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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인사조직

냉소적인 태도가 일터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라

매거진
2022. 9-10월호
073

ORGANIZATIONAL CULTURE

냉소적인 태도가
일터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라
리더와 조직에 대한 신뢰,
그리고 확신을 회복하는 방법



내용 요약

문제점

타인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정직하다고 믿는 냉소주의가 만연한 조직이 너무 많다. 냉소주의를 보면 성과 부진, 이직, 부정 행위, 혁신 저하와 같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원인

부정적인 것에 끌리는 인간의 본능과 냉소주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통념으로 냉소주의가 지속되고 있다. 조직의 정책과 관행이 불신의 문화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해결책

조직 내 냉소주의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업 중심적 조직문화를 촉진하는 정책과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모든 직급의 리더가 신뢰를 보이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고 상호작용할 때 냉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는 IT 업계 임원이라면 누구나 탐낼 법하지만 2014년에는 달랐다. 당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이 정체되던 시기였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신기술에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구글, 아마존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겼고, 현실에 둔감한 낡아빠진 기업, 휘청거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덩치 큰 배라고 비난을 받았다.

디나 배스Dina Bass 블룸버그 기자는 ‘당신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자리를 마다해야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단점을 솔직하게 열거했다. 그로부터 5일 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CEO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는 더 깊은 문제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 불신, 경쟁, 부족주의tribalism에 휩싸여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게 문제였다. 2017년 출간한 그의 책 에서 나델라는 디자이너 마뉴 코넷Manu Cornet이 그린 마이크로소프트 조직도 삽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삽화는 사내 부서 간 대립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각각의 원은 서로를 총으로 겨누는 단단한 사일로silo를 의미했다. 웃기려는 의도가 담긴 삽화였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문제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 보기 드문 문제도 아니었다.

수많은 조직이 타인은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부정직하다고 믿는 냉소주의에 휩싸여 있다. 텍사스주립대의 댄 치아부루Dan Chiaburu와 공저자들은 냉소주의를 보면 성과 부진, 번아웃, 이직, 부정 행위와 같은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냉소주의는 확산 속도가 빠르다. 타인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험담하는 경향이 있다. 동료의 가장 나쁜 점을 드러내는 이런 행동은 냉소주의자의 의심과 불신을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만든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조치가 있다. 나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연구성과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냉소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과정, 냉소주의의 확산을 조장하는 조직의 정책과 관행, 직원들이 냉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냉소주의의 함정

냉소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두 자기 잇속만 챙기는 것 같고 타인의 친절한 행동에는 숨은 동기가 있는 것 같으며 타인을 신뢰하면 내가 만만해 보일 것 같다. 위워크와 테라노스 사태를 겪은 시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지나친 냉소주의는 개인이나 집단 모두에 독이 될 수 있다. 냉소주의자는 평생 소득이 더 적고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냉소주의자가 아닌 사람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냉소주의가 조직과 직장 생활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데도 냉소주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결과를 보면 1972년 미국인의 45%가 ‘대다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다. 2018년 그 비율은 약 30%까지 떨어졌다. 해마다 실시하는 에델만 신뢰도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의 2022년 결과를 보면 27개국 응답자의 거의 60%가 기본적으로 타인을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사람들은 개인에 대해서만 회의적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정치지도자, 기관, 기업에 대한 신뢰 역시 급락했다.

해로운 냉소주의가 널리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는 문화적이다. 부정부패와 불평등이 만연한 국가와 주(州)에서는 냉소주의가 더 빨리 자리잡는다. 직업 특성상 냉소주의를 받아들이기 쉬운 경우도 있다. 언론인은 거짓말을 잘 알아챌수록 성공하고, 스타트업 창업자는 실제보다 부풀려 말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불신을 얻기 쉽다.

냉소주의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의 결함을 악용하기도 한다. 나쁨에 치우친 조율, 선제공격, 냉소적 천재에 대한 환상이라는 냉소주의의 3가지 동인을 이해하면 조직에서 냉소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나쁨에 치우친 조율. 인간에게 최대의 위협은 속이고 훔치고 신뢰를 악용하는 타인이다. 이런 사회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에게는 ‘사기꾼 탐지cheater detection’라고 부르는 심리적 보호막이 형성돼 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속이려 하는 징후를 포착하면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사기꾼 탐지’는 나쁜 행위자와 좋은 행위자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은 원래 나쁘다고 전제하고 타인이 가진 최악의 자질에 집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긍정과 부정의 비대칭성positive-negative asymmetry’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이것을 ‘나쁨에 치우친 조율badness attunement’이라고 해보자.

