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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인사조직

포뮬러원의 넘버원

매거진
2022. 11-12월호
075

Leadership

포뮬러원의 넘버원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승 기록을 달성한 메르세데스 팀의 리더
토토 볼프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내용 요약

질문

최근 F1 레이싱 역사상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만큼 성공적인 팀은 없다. 메르세데스의 리더인 토토 볼프의 사례에서 조직이 배울 점은 무엇인가?

배경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메르세데스와 볼프 감독으로부터 특별히 허가를받고 메르세데스 팀이 레이스를 준비, 경주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현장을 가까이에서 참관했다.

핵심 포인트

엘버스 교수는 볼프 감독의 경영 스타일에 관해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기업 내 우승 문화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6가지 리더십 교훈을 제시한다.


포뮬러원F1은 지구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터레이싱 대회다. 3월부터 12월까지 매 시즌 10개의 F1 팀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에 참가한다. 2022 시즌에는 5개 대륙에서 22개의 ‘그랑프리Grand Prix’ 위크엔드가 열렸다. 그랑프리 위크엔드는 3일간의 이벤트로 구성되는데, 금요일과 토요일에 연습 세션, 토요일에 출발 위치를 결정하기 위한 예선 세션 또는 단거리 예선 레이스가 열리고, 일요일에 실제 레이스가 펼쳐진다. 시즌 기간 5억 명에 가까운 순시청자가 F1의 TV 방송을 시청하며 경기 현장에서는 최대 40만 명의 관중이 라이브로 경기를 지켜본다.

F1 레이스는 한 번 우승하기도 굉장히 어려운 경기다. 보통 1000분의 1초 단위로 승패가 갈린다. 공장의 자동차 설계부터 레이스 위크엔드 기간 동안 트랙에서 내려지는 수많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 작년에 그랑프리를 1회 이상 수상한 팀은 4개 팀에 불과했다. 한 시즌에서 충분한 우승점수를 따서 드라이버 챔피언십 또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을 달성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드라이버 챔피언십은 자동차 레이스를 마친 순서에 따라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드라이버에게 수여되며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전체 팀 성과가 가장 우수한 팀에 수여된다. 모터스포츠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F1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규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챔피언십에서 연이어 우승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F1을 제패한 팀이 있는데 바로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Mercedes AMG Petronas(이하 메르세데스)다. 메르세데스는 2021년 시즌에서 8회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해 스포츠 역사상 가장 긴 연승을 기록했다. 또 8년간 그랑프리 레이스 출전 10번 중 7번을 우승하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했다.

메르세데스가 거둔 일련의 승리는 팀의 노력도 있지만 그동안 조직 전체를 이끈 팀의 수장 토토 볼프Toto Wolff의 공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볼프는 엘리트 드라이버 그룹, 자동차 및 엔진을 개발/제조하는 엔지니어와 정비사, 기타 다양한 지원 기능을 제공하는 직원들을 포함해 약 1800명을 이끄는 리더다. 2013년 팀에 합류한 볼프는 F1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의 지휘하에 있는 메르세데스 팀은 F1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팀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자격이 충분하다. 어쩌면 스포츠 전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프 감독은 어떻게 이런 업적을 이뤄냈을까? 그는 어떻게 메르세데스를 연이어 승리로 이끌었을까? 작년에 필자는 동료인 데이비드 모레노 비센테David Moreno Vicente와 함께 메르세데스 팀을 밀착 조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볼프 감독과 그의 팀에 합류해 레이스 위크엔드 현장을 방문했고 그와 동료들이 차고에서 작업하거나 피트 스톱을 연습하고 레이스 전략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한 볼프 감독과 드라이버뿐 아니라 다른 많은 팀원들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3월 MBA 수업에서 메르세데스 사례 연구 강의를 처음으로 진행했는데, 볼프를 직접 강사로 초청하기도 했다. 볼프는 강의를 위해 메르세데스 F1 자동차를 캠퍼스에 보내주기까지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메르세데스 팀 특유의 우승 문화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중에서도 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승리 팀을 육성하고자 하는 리더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을 6가지 교훈으로 정리했다. 또한 연구기간 동안 볼프 감독이 자신의 사고방식, 가치, 행동을 어떻게 메르세데스의 문화로 구축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그의 리더십 특징이 그가 육성한 문화와 일치하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모든 리더들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내가 이끄는 조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그런 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연관성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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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에게 최고의 기준을 제시한다

