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 비즈니스 리더에게 요구되는 최고 역량으로 창의성이 꼽혔다. 기업이 아무리 최고의 혁신 전략을 수립해도 팀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은 여전히 조직에서 개발되지 않은 역량 중 하나다. 이토록 창의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팀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리더가 창의성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교수로서 여러 기업과의 협력 경험을 토대로 필자들은 직원들의 창의성 부족 문제로 좌절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업무 시스템에 혁신에 대한 목표를 반영하지 못했다. 바쁜 업무에 급급한 나머지 관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창의성의 싹을 잘랐다.
사무실 안의 지루한 화이트보드 세션, 회의로 가득 찬 원격 근무, 근로자 ‘생산성’을 모니터링하는 고급 소프트웨어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한 연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직원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행동 변화는 호기심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놀랍지 않은 결과다. 팬데믹 이전보다 회의 시간은 3배 증가했다. 관리자는 시간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직원이 제대로 업무를 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일을 특정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모든 사람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 오늘날의 조직은 일을 오로지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정의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성은 사실 효율적이지 않다. 여러 개의 점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본 경험과 통찰력이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경험이 쌓여야 중요한 과제를 다룰 때도 신선한 연결을 만들어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획기적인 혁신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은 효율적이기는커녕 아예 겉으로는 일과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필자들은 수십 개의 조직이 혁신 효율성efficiency에서 효과성effectiveness으로 전환하도록 도왔다. 예를 들어 금융서비스 기업이 얼반 아웃피터즈와 같은 환경을 연구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익성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도왔다. 또한 유명 골프 브랜드와 협력해 10대 부티크에 몰두해 더 많은 젊은 소비자가 골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일본 대기업과 협력해 상담사와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스크립트’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성공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며 직장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재창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특한 경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사무실(또는 집의 작업 공간)을 떠나 세상을 탐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들은 이를 ‘규율을 지키되 영감을 추구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정보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여러 세대 동안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신선한 입력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기업 환경에서 ‘영감’이란 주로 팀워크나 용기를 강조하는 복도에 걸린 싸구려 포스터에 불과했다. 인지 및 운영 관점에서 영감이란 새로운 입력을 찾고자 몰두하는 일이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와우, 우리 조직에 진정한 문화 변화가 필요하겠군요! 이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개별 리더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