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화가 역행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에는 3가지 핵심 질문이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 자본, 정보, 인적 흐름의 성장이 역전됐는가?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경제를 라이벌 블록으로 분열시키고 있는가? 세계화가 지역화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가?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에 대한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아니요”다.
‘탈세계화 없는 디커플링decoupling without deglobalization’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곧 다국적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전략과 리스크 관리를 조정해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각국의 정책 양상이 세계화에 도움이 안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환경은 탄력적이므로 시장이 상당히 덜 세계화할 것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둔 과도한 전략 변화는 조심스럽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흐름의 성장이 역전됐는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무역, 자본, 사람의 흐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세계화는 끝났다는 추측이 쏟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가들이 자급자족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국가 사이에 오가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