볼프 감독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깐깐한 사람으로,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그가 영국 브래클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팀 공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는 로비로 걸어가 자리에 앉은 뒤 당시 팀의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로비의 테이블 위에는 일주일 전에 발간된 데일리 메일 신문이 구겨져 있었고 오래된 종이컵 2개가 놓여 있었죠. 저는 팀 감독을 만나려고 사무실로 올라갔고 대화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서 함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런데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리셉션 구역이 F1에 걸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승을 하려면 여기부터 손봐야 합니다.’ 그러자 감독이 ‘우승하려면 엔지니어링을 잘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니까요.’”

볼프 감독은 레이스 장소의 팀 접대 공간에 있는 화장실을 처음 봤을 때 이야기도 해줬다. “화장실이 더러웠습니다. ‘레이스 위크엔드 기간 동안 여기가 우리 집이고 후원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오는 곳인데 이런 화장실을 그대로 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볼프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풀타임 위생관리자인 미겔 게레이로Miguel Guerreiro를 고용했다. 현재 그는 팀이 어딜 가든 함께 다닌다. “나는 그에게 직접 변기 청소 방법, 청소브러시를 쓰고 다시 놓는 법, 바닥 닦는 법, 비눗병이 앞을 보도록 놓는 법, 손잡이 소독 방법 등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주중에는 어떤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지, 일요일 사람이 많을 때는 화장실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이 나갈 때마다 더러워진 곳이 없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사례 연구 강의를 할 때마다 볼프 감독이 다른 책임질 일도 많은데 왜 굳이 게레이로와 화장실 위생과 관련한 세세한 문제까지 신경을 쓰는지에 관해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마이크로매니징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조직 전체에 가능한 한 가장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가장 높은 직급의 임원이라도 하찮게 여겨도 되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팀원 개개인 모두가 메르세데스의 성과에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볼프 감독의 접근방식은 조직 전반에 스며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차고에 들어갈 때마다 굉장히 지저분하다고 생각했죠. 이제는 차가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바닥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타이어 자국도 없고 모든 도구가 제자리에 있어요. 모든 것이 티끌 하나 없이 정리돼 있습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우리가 자동차를 관리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굉장히 꼼꼼합니다.” 볼프 감독의 말이다. 탁월함에 집착하는 조직, 즉 끊임없이 기준을 높이며 모터스포츠의 표준이 되는 조직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사고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2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는 레이싱카를 운전하지 않습니다.” 볼프 감독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저는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사람을 운전합니다.” 그는 메르세데스를 사람 중심 조직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며 함께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아낀다. “조직에 몸담은 각자가 희망과 꿈, 두려움, 불안을 갖고 있는데 저에게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 즉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죠.” 어떤 환경에서나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드라이버에서부터 엔지니어, 그 외 직원들, 메르세데스 이사진, 스폰서, 언론, 운영위원들까지 굉장히 다양한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F1 팀 감독에게는 특별히 더 그럴지도 모른다.

고도로 전문화된 직종에서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들과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일은 볼프처럼 기술적 배경이 없는 팀 감독에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필자와 인터뷰했던 한 메르세데스 팀 임원은 팀 감독이 엔지니어들의 인질이 될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예컨대 레이스 위크엔드 시기에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는데 아무도 해결 방법을 모른다고 가정해보자.

레이스 위크엔드는 특히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수 있는 기간으로 감독이 세부적인 기술들을 다른 사람들만큼 알고 있지 못할 경우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기 쉽다. 그러나 볼프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저는 기체역학에 관해 팀 엔지니어들만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을 인간적으로 알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즐겁습니다. 이런 점은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최선의 행동 방침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메르세데스 임원은 볼프 감독이 팀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모든 당사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쪽은 주로 엔지니어들이 많은 분야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승진해서 예를 들어 기술감독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갑자기 직장생활 처음으로 엔지니어가 아닌 분이 상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죠. 하지만 볼프 감독님과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비교적 수월했어요. 감독님은 공학계에 몸담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쏟았기 때문이죠.”