러시아 속담에 ‘타르 한 방울이 꿀 한 통을 망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우리의 사회적 판단에도 적용된다. 이제는 고전으로 자리잡은 존 스코론스키John Skowronski와 도널 칼스턴Donal Carlston의 연구를 보자.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낯선 사람 돕기),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사람(탈세), 도덕적이기도 하고 부도덕적이기도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실험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인 사람을 칭찬하기에 앞서 부도덕한 사람을 먼저 비난하고, 도덕적이기도 하고 부도덕적이기도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부패한 사람으로 간주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나쁜 버전의 인간을 상상한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그들의 나쁜 버전과 상호작용할 때 우리는 해를 입히고 냉소주의를 더 퍼뜨리는 식으로 반응한다.

선제공격. 냉소주의자는 종종 좋은 공격이 마치 최고의 방어인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를 보면 ‘대다수 사람이 일반적으로 착하다’와 같은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 냉소주의자는 타인을 돕기 위해 시간이나 돈을 기부할 의사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 말리아 메이슨Malia Mason이 주도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부정직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게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더 높다.

선제공격은 요령 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관련된 모든 이에게 피해를 끼친다. 사람들은 친절함에 보답하고 잔인함에 앙갚음한다. 즉 냉소주의적인 행동은 타인에게서 최악의 모습을 이끌어낸다. 2020년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심리학자들은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사람들에게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질문을 던져 자기충족적 예언이 실현되는지 그 여부를 관찰했다. 이들은 냉소주의자가 친구와 동료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냉소주의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심리학자 해럴드 켈리Harold Kelley와 앤서니 스타헬스키Anthony Stahelski의 저명한 공동연구에서는 피실험자들을 두 명씩 묶어 게임을 하게 하고 이때 서로 협력하거나 상대를 속이도록 요청했다. 냉소주의자들은 상대방이 속임수를 쓸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속임수를 쓰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게임에서는 냉소주의자와 게임을 한 사람 역시 상대방을 덜 신뢰하고 속임수를 더 쓰는 경향을 보였는데, 연구자들은 이를 ‘행동적 동화behavioral assimilation’라고 부른다.

냉소적 천재에 대한 환상. 자칭 냉소주의자는 종종 자신의 냉소주의를 어렵게 얻은 지혜로 여기고 냉소적이지 않은 사람을 순진하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의 올가 스타브로바Olga Stavrova가 주도한 연구에서 참가자의 70%는 냉소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똑똑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자가 인지 테스트 점수가 높지 않고 ‘사회적으로 똑똑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토론토대 미시사가 캠퍼스의 낸시 카터Nancy Carter와 J. 마크 웨버J. Mark Weber는 모의 면접을 실시했다. 모의 면접 지원자의 절반에게는 거짓말을 하도록 요청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진실을 말하도록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인터뷰 영상을 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추측해봤다. 전체 참가자의 85%가 냉소주의자가 거짓말쟁이를 더 잘 찾아낸다고 믿었지만 본인을 냉소주의자라고 말한 사람의 추측은 덜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소주의자는 사람들이 남을 무턱대고 믿는다고 비난할지 모르지만 냉소주의자는 남을 무턱대고 불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어두운 렌즈로 보는 냉소주의자는 협력자와 사기꾼을 구분하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지만 냉소주의자가 똑똑하다는 통념이 있는 한 냉소주의는 계속해서 이로운 쪽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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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관행은 어떻게 냉소주의를 낳는가

직원을 불신으로 몰아가는 것은 인간 심리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냉소주의에 기반을 둔 사내 정책과 관행은 냉소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나델라의 전임자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불신과 서로를 좀 먹는 경쟁을 부추기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정책을 만들었다. 발머의 전략 가운데 제로섬 리더십과 과잉 관리는 수많은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제로섬 리더십. 발머는 각 팀의 최고성과자에게 보상을 주고 저성과자에게는 경고 혹은 해고 조치를 내리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는 인사 평가제도를 시행했다. 스택 랭킹은 사람들의 ‘타고난’ 경쟁력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지만 직원들이 직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2012년 베니티 페어에 실린 기사에서 커트 아이켄월드Kurt Eichenwald는 이 정책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원들은 잘했을 때만이 아니라 동료가 실패하도록 했을 때도 보상을 받았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끝없는 내부 다툼에 시달렸다. 전자책, 스마트폰 기술처럼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적 사업들이 언쟁과 권력다툼 속에서 사라지거나 탈선하거나 지연됐다.”

