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ENTREPRENEURSHIP
창업자가 너무 막갈 때
스티브 블랭크
In Brief
문제점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자는 벤처자본가들에 의해 내쳐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지나치게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문제의 원인 IPO가 줄어들고 경영자로서의 과거 경험이 덜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노련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필요성이 줄었다. 또 VC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 문화를 유지하는 창업자들의 역량을 높이 사게 됐다.
해결하는 법 창업자에게 노련한 COO를 붙여주고, 상장기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관리자들을 영입하고, 창업주가 의결권을 장악한 회사에는 VC들이 투자를 제한하도록 유도한다. |
일부 스타트업은 CEO가 지나치게 큰 권력을 쥐고 있다. 이렇게 바꿔보자.
2017년 6월, 우버Uber의 이사회가 CEO이자 창립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을 쫓아내기로 한 결정은 너무 때가 늦었지만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이전 수개월간 캘러닉과 회사는 잇따른 추문에 시달렸는데 그 사건 하나하나가 웬만한 경영자는 끝장내고도 남을 심각한 것들이었다. 한 여성 엔지니어가 사내에 만연한 성희롱과 남성중심적 문화를 장문의 글로 고발했지만 HR 부서는 묵살해버렸다. 경쟁사인 리프트Lyft의 차량을 호출하고 취소하는 비열한 짓을 하다가 적발됐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우버 앱을 닫은 상태의 고객까지 몰래 추적했다.
서비스의 적법성을 두고 지역 택시업계와 분쟁을 벌이던 몇 년간 우버는 시 공무원들에게 소속 차량의 위치를 숨기고 앱의 가짜 버전을 보여주는 그레이볼Greyball이라는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우버 운전자가 회사가 요금을 점점 낮추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자 캘러닉 본인이 막말을 하는 장면이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히기도 했다.
한 주가 멀다 하고 터지는 추문에 고객들은 보이콧하기 시작했고 캘러닉을 퇴출하라는 요구가 쇄도했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마흔 살의 창업주를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 심지어 진상조사를 위해 이사회에서 채용한 전직 미국 법무장관 에릭 홀더Eric Holder가 우버의 조직문화를 비판하는 신랄한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캘러닉과 이사들은 ‘지도 감독을 잘 하겠다’는 두루뭉술한 약속, 최고운영책임자 고용, CEO의 임시휴직 처분 등이면 충분한 해결책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핵심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우버 이사회는 무슨 이유로 캘러닉을 그렇게도 유난스레 싸고돌았을까? 한마디로 권력 때문이다. 캘러닉은 우버의 의결권 대다수를 장악하고 최근까지 이사회 의석 대부분을 좌지우지했다. 한때는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크면 벤처캐피털리스트(VC)가 전문 CEO를 영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캘러닉은 그 시점이 한참 지나도 창립자가 조직의 수장으로 버틸 수 있는 세대에 속한다. 추문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상당히 독특하지만, 우버가 겪고 있는 조직의 지배구조 문제는 전혀 특별하지 않다.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제네피츠Zenefits, 인공식품 개발업체 햄튼크릭Hampton Creek, 사이버 보안업체 태니엄Tanium,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Lending Club, 의료기술 회사 테라노스Theranos등은 모두 스캔들과 창립자의 나쁜 행실로 위기를 겪었던 스타트업이지만 그 창립자 중에는 여전히 지휘권을 쥐고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버가 특이한 사례는 아니다. 과거와 달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립자가 조직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이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놀랍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방식을 보여준다. 나는 이런 추세를 ‘창립자의 복수’라고 본다.
이 글에서 나는 창립자의 권력을 그렇게까지 키워준 요인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어떻게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권력 불균형을 낳았는지 살펴볼 생각이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나는 스타트업의 조직 관리에 보다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 처방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창업자들이 어떻게 그런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때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을 세운 창업주들을 멋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이유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VC가 룰을 정할 때
1980~1990년대 테크기업과 그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IPO를 통해 돈을 벌었다. 그 시절에는 모든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IPO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동성이 부족한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일반인에게 팔아 현금화하려면 일류 투자은행과 손을 잡아야 했다. 투자은행은 대개 기업이 5분기 연속으로 수익을 증가시키기 전까지는 주식시장 상장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은 뭔가를 팔 능력을 갖춰야 했다. 돈을 내지 않는 사용자를 확보하거나 흥미로운 부분유료화freemium앱을 만드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고객이 돈을 지불하게 하려면 안정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그것을 판매할 전문 영업인력을 갖춰야 했다.
창립자들은 대개 창의력은 엄청나게 풍부하지만 수익을 증대시키는 데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은 부족하다. 스타트업이 언젠가는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모든 이의 바람이지만 창립자들에게는 큰 회사를 관리한 경험도 없고 별로 믿음직하지도 않다. 수문장 역할을 해야 하는 투자은행들은 그런 믿음직함을 IPO의 필수 요건으로 보았다. 은행이 회사의 CEO와 CFO를 데리고 전국을 돌며 기관투자가들에게 선보이는 로드쇼는 IPO 과정의 일부이며, 기관투자가들은 경험도 없는 창립자들이 회사를 지위한답시고 나서는 꼴은 절대 곱게 봐주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지분과 이사회 의석 대부분을 틀어쥐고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에게 IPO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바로 풋내기 창립자들이었다.
그래서 제품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VC들은 IPO를 추진하기 위해 판매인력을 확대하고 조직다운 조직(우버 같은 문제를 방지할 HR 부서를 갖춘)을 마련했다. 창업자인 CEO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적임자’, 즉 대기업 출신의 경험이 풍부한 관리자를 데려다 앉히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배경 스토리가 조금 다르긴 해도 그런 관행에 해당하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애플이다. IPO를 추진했던 1980년 당시 스티브 잡스는 회사 설립 후 4년 반이 지나도록 여전히 경영부사장 겸 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카리스마와 컴퓨팅의 발전 방향을 정확히 진단하는 능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잡스와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이 그 무렵 VC의 투자금을 여러 차례 끌어온 탓에 두 사람을 합쳐도 애플의 지분 가운데 23%밖에 소유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사진 6명 중에서 잡스 편을 들어주는 이는 거의 없었다. 1985년 잡스가 축출되고 펩시코의 회장 존 스컬리가 그 자리를 차지한 사건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비극이라 할 만하겠지만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잡스가 그렇게 오래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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