볼프 감독은 메르세데스 최고인사책임자의 말처럼 “주에서 우승하는 것은 반드시 특정 개인이 최고라서가 아니라 팀이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메르세데스 합류 후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을 때 20여 명의 리더십 팀과 함께 워크숍을 개최하고 조직이 가진 인간적인 면에 대해 토의했다. 참가자들은 팀에 관한 비전을 의논하고, 강조하고 싶은 핵심 가치를 확인했으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포부를 공유했다.

물론 많은 리더들이 팀과 함께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따라줘야 한다. 볼프는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천천히 진행되며 해마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르세데스 리더십 팀은 연례 직원평가에서 사람들에게 팀의 핵심 가치와 관련된 성과를 자체 평가하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팀 리더들은 매년 하루를 정해 새로운 시즌을 앞둔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 앞으로 1년 내내 업무의 가이드라인이 될 팀의 목표를 요약한 짧은 글을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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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승리했을 때도 실수를 분석한다

탁월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일이 실패로 돌아가면 볼프는 스스로 ‘엄격한 사랑’ 또는 ‘잔인한 정직’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팀 소속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한다 “감독님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더라도 있는 그대로 말씀하십니다. 단순하게 ‘우리는 지금 여기 있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여기고, 이건 이렇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하시죠. ‘당신은 바보가 아니지만 이건 이래서 바보같은 결정이었다’라는 거죠.”

볼프의 직설화법 덕분에 결과와 상관없이 레이싱 성적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됐다. 승패와 무관하게 팀은 여느 때처럼 결과 보고 회의를 열고 다음 경기에 개선해야 할 점을 중점에 두고 회의를 진행한다. “사람들은 이기면 대부분 집에 돌아가서 ‘위크엔드를 잘 보냈다’고 하지 ‘우리가 왜 이겼을까?’라고 하지 않죠. 깊은 생각이 시작되는 건 대부분 졌을 때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작은 실수에도 고민하는 습관이 있어서 승리도 패배와 똑같이 취급합니다.

한번은 직진 속도가 너무 빨라 저희 스스로도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원인이 뭔지 알고 싶다고 팀에 말했죠. 동력장치나 섀시에 갑자기 기적이 일어날 리는 없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따져보는 거죠. 좋은 날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면 당연히 나쁜 날에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볼프의 말이다.

4 비난 없는 솔직한 문화를 조성한다

실수를 분석한다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는 게 볼프 감독의 생각이다. 사실 그는 비난 없는 문화를 옹호하며 실수한 개인을 지지한다는 점을 매우 공공연하게 강조한다. 그는 팀원들에 관해 얘기할 때 종종 자기 ‘부족 tribe’이라고 부르며 확실하게 감싼다. “저는 제 부족을 보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있는 힘껏 맞서 싸울 겁니다. 제 사람들이 ‘실수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그로부터 새롭게 출발했으면 합니다.”

볼프의 접근방식은 모나코에서 개최된 2021년 레이스에서 큰 실패를 겪으며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벤츠 드라이버 발테리 보타스Valtteri Bottas의 피트 스톱 동안 타이어 교체를 담당했던 한 정비사가 타이어를 빼내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타이어를 교체하려는 모든 방법이 실패로 돌아갔고 보타스는 결국 레이스에서 중도 탈락했다. 꿈쩍도 않는 타이어 때문에 팀은 자동차 전체를 영국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 특수도구로 바퀴를 잘라내야 했다. “F1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정비사가 크게 상심했죠.” 볼프가 말했다. “그때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번 일로 타이어 교체하느라 가장 오래 걸린 피트 스톱으로 역사책에 남을 겁니다. 36시간이나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레이스 후 기자가 정비사에게 책임을 물었을 때 나는 당사자를 비롯해 차고와 공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정비사 편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어요. 내가 팀을 보호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 거죠.”

리더가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는 쉽다. 그러나 필연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약속을 지키기는 대단히 어렵다. 볼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때 특히 1억 명이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마치 밸브가 압력에 못 이겨 열리듯이 자연스럽게 '저 사람 탓'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리더라면 이런 본능을 물리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적절한 툴이나 적절한 교육이 부족했을까 아니면 적절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나?’ 타이어를 교체한 건 제가 아니지만 실수는 결국 제 책임인거죠.”

