이얼 경영진은 GE의 가전사업부에 런단허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새로운 모델을 습득하도록 교육을 시작했고, 현지에서 어떤 것이 효과를 거둘지는 현지 사람들이 알 거라고 믿으면서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현지 적응 과정을 지원했다.

GE 가전사업부는 새로운 구조, 즉 명령보다 코칭에 더 초점을 맞추는 탈중앙화된 리더십 모델과 새로운 보수 모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더 기업가적인 문화를 채택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GE 가전사업부는 채용 기준과 과정을 바꿨다. 실제로 GE가 소유할 당시 가전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였던 놀런을 CEO로 승진시키며 새로운 인사관리 방식을 처음 적용했다. 놀란에 따르면 GE는 주로 재무 부문에 집중하는 MBA 출신을 CEO로 선임했지만 하이얼은 기술전문가가 책임을 맡아 수익보다 제품에 집중하길 원했다. 장루이민Zhang Ruimin 하이얼 CEO는 놀런에게 이렇게 말했다. “계획을 말해 보세요. 자금은 우리가 조달하겠습니다.”

더 기업가적인 태도를 갖도록 독려하기 위해 하이얼은 의사결정을 탈중앙화했고 직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GE 가전은 DEDA를 표명하면서 이런 조직의 주요 변화를 지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하이얼의 DEDA 접근방식에도 중요한 예외가 있다. GE 가전은 아직까지 내부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그런 경쟁적인 시스템은 수십 년간 함께 일하며 기존 소유주의 수익 중심 미션에서 중국 소유주의 기업가적 미션으로 옮겨가는 과정의 어려움을 견뎌낸 핵심 그룹의 협력문화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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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자리잡은 디지털 플랫폼


중국 기업들은 대응성과 효율성 모두를 높이기 위해 3가지의 시스템 조직 구조를 활용한다. 먼저 프런트엔드front end 혹은 시스템은 모든 고객 및 파트너와의 접촉과 상호작용을 아우른다. 백엔드back end는 중요한 데이터베이스나 창고, 제품 공장 같은 장기 자산으로 구성된다. 미들 시스템middle system은 이 둘 사이에 존재하며 프런트엔드를 백엔드의 자원 및 공급품과 연결하고, 필요하다면 이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역량과도 연결한다.

서구에서는 전통적으로 그런 연결 역할을 중간관리자와 회사의 기능 부서들이 맡는다. 중국 기업들은 프런트엔드 직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과 역량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그런 관료주의를 대체한다. 요컨대 그 플랫폼은 의사결정을 탈중앙화하기 위해 공유 서비스와 데이터, 역량을 중앙에 모은다.

예를 들어 한두 그룹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이 클라우드 기반 공급사슬 운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자율운영팀을 내외부의 공장과 연결한다. 이를 통해 한두는 어떤 제품 라인이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됐을 때 소량으로 신속히 생산하고 쉽게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아울러 이 플랫폼 덕분에 외부 파트너들은 필요에 따라 에이치스타일을 위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다른 고객들도 자유롭게 응대할 수 있다.

전통적인 포장운송 회사로 출발한 SF 익스프레스SF Express 역시 디지털 플랫폼에 의존해 프런트엔드와 백엔드를 연결한다. 다양한 직군이나 직위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과제나 프로젝트가 파악되면 책임자는 사업부나 직위에 관계없이 플랫폼을 통해 함께 일할 사람을 모을 수 있다. 이들은 동일한 플랫폼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나 데이터에 접근하고, 플랫폼은 과제가 끝날 때까지 활동과 진전 사항을 추적한다. SF 익스프레스는 전통적인 기술 기업은 아니지만 플랫폼을 업데이트하고 개선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3000명 넘게 채용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은 선임 경영진이 일선 직원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어떤 자원과 역량에 접근하는지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화장품 회사 린칭쉬안Lin Qingxuan은 플랫폼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 쇼핑 어드바이저에 대한 매우 세분화된 성과 평가를 시행한다. 거래가 매장 내에서 이뤄졌든 채팅 기능이나 전화를 통해 도와주는 어드바이저가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에서 이뤄졌든 어드바이저들이 창출한 고객 거래는 자동적으로 평가 요인에 포함되며 보상 결정을 주도한다.