현재 스택 랭킹을 사용하는 조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독창적 스타를 중시하는 ‘천재의 문화’를 여전히 장려한다. 그런 문화는 사람들이 동료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느끼도록 부추겨 건강하지 않은 경쟁을 촉발한다. 직원끼리 서로 겨루게 하면 직원들은 공동의 아이디어에 기여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지식을 동료들과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 관계를 손상시키고 혁신을 죽인다. 엘리자베스 캐닝Elizabeth Canning 워싱턴주립대 교수 연구진은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천재의 문화’를 지닌 곳의 직원 신뢰도가 낮고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잉 관리. 데이비드 패커드David Packard는 저서 에서 직장생활 초기에 근무했던 GE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컴퓨터 부품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에서 잠금장치를 하고 면밀히 감시했을 때였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내자 직원들은 이 불신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이기 시작했다. 기회만 있으면 도구나 부품을 가져가 버리는 것이다.”

부하직원을 신뢰하지 않는 리더는 직원을 제약하고 압박하고 감시해서 최소한의 업무재량권만 주고 업무태만과 부정행위를 방지하려 한다. 직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을 불신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받는다. 이것은 조직에 대한 직원의 신뢰와 의욕을 낮추고 아이러니하게도 직원이 시스템을 악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감시하기가 어려워졌다. 기업은 이제 직원의 키보드 입력과 화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도구를 사용해 직원을 감시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는 ‘마우스 지글러’ 수천 개가 온라인으로 팔렸다.(아마존 사이트에 올라온 마우스 지글러 구매 후기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상사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과 생산성이 별개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멍청이라면 이 제품이 필요합니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이 그런 상사 중 한 명이라면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업무재량권만 제공하면 노동자는 시키는 일만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사기는 저하된다. 2021년 12월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은 대퇴사Great Resignation 초기에 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들 직원 중 다수는 회사가 리더가 직원을 챙겨주거나 신뢰한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냉소주의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이런 상황이 비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불신과 경쟁은 실패로 향하는 일방통행로로 인도하는 것 같다. 다행히 조직이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명확한 전략이 있다. 조직에 ‘반냉소주의anticycnisim’를 주입하려면 두 가지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첫째, 조직문화를 협업과 신뢰의 문화로 전환하는 정책과 프로세스를 개발하라. 둘째, 최고책임자를 비롯한 모든 리더가 신뢰를 보이는 행동을 솔선수범해 실천하고 서로 상호작용할 때 냉소주의를 경계하라.

문화를 바꿔라. 나델라는 책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조직도 삽화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 풍자화를 보고 나는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더 속상하게 만든 것은 우리 직원들이 이런 현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나델라와 최고인사책임자 캐슬린 호건Kathleen Hogan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사평가•성과급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등 사내의 냉소주의적 문화를 없애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동료를 능가한다고 승진하거나 동료들보다 뒤처진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고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것과 같은 협력적인 행동이 인사평가와 성과급에 반영됐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직원들은 방어적인 자세를 낮추고 지식, 기술, 관점을 자유롭게 공유하게 됐다. 개인의 성공이 타인의 성취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과업 상호의존성task interdependence’은 직원 간 신뢰를 높이고 신뢰와 팀 성공의 기회를 늘려준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쟁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방식을 취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행보다. 나델라는 업계 기조연설을 위해 무대에 올라 사상 처음으로 오피스와 아웃룩을 포함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 탑재된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어떻게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나델라는 경쟁을 완화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파트너링이 제로섬 게임으로 비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나델라는 책에 썼다.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내외부에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윈-윈 솔루션을 모색했다. 이기심보다는 협업 본능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제로섬으로 보면 세상이 좁아지고 파트너십도 축소된다. 반냉소주의는 순진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현명한 전략이다.

먼저 신뢰를 보여라. 나델라는 직원들에게 여럿이 팀을 이뤄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동안 협업 코딩을 하는 대규모 해커톤과 같이 더 큰 창의적 위험을 감수하고 이런 경험에서 배우도록 권장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로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관료적 고삐를 느슨하게 풀고 경영진이 전폭적인 믿음을 주는 일이 필요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면 신뢰를 받는 사람들이 더 노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획득한 신뢰earned trust’를 보여준다. 제라도 게라Gerardo Guerra와 대니얼 존 지조Daniel John Zizzo는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도록 했다. 신뢰자trusters는 피신뢰자trustees에게 돈을 보냈고 이 돈은 몇 배로 불어났다. 피신뢰자는 불어난 돈에서 얼마를 신뢰자에게 갚을지 선택할 수 있었다. 게라와 지조가 마이클 배커랙Michael Bacharach과 함께 실시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신뢰자에게 피신뢰자가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 같은지 미리 추측해보라고 요청했다. 신뢰자의 기대치가 높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피신뢰자는 신뢰자에게 돈을 갚을 가능성이 더 컸다.

