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임원이 비영리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주위에서는 대개 조직에 뭔가 참신한 비즈니스 기법을 도입해주길 기대한다. 내가 취임했을 당시 미국 적십자사에는 풀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었다. 내 업무가 시작된 지 겨우 6일이 지났을 때 우리는 2억900만 달러의 운영 적자를 안은 채 2008년도 회계 결산을 마무리했다. 미국 적십자사는 수년간 적자에 시달려 왔고 운전 자본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당시 우리는 총 6억 달러 이상의 채무를 끌어안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다. 물론 출중한 브랜드, 그것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는 엄청난 자산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뭔가 참신한 변화가 절실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비즈니스 지식이 필요 없었다. 일단 조직 구조를 단순화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미국 적십자사에는 인도주의 사업과 혈액 사업 두 부문이 있다. 조직이 비대하고 통제가 어려워진 주된 원인은 인도주의 사업 부문이었다. 이 부문에 속한 720개의 독립 지부는 모두 자체적으로 급여 체계, 재무 감사, 웹사이트, IT부서를 운영했다. 이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중복돼 있었으며 전하는 메시지들이 서로 엇갈리기도 했다. 또 웹사이트들이 난립한 탓에 검색 결과가 뒤죽박죽이었다. 우리 팀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이사회에 제출했고 어렵지 않게 이사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직원들의 강렬한 저항을 예상하며 반대하는 이사들도 있었다. 계획안 통과를 지지하는 이사들의 수는 충분했지만 회의실의 격앙된 분위기를 보고 나는 일단 이 안을 의제에서 제외시켰다.
나는 감정에 깊이 파고드는 호소 어린 연설을 했고 청중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믿음이 담긴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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