알리바바는 미들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는 데 아마 가장 많이 발전한 기업일 것이다. 조직 구조의 중심에는 그룹 CTO가 이끄는 디지털 미들 오피스middle office 중타이zhongtai가 있다. 이 디지털 플랫폼은 전통적인 IT 전문가 팀이 아닌 교차 기능팀이 개발하고 유지한다. 덕분에 그들은 수백 개 사업과 10여 개 분야에 걸쳐 있는 상인 200만여 명의 니즈에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제3자 페이(알리페이Alipay), 클라우드 서비스(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Cloud), 물류(카이니아오Cainiao), 커뮤니케이션(딩톡DingTalk)을 포함한 알리바바의 보완재 공급자들과 연결돼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최고전략책임자를 지낸 쩡밍Zeng Ming이 묘사했듯이 알리바바의 사업 생태계는 거래와 정보 교환이 데이터 중심으로 순조롭게 돌아가는 기계, 즉 스마트 비즈니스가 됐다.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할 사실은 알리바바의 미들 오피스가 정적인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목적은 기업들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면 미들 오피스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지난 몇 년간 알리바바 그룹은 프런트엔드의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얇은thinner’ 미들 오피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서구 기업이 배울 만한 점

중국 기업들은 데이터와 IT 시스템뿐만 아니라 역량도 하나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언뜻 보면 이는 여러 조직의 임원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조직 중앙화를 위한 논의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공유된 사업 기능의 집중화를 최고경영진의 힘이 강화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서구 기업들이 망설이는 부분은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수십 년 동안 맞춤형으로 기업을 운영해온 결과, 관리자들의 역할과 책임이 정밀히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의 경영 시스템에서는 낮은 노동비용 덕에 프로세스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보니 과제 표준화를 훨씬 덜하는 경향이 있었다. 비용 격차는 줄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사고방식의 유산은 살아남았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구시대의 유산인 IT 인프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서구 기업들은 우리가 설명한 유형의 플랫폼을 도입하려면 먼저 디지털 전환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승자의 저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된 다국적기업의 이사회가 핵심 프로세스와 경영상의 보고 구조를 바꾸거나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길 망설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중국 기업들에는 깊이 밴 관행과 루틴이 더 적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서구 기업 중에는 우리가 설명한 플랫폼과 유사한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 일례로 독일의 화학회사 바스프BASF에는 서로 연결된 프로세스를 보유한 거대한 생산 단지들로 이뤄진 유명한 페어분트verbund 시스템이 있다. 또한 많은 은행들은 광범위한 공유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과 같은 기술 기업들은 다양한 기능팀과 사업부에 걸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유한다.



명확하게 규정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중국 기업이 서구 기업보다 우위에 있는 한 가지 주요 이점은 실행이다. 이를 이끄는 요인 중 일부는 규모가 크고 더 순응적인 중국의 인적 자원과 성실한 팔로어follower가 될 것을 강조하는 문화다.

중국식 경영에는 빠른 실행과 의사결정을 독려하는 특성도 있다. 바로 아마존이 처음 적용했지만 중국 기업들도 상당히 많이 수용한 개념인 ‘한 가지에 헌신하는 리더십single-threaded leadership’이다. 대개 특정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명확하게 정의된 과제, 예산, 타임라인을 리더에게 부여해 경영상 집중을 방해하는 일들을 엄격히 제한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자동차 및 전자기기 업체 BYDBuild Your Dreams다. 2020년 1월 말 팬데믹이 중국을 휩쓸 때 BYD 창업자인 왕촨푸Wang Chuanfu는 핵심 리더들과 사업부 수장들에게 마스크 부족 현상을 해결할 방안을 찾으라는 책임을 부과했다.