냉소적인 믿음이 자기실현self-full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희망적인 믿음 역시 그럴 수 있다. 이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에서 입증된 바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간단한 방법으로 리더는 조직 내의 불신과 편집증을 줄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줘라. 신뢰를 쌓으면 팀은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교사, 소매점 직원,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신뢰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더 큰 자부심과 상사와의 유대감을 느끼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은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노드스트롬 ‘직원 안내서’는 한 장의 카드로 돼 있다. 여기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개인적 목표와 직업적 목표를 높게 설정하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므로 이 직원 안내서는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에게는 규칙이 딱 하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십시오.”

노드스트롬 직원은 인사부나 관리자에게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지원을 받는 동시에 명시적으로 신뢰를 받는데, 이는 소매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규범이다. 그 결과 높은 직원 만족도로 유명해진 노드스트롬은 2017년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오른 유일한 소매업체가 됐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때 신뢰한다는 사실을 소리 높여 말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당신이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라. 당신의 신뢰를 받는 사람은 당신의 눈을 통해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그 이미지에 맞게 살고 싶어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제로섬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내고 직원들에게 창조적 여유와 신뢰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냉소주의적 관행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나델라의 지휘 아래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영역으로의 민첩한 이동에 힘입어 급증했다. 이렇게 신영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협업, 공감,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문화가 혁신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반냉소주의를 가르쳐라

조직문화를 바꾸고 신뢰를 먼저 보이면 냉소주의가 만들어 낸 매듭을 풀 수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직급의 리더가 직원과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반냉소주의가 학습 가능하다는 점이다.

2020년에 나는 SAP 엔지니어링 아카데미SAP Academy for Engineering와 함께 다학제적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 프로그램을 전 세계 관리자 100여 명과 공유했다. SAP 아카데미는 기술 역량을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공감, 반냉소주의와 같은 소프트 스킬에 대한 교육에는 비교적 소홀했다. 우리는 관리자들에게 이런 소프트 스킬도 그 어떤 관례만큼이나 중요하고 학습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이 프로그램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는 신뢰 구축이다. 리더는 냉소주의의 위험성을 배우고 냉소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익힌다. 직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가 먼저 신뢰를 보여주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은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리자들은 부하직원이 관리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지표로 쓰이는 리더십 신뢰에 대한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가 10% 이상 상승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수치와 관리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리자 알레한드라는 SAP 브라질에서 고속 승진을 했다. 14개월 만에 22명 규모의 팀을 이끄는 리더 자리에 올랐는데, 팀원 대다수가 입사 선배였다. 알레한드라의 승진을 달갑게 여기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알레한드라는 팀을 엄격하게 관리해 자신을 증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이내 팀이 급격히 지치고 말았다.

한 차례 반냉소주의 교육을 받고 난 뒤 알레한드라는 신규 팀원 한 명을 만났다. 더 많은 독립성을 원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야심차고 재능 있는 사람이었다. 교육 전이었다면 알레한드라는 이 팀원을 면밀히 관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당신이 이걸 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알레한드라는 말했다. “당신이 저를 믿는다면 내 판단력도 믿어야 합니다.” 6개월이 지난 뒤 이 직원은 리더십 역할에 자원했다.

반냉소주의 교육과 반냉소주의 전반에 대한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바뀌며 리더는 직원이 처한 상황에서 매우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리더가 직원을 불신하고 지나치게 꼼꼼하게 관리하고 감시한다면 직원은 리더를 원망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결국은 탈출구로 향할 것이다. 반면에 직원에게 믿음을 보인다면 그 직원은 믿음에 부응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이 믿는 모습대로 되기 때문에 우리는 기존 가정을 의식하고 선의를 갖고 너그러움을 보여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신뢰는 반냉소주의 리더십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리더는 일터의 구조적 요인도 검토해봐야 한다.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가 구색에 불과한가, 아니면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가? 급여, 상여금, 복리후생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되는가?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친절한 소통으로도 냉소주의를 이길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노드스트롬의 사례는 협업과 개방성에 중점을 둔 기업 정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알레한드라 이야기는 리더 한 명이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널리 퍼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두 가지 접근방식을 모두 활용한다면 리더는 냉소주의의 함정에 대처하고 리더 자신, 직원, 조직에 널리 이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밀 자키(Jamil Zaki)는 스탠퍼드대 심리학 부교수 겸 스탠퍼드 사회신경과학연구소 소장이며 <공감은 지능이다>(심심, 2021)의 저자이다. 인간관계와 인간관계가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이점, 인간과 조직을 더 잘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번역 장효선 에디팅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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