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불경기를 현명하게 헤쳐가며 업계 선도적 위치로 올라선 두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매 유통업체 타깃은 불황이 본격화하자 마케팅 비용을 20%, 자본 지출은 50% 늘렸습니다. 운영하는 점포 수를 947개에서 1107개로 늘리고 새로운 상품 라인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만 나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마존과 손을 잡고 온라인 부문을 고도화했고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저렴하면서도 시크한 디자인’이라는 이미지 굳히기에 힘썼습니다. 덕분에 경기 침체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10%대 이익률을 유지하며 유통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할인 소매업체 TJ맥스 등을 운영하며 타깃의 경쟁사로 꼽히는 TJX도 매장 수를 늘리고 면적을 넓히는 등 여러 투자에 나섰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단순한 외형적 구조조정보다는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같은 기간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든 업체들이 또 있습니다. 사무용품 전문업체인 오피스디포와 스테이플스입니다. 오피스디포는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거나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보다는 전체 인력을 6% 감축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으로 불황을 극복하려고 했습니다. 스테이플스는 실적이 저조한 일부 매장을 폐쇄하기는 했지만 문구류 중 고급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여기에 대한 서비스를 보강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10% 확충했습니다. 그 결과 불황 이후 3년 동안 오피스디포보다 30%나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경기 침체’라고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비용 절감’이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들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히 비용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경기 불황에 대응하면 효과가 작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오기 쉽습니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제가 조직 전체에 퍼지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노력이 축소되고 과감한 시도가 배제됩니다. 조직원들이 비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무력감이나 열패감이 확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