처음에는 BYD 직원 25만 명을 위한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 왕은 다양한 사업부 리더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BYD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청정룸dust-free rooms과 같은 가용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마스크 문제를 해결하라는 단일 과제를 부여했다. 리더들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3000명을 동원해 그 문제를 해결했다. 게다가 팬데믹으로 유휴 상태에 있던 기존 자원을 활용했기 때문에 왕은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었다. 불과 2주 만에 그들은 선전Shenzhen에 있는 BYD 산업 단지 중 한 곳에 새롭게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마스크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말까지 마스크 생산은 BYD 수익을 2019년 대비 160% 넘게 끌어올렸고 순수익 6억4000달러를 안겨줬다. 2021년까지 BYD는 매일 마스크 5000만 개를 생산했다.

하이얼 역시 조직 구조에 집중한다. 카스라 퍼도Kasra Ferdows, 하우 리Hau L. Lee, 자오샹더Zhao Xiande가 HBR 2022년 7-8월호 ‘공급망 플랫폼을 혁신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에서 썼듯이 하이얼은 톱다운 방식의 피라미드가 아닌, 백엔드 자원과 다른 소기업들의 역량을 포함한 공유자원을 활용해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4500개 자율운영 기업들의 플랫폼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하이얼은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레이저처럼 날카롭게 초점을 맞추는 기업가 4500명에 의해 운영된다. 그들에게는 번거로운 수직적 보고 의무도 없고 부서 간에 맞춰 서로 조정해야 할 부담도 없다. 초점은 오로지 명확한 목표를 가진 평균 12명 정도로 구성된 기업들에 맞춰진다.

2018년 하이얼은 소기업을 설립하고 주방 가전의 보완재가 될 수 있는 식료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주방가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이 팀은 신선식품을 스마트 냉장고에 다시 채워 놓는 작업부터 시작했지만 까다로운 콜드체인 물류 때문에 그 접근방식은 좌초됐다. 다음으로 그들은 전형적인 가족의 니즈를 다시 논의했고, 구운 오리와 같이 오로지 전문 요리사만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중국 요리를 먹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 소기업은 요리사, 레스토랑, 식품 가공처리 제조업체 등에 접근했고 구운 오리를 하나의 조리식품 옵션으로 만들어 고품질의 식사를 하려는 고객들이 냉장고에서 이를 미리 프로그래밍된 오븐으로 바로 옮겨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과제를 맡겼다. 해당 제품은 중국에서 새해 연휴 동안 바로 히트 상품이 됐다. 그 소기업은 현재 수십 개의 다른 복잡한 식품 범주에서 제품을 창안하는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하이얼에 따르면 소기업들이 창조한 새로운 사업들이 창출하는 매출은 5억 달러 이상이며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



서구 기업이 배울 만한 점

이 접근방식을 채택하기 전에 서구 기업의 임원들은 업무에서 감당하는 과도한 책임, 특히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소송이 흔한 만큼 공식적이되 임시적인 직위와 직무 기술의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평가 시스템은 임시적이지만 고도로 집중화된 과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더 유연해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하나의 단일 업무에 배정된 임원들이 정규 업무로 되돌아올 때 권한과 직위를 잃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은 해외 주재원 파견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오랫동안 직면해왔다. 주재원 파견은 임원을 고국 및 본사와 분리시키는 일종의 집중적인 리더십이다. 임원들은 종종 주재원 파견을 고국에 있는 더 좋은 기회로부터 차단하는 일종의 유배로 본다. 이런 부정적인 부작용과 싸우기 위해 일부 다국적기업은 주재원들에게 ‘주재 관리자’를 배정해 그들과 상담하도록 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서구 기업들은 집중 과제에 배정된 리더들을 위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서구 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은 협업을 약화하는 편협하고 좁은 관점을 가지도록 관리자들을 유도하는 성과 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개인 이익과 그룹 이익 사이의 긴장을 ‘개인주의적 집단주의’를 통해 해결하는 중국 문화와 관련해 서구 기업들은 그들 나름의 버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그룹의 이익 아래에 기꺼이 두려는 의지가 더 크다.

