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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지식 수준을
과대평가하게 만든다
연구 내용: 예일대 박사과정 연구원 매슈 피셔Matthew Fisher, 그의 동료 연구진 마리엘 고두Mariel Goddu와 프랭크 카일Frank Keil은 한 실험에서 언뜻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달의 모양은 왜 바뀌는지, 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 얼핏 상식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인터넷 정보 검색을 허용했고, 다른 한 그룹에는 금지했다. 그런 다음, 첫 번째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의 두 번째 질문지를 제시했다. 두 그룹을 비교한 결과, 온라인 검색을 할 수 있었던 참가자들은 두 번째 질문지에 답하는 자신들의 능력을 상당히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논의점: 인터넷은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는 두뇌에 저장된 정보와 인터넷상의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는가? 피셔 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
피셔:우리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의 지식 수준에 환상을 품게 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어요. 심지어 인터넷 검색을 하고도 첫 번째 질문지의 문제들을 맞추지 못하거나 아예 풀지 못한 참가자들 역시 검색을 금지당한 그룹과 비교하면 두 번째 질문지의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훨씬 높았습니다.
HBR: 인터넷 접속이 허용된 실험 그룹이 우연히 두 번째 질문지의 답을 더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그런 우려를 해소하려고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눴습니다. 참가자들의 사전 지식 수준 등 잠재적 차이점들이 실험 대상자들 사이에 되는 대로 퍼뜨려지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죠. 두 그룹 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첫 번째 문제지를 풀 때 인터넷 정보 검색의 허용 여부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한데요. 정비 기술자에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면 차량 유지에 자신감이 생길 테니까요.
그런 식의 비유와는 구분되는 결정적인 차별점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이 가능했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즉 필요한 정보가 두뇌에 저장돼 있다고 자신했어요. 이 경우에는 정비 기술자에게 연락할 수 있다면 스스로 차량을 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비유가 더 잘 들어맞겠네요.
참가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이미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었나요? 검색이 가능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보였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한 실험에서 단순히 참가자들에게 외부 자료를 검색하지 않고도 얼마나 답을 잘 설명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다음 실험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썼어요. 일단 참가자들에게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일수록 답을 하는 동안 두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점수로 평가하는 대신, 두뇌 활성화 정도가 다른 뇌 스캔 사진 여러 장을 보여줬지요.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두 번째 질문지에 답하는 동안 자신의 뇌가 어떤 모습일지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허용했던 그룹의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두뇌 활동이 활발한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현명한 방법이네요.
그렇죠, 우리 연구진이 좋은 방법을 생각해낸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분산기억transactive memory[1]의 파트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첫 데이트를 회상하는 노부부를 예로 들어보죠. 각자 기억을 더듬어볼 때는 둘 다 별 소득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첫 데이트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각자 기억하는 부분들을 합한 것보다 풍부한 추억을 재창조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실험을 보자면 기계 역시 분산기억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검색 엔진을 활용하면 ‘사람’이나 ‘검색 엔진’ 각각에 비해 뛰어난 정보력을 발휘하게 되는 법인데, 우리는 기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분산기억을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여기는 거죠.
게다가 인터넷 검색에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잖아요. 거의 언제나 이용할 수 있고요.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스스로의 무지를 자각할 일이 없어요. 인터넷과 우리 삶이 워낙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보니 우리는 지식과 연결돼 있을 뿐인데도 스스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인터넷을 우리의 일부라고 여기는 거죠. ‘인공인지cognitive prosthesis’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인공인지를 가졌다는 것이 그렇게 나쁜 건가요? 생체공학 팔bionic arm, 그러니까 인공 팔은 잘 사용되고 있잖아요. 비슷한 개념 같은데요.
인공인지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일만 없다면야 괜찮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요? 또는 우리가 지식에 접근할 수 없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이 인공인지에 의지해 자신들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박식하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면 외과의사 같은 직업을 들 수 있겠죠. 이런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인공인지에 의지하고 있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 연결이 끊길 일이 없도록 구조적인 조처를 취하려 해야겠죠. 인터넷에는 분명히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진은 외부에 정보를 저장하는 만큼 두뇌로 학습하는 것을 포기하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사용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이 진짜로 아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더 어렵게 되겠죠. 물론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어려워질 겁니다.
사람들은 연구 결과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제 예상보다 공감을 훨씬 더 많이 하더군요.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그런 상황이 오면 바로 인식하게 돼요. 비행기를 탔을 때나 휴대폰을 꺼내면 실례가 되는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일종의 바리케이드에 부딪힙니다. 갑자기 멍청해진 느낌을 받죠. 하지만 원래 더 똑똑했던 게 아니라, 검색 가능한 지식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으로 착각했을 뿐입니다.
[1]그룹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저장, 복구하는 집단 기억. 개별 구성원들의 기억보다 복합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가설이 있다 –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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