볼프는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패도 솔직히 인정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레이스 도중 제가 차고에서 옆에 서 있던 이사회 임원 한 분과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피트 스톱을 놓쳤어요. 전략가들과 언제라도 의논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30여 명의 부서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월요일 아침, 결과 보고 회의에서 저는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제가 모터스포츠 전략책임자의 스파링 파트너였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거죠. 집중을 못했던 겁니다. 그 손실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는 겁니다.”

볼프의 타인을 탓하지 않는 태도와 책임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의지가 결합되면서 팀에 솔직함을 장려하는 문화가 조성됐다. “저는 직원들이 실수를 했을 때 해고당하지 않으려고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실수를 보라, 말하라, 고쳐라.’ 이게 저희 회사의 신조입니다."

팀의 드라이버 중 한 명이자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7번이나 우승한 루이스 해밀턴 Lewis Hamilton도 이런 신념을 전적으로 따른다. "저도 한 사람이 어떤 일 때문에 비난받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일을 해야 하죠. 레이스 트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이 틀어졌고 그것이 한 사람의 잘못 때문이란 걸 알지만 그 사람을 지목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죠."

5 슈퍼스타를 신뢰하되 권위를 유지한다

팀 감독의 임무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드라이버를 관리하는 일이다. 드라이버는 세계적 유명인인 만큼 찾는 사람도 많고 바쁘다. 또한 레이스에 참가하는 각 팀에는 두 명의 드라이버가 별도의 차량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전략상 이점도 있지만 긴장이 유발될 수도 있다. 해밀턴은 말한다.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팀 전체에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그러니까 드라이버로서 좀 고민이 되죠. 왜냐하면 같은 팀의 다른 드라이버를 이기고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해밀턴은 볼프 감독이 자기 같은 드라이버들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한다. “F1에는 드라이버라면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고 경주 외에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감독님에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죠. 다른 창조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저를 표현하고 싶으니까요. 예를 들면 패션 같은 거요. 특히 음악은 제 본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죠. 음악을 하면 더 행복해지니까요. 감독님은 이런 점을 알고 계세요. 그리고 정말 잘 이해해 주셨죠.” 볼프 감독은 이것을 상호 존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로 약속을 한 겁니다. ‘당신은 일을 하고, 나는 당신이 일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겠다.’ 해밀턴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뭔지 알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해밀턴을 신뢰합니다.”

일례로 해밀턴은 2018년 시즌 중 10일 동안 자신의 패션 컬렉션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열린 타미 힐피거 쇼에서 런웨이를 걷고 뉴욕에 갔다가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런던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주말 첫 연습 세션 하루 전날 싱가포르에 있는 팀에 합류했다. 볼프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그런 스케줄을 허락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죠. 해밀턴에게 ‘사람들이 내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더라’고 말했더니 자길 믿으라고 하더군요. 해밀턴은 레이스 위크엔드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본 예선 랩 중 최고였고 실제 레이스에서 그는 경주가 시작되자마자 필드에서 멀어졌죠. 아무도 따라잡지 못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볼프가 드라이버에게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주저없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볼프는 2016년 바르셀로나 그랑프리 당시 메르세데스 드라이버였던 니코 로스베르크Nico Rosberg와 해밀턴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떠올렸다. 둘은 서로를 추월하며 레이스를 주도하려다 첫 번째 랩에서 악명 높은 충돌을 일으키며 자멸했다. 볼프는 이렇게 회상했다. “스스로의 목표를 팀의 목표보다 앞세웠기에 기회주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드라이버는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천 명의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거죠.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직에 보여줘야 했습니다. 레이스가 끝난 후 저는 두 드라이버에게 엔지니어들이 있는 공간으로 나와 보라고 했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여기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 번 보고 이분들 집에 계신 분들과 그 가족들도 상상해 보세요. 당신들 덕분에 그 분들 눈에 지금 우리가 어떻게 보일까요?’ 그리고는 다시 입에 올리기 힘든 거친 언어로 따끔하게 일렀죠. 엔지니어들도 드라이버들도 전부 바닥만 쳐다보고 있더군요. ‘다음 번에도 서로를 도로에서 몰아내고 싶거든, 여기 있는 사람들 얼굴을 전부 한 번 떠올려 보고, 생각을 고치길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차에서 끌어내겠다고 했죠. ‘이 문제로 더 이상 나를 시험하지 마세요.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볼프는 “머리가 비상하지 않았으면 F1 드라이버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드라이버들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또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도 감독이 허용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감독에게도 그들이 좋아하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6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볼프는 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졌을 때의 굴욕감을 참을 수 없어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할 겁니다. 그냥 누군가에게 진다는 게 용납이 되지 않아요. 절대, 절대로 승리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항상 승리가 끝날까 봐 걱정합니다. 낭떠러지 앞에서 심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볼프의 승부욕이 불타오른 것은 2018년 영국 개최 경기에서 페라리 드라이버 제바스티안 페텔 Sebastian Vettel이 동포인 해밀턴을 응원하는 수많은 영국 팬들 앞에서 우승을 거뒀을 때부터다. 볼프 감독은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마지막 랩에서 페텔이 우승을 기뻐하며 라디오에서 팀원들에게 이탈리아어로 ‘상대의 홈경기에서 이겼다’고 하더군요. 정말 모욕적이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좋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공장에서 그 부분을 계속 연속 재생해서 들었죠. 그리고 시즌이 끝날 무렵 우리는 다시 챔피언이 됐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제게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패배의 고통이 훨씬 더 강합니다. 제 안에는 늘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됩니다. 절대 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패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패배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니까요.”