일부 서구 기업들은 개인 혹은 팀 인센티브나 보너스를 혼합해 활용한다. 여기서 팀은 작은 사업부 혹은 기업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팀 인센티브는 개인 인센티브보다 더 효과가 있다. 금융경제학저널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 실린 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인별 인센티브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증거는 거의 찾지 못했지만 팀에 대한 보너스 계획은 상호간 모니터링을 독려하고 최고경영진 팀들 사이의 조정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행히도 모든 직위 수준에서, 적어도 미국에서는 팀 인센티브가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2014년 미국 공개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참여 회사의 99%가 일종의 단기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보고했지만 팀 인센티브를 활용한다고 말한 경우는 28%에 그쳤다. 심지어 66%는 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제를 고려해봐야 한다. 2012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과 합병하기 전 콘티넨털 에어라인Continental Airlines이 경험한 사례가 그 이유를 보여준다.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콘티넨털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회사가 시간엄수 성과 부문에서 미국 항공사 중 5위 안에 든다면 직원들이 매달 보너스로 60달러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매우 적은 수준의 이 보너스가 콘티넨털의 재무성과를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직원들이 동료를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접근방식을 모방하려면 서구 기업들은 재무 인센티브를 더 능숙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사례이긴 하지만 독일 제약 업체 바이엘Bayer은 금전적 보상은 물론 사회적 보상도 있는 중국식 인센티브 시스템을 서구 기업이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바이엘 차이나는 직원들이 다른 동료들에게 ‘좋아요thumbs up’와 ‘감사 카드’를 보내도록 하는 등 비재무적 인센티브를 폭넓게 사용하는 직원 관리 및 인센티브를 위한 워크-라이프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했다. 이 시스템에는 강력한 사회적 요소와 게임화된 상호작용 메커니즘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급여 시스템과 연결된다. 직원들은 이를 열렬히 받아들였다. 플랫폼에는 날마다 감사카드 등을 보내려는 로그인이 4000번 가까이 발생했고 각각의 로그인은 9분간 유지됐다. 각 직원이 평균적으로 매달 감사카드 4개를 발행했고 89개 페이지를 방문했으며 43개 활동을 수행했다. 현재까지 1만7000건이 넘는 감사카드가 발송됐고 관리자들은 카드 관련 포인트를 300만 점 넘게 발행했다.

이런 유형의 사회적 인센티브는 계층을 완화하고 피드백 속도를 높여 내부 소통의 혁신을 가져왔다. 직원과 관리자들은 업무 목표와 성과 모두를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연간 성과 리뷰를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관리자들에게 시간적 자유를 준다. 이 접근방식 덕에 그들은 성과 결과만이 아닌 직원과의 대화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스타일의 성과 관리가 서구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이유를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시대에 성장해온 직원들의 경우라면 말이다.

많은 서구 기업들은 애자일 조직으로 변모하고자 노력하며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DEDA 덕분에 본질적으로 애자일한 경영 접근방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컨설턴트들이 린하고 애자일한 접근방식을 중국 경영진에게 소개했을 때 “우리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중국 기업에는 애자일 움직임이 현재 극복하려 하는 뿌리 깊고 낡은 프로세스가 적다. 국가가 소유한 느리게 움직이는 기업들에 대한 기억에 현혹되지 마라. 오늘날 많은 중국 기업들, 특히 정부 소유가 아닌 기업들은 효율적이고 성공적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크 J. 그리븐(Mark J. Greeven)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경영대학원 교수다.
캐서린 신(Katherine Xin)은 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바이엘 리더십 석좌 교수다.
조지 S. 입(George S. Yip)은 런던 임페리얼대 마케팅과 전략 분야 명예교수이자 보스턴에 있는 노스이스턴대 특별 초빙교수다.

번역 이희령 에디팅 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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