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마스터카드의 CEO로 취임했을 때 아제이 방가는 결제 산업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알았다. 하지만 방가는 이미 전자화된 글로벌 결제의 15% 이내에서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현금과 수표로 거래가 이뤄지는 85%에 집중하기로 했다.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개인과 소상공인을 재정적으로 포용하는 일은 그에게 사업적 명령이자 사회적 책임이 됐다. 이는 인재, 고객, 시장, 기술, 정부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을 요구했다.
날로 다양해지는 고객 기반을 위한 혁신의 일환으로 마스터카드 직원들은 주력 사업을 키우고 다양화하는 동시에 신규 비즈니스를 구축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 성공에 중요한 27가지 요소 가운데 ‘혁신’을 26위로 꼽았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고객, 커뮤니티, 정부와 협력하는 방식이 모두 바뀌어야만 했다. 그래서 방가는 임원 중 개리 라이언스Garry Lyons에게 마스터카드의 조직문화에 혁신을 불어넣는 임무를 맡겼다. 상당한 증분 투자와 자금 운용에 대한 재량권을 제공하겠다고 하자 라이언스는 임무를 수락했다. 방가는 라이언스가 맡은 역할을 ‘변화의 촉매’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라이언스는 마스터카드 랩스Mastercard Labs를 신설했다. 직원, 고객, 이해관계자에게 ‘가능성의 기술art of the possible’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한 글로벌 R&D 네트워크였다. 방가가 CEO를 지낸 10년 동안 마스터카드 랩스는 마스터카드가 비영리은행연합에서 결제 부문에 속한 독립적 글로벌 기술회사로 변모하는 과정에 속도를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스터카드는 영리기업으로서 시가총액이 360% 이상 증가했다.
이 이야기는 필자 중 린다 힐이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고위임원들에게 가르친 비즈니스 사례 시리즈에서 가져온 것이다. 수강생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지만 85명 중 3명만이 라이언스의 자리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날 즈음 지원자가 몇 명 더 늘기는 했지만 강의실 칠판은 라이언스가 맞닥뜨렸던 엄청난 혁신 방해 요인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단기 성과주의, 나이와 규모로 인한 조직의 타성이 가하는 압박이 엄청나다고 한탄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우려한 문제는 대규모 혁신에 뒤따를 수밖에 없는 정서적, 지적 도전이었다.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 역할에 발을 들여놓기 주저하는 이들의 태도에 우리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불안해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21세기 들어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리더 역할은 더 어려워지고, 글로벌 실행은 더 복잡해지고, 디지털 혁신은 필수과제가 되고, 지속적 성공을 위한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 유형은 방가와 라이언스가 보여주는 리더십이다. 즉 조직 내부에서, 또 외부와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혁신을 촉발하는 다양한 기량이 조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