필자가 인터뷰한 몇몇 임원들은 이런 사고방식이 메르세데스의 문화에 배어있다며 어쩌면 이것이 실제로 연승 행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경쟁자들이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우리가 이기면 상대방이 힘들어 하고 보통 힘들면 더욱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는 점을 늘 생각하려고 굉장히 애를 씁니다. 저희는 2014년보다 요즘 더 오래 일하고, 드라이버는 2014년보다 요즘 시뮬레이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 분석하는 데이터를 검토합니다. 모든 면에서 예전보다 여러 단계로 내공이 더 쌓였습니다. 절대 안주하지 않죠.” 한 임원의 말이다.

볼프 감독은 팀원들의 승부욕을 유지하기 위해 엔지니어부터 마케팅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경쟁팀에 있는 자신의 맞수를 찾아내 그들을 이기는 데 전념할 것을 당부한다. 그가 2021 시즌을 앞두고 조직 전체에 보낸 이메일에는 이런 동기 부여 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메르세데스가 시즌 전 테스트에서 상당히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썼다.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이제 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 방향은 밀턴 케인스 Milton Keynes [라이벌 팀 레드 불Red Bull의 본거지]입니다.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시간을 내서 상대팀에 있는 나의 적수가 누구인지 찾아보고 매일 그 사람을 보십시오. 이겨야 할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사진을 내 눈 앞에 두십시오. 부서나 역할에 관계없이 각자가 상대방보다 잘 해낸다면 우리는 이번 시즌과 다음 시즌에 더 나은 경기를 펼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공동 사명과 목표에 집중하는 집단적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F1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런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프는 생각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Ola Källenius는 이렇게 말한다. “한 시즌 동안 평균 10분의 1초의 랩 차이로 누가 챔피언이 될지 결정됩니다. 5km 트랙에서 단 몇 m 차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8연속은 고사하고 F1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조차 대단히 어렵습니다. 수년간 모든 사람들이 1000분의 1초라도 빨라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임해야 하는 거죠. 메르세데스처럼 여러 번 이기면 쫓기는 입장이 됩니다. 더 이상 사냥꾼이 아니라 먹이가 된다는 말이죠. 그러나 사냥꾼 정신은 계속 유지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안주하지 않으면서 주변 사람들도 안주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점이 토토의 대가다운 면모입니다.”

대부분의 F1 팬들은 레이스 위크엔드 동안 개별 드라이버의 퍼포먼스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레이싱 스포츠 현장에서는 그 이상의 전투가 벌어진다. F1 챔피언십에서 한 팀이 8연속은 물론 단 한 번이나마 우승할 수 있으려면 조직 개개인이 시즌 내내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특별한 집중력과 목표 의식을 갖고 함께 뭉쳐야 한다. 이런 위업을 달성하려면 경쟁에 대한 확고한 열망을 가진 토토 볼프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우승의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끝이 없는 과정임을 이해하는 효과적인 지도력이 필요하다.


애니타 엘버스(Anita Elberse)는 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다.

번역 류아람 에디팅 배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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