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리더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보통 본인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시적 리더십에 익숙하다. 그러다 경영진이 되면 갑자기 직원에게 권한을 실어주는 임파워링 스타일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 대부분 변화하고자 하는 리더십 스타일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문제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 변화의 길이 길고도 험난한 여정일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여정에는 겸손과 자기인식, 인내, 회복력이 필요하다.
여정 이 오디세이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출발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다. 둘째는 항해다. 과거의 익숙한 업무수행 방법을 버리는 시기다. 마지막 단계는 귀환이다. 어떤 리더가 돼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는 시기다.
경영진은 언제나 성과를 내야 하는 자리였으며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올려야 한다고들 말한다. 과거 경영진이 슈퍼 히어로를 자처하며 선봉에 나서서 실적을 올리던 시절은 지났다. 대부분의 기업이 탈중앙화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경영진이 해야 하는 일은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들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경영진은 기존에 갖고 있던 통제력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HBR 2022년 7-8월호에 실린 라파엘라 사둔Raffaella Sadun 연구팀의 피처 ‘C-레벨 최고경영진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에 따르면 경영진에게는 인간관계 스킬peple skill, 다른 말로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특히 중요하다.
연구와 더불어 기업에 코칭 및 리더십 조언을 제공하면서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사실을 무수히 확인했다. 나아가 경영진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를 얼마나 어려워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먼저 ‘소프트 스킬’과 ‘피플 스킬’에는 정말 광범위한 역량과 능력들이 포함되는데, 많은 경영진은 각각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헷갈려 했다. (자세한 내용은 121쪽 ‘어떤 종류의 피플 스킬이 필요한가?’ 참고) 더구나 승계 과정에 있는 CEO 후보 가운데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완벽히 익힌 사람이 거의 없고, 심지어 새로 임명받은 CEO들조차도 기술들을 완전하게 발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전문적 기여를 바탕으로 직접 일을 좌지우지하며 커리어를 쌓아오던 전통적인 CEO가 하루아침에 사람 중심의 리더십 스타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피플 스킬을 어떻게 배우면 좋은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 연구팀은 경영진이 어떤 스킬을 배우기 어려워하고, 어떤 학습 전략을 골라야 효과를 볼지 자세히 연구하고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uart가 수집한 평가와 개발, 인터뷰 데이터를 분석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대부분이 스펜서 스튜어트 같은 고문들과 협력해 임원 후보 발굴과 승계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살펴보면 오늘날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09~2019년 동안 미국, 유럽 대형 기업의 CEO 승계 프로그램 75개를 분석했다. 전체 CEO 후보 235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47개사는 공공기관이었다. 주주수익률, 매출증가율, 영업이익률 등 기업의 실적과 CEO의 역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일부 CEO들을 선별해 발전 경험을 묻고, 실적을 올리고자 할 때 어떤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활용하는지 연구했다. 이를 통해 본인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시적 리더십directive leadership과 직원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임파워링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 사이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역량과 발전 기회의 증거를 찾아봤다.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피플 스킬을 기르고 활용해 회사의 실적을 개선하는 경영진의 역량 또한 연구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우리의 연구결과를 간략히 소개한다. 첫째, 우리가 연구한 CEO 후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성공이 간절한 CEO들이 오늘날 달라진 리더십에 필요한 피플 스킬을 기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긴 여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 여정을 시작한 리더들을 위한 몇 가지 가이드라인 또한 제시할 예정이다.(관찰한 사례를 온전히 전달하는 동시에 사례 속 인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각 사례에 등장하는 임원들의 신원은 변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