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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인사조직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훌륭한 CEO감인 이유

매거진
2014. 12월호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리더십을 발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의 인사팀은 급여나 복리후생제도 관리 같은 일반적인 관리 업무에 주력하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지원 부서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엘리 필러Elli Filler는 지난 15년 사이에 인사팀에 관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필러는 임원 전문 채용업체인 콘 페리Korn Ferry 스위스 지부의 시니어 클라이언트 파트너로서 글로벌 기업의 최고인사책임자chief human resources officers충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다년간 그녀가 채용을 주선했던 많은 CHRO들은 최고운영책임자(COO)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 이들은 최고경영진 사이에서 자신들이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이 낮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필러에 따르면 최근에는 CHRO가 핵심 조력자로서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서 발언하는 횟수도 잦다고 한다. 더불어 새로운 CHRO를 물색할 때 높은 수준의 리더십 및 전략수행 능력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회사가 많아졌다고 한다. 필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CHRO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직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업무를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회사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존재이자 사업 전략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훨씬 더 많이 해내고 있지요.”

 

필러는 최고경영진 내에서 CHRO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미시간대 교수이자 조직과 인재 채용 영역에서 손꼽히는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데이브 울리히Dave Ulrich와 함께 연구를 실시했다. 이들은 몇 가지 데이터 집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CHRO의 책무와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놀라운 증거를 발견했다.

 

먼저 필러와 울리히는 CEO, COO, CFO, CMO, CIO 같은 다른 최고경영진 직책들과 비교했을 때 CHRO가 점하는 위치를 연봉 기준으로 가늠했다. 가장 업무 성과가 뛰어난 임원들을 대상으로 삼기 위해 각 직위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들을 추렸다. 그 다음에 각 그룹별로 평균적인 기본 연봉을 산정했다. 예상대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은 CEO COO였다. 하지만 다음으로 많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은 놀랍게도 574000달러를 기록한 CHRO였다. CHRO들은 조사 대상이 된 경영진 가운데 기본 연봉이 가장 낮았던 CMO에 비해 33%나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리히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훌륭한 CHRO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들어서 연봉이 굉장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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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와 울리히는 콘 페리사가 독자적으로 10여 년 이상에 걸쳐 최고경영진 후보자를 상대로 실시한 평가자료도 분석했다. 이들은 리더십의 14가지 측면에 대한 수치 결과를 검토하고 이를 3가지 범주로 나눴다. 경영진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존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지 알아보는 리더십 스타일leadership style, 경영진이 평상시 특정 상황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알아보는 사고 방식thinking style, 그리고 경영진이 애매하거나 압박이 들어오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보는 감성 역량emotional competency이 바로 그 3가지다. 그리고 연구진은 서로 다른 유형의 경영진 그룹에서 나타나는 이런 특성들의 출현율prevalence[1]을 산정했다.

 

연구 결과, COO를 제외한(COO CEO와 역할과 책무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각 경영진의 특징을 살펴보니 CEO와 가장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직무 집단은 CHRO였다. 울리히 교수는 말했다. “직관적으로는 전혀 생각하기 힘든 결과입니다. 아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필러와 울리히는 CHRO CEO와 가장 비슷한 특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발견한 걸 계기로더 많은 회사들이 CEO감을 물색할 때 CHRO를 고려해야 한다는 꽤나 도발적인 처방을 내렸다. 오늘날의 경제 체제 속에서 전략을 추진하려면 기업의 가치와 부합하는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올바른 조직 구조를 만들며 좋은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CHRO 근무 경험은 리더로서 이렇듯 필수적인 전제조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보탬이 될 확률이 높다는 논리다.

 

하지만 필러와 울리히의 충고에는 약간의 주의사항도 보태진다. 먼저 이들은 손꼽히게 뛰어난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이들이 제시한 결론은 전망 좋은 사무실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은 일부 CHRO들에게만 적용된다. 이들은 CHRO가 인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 중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라, 폭넓은 관리 경험(그리고 실제 사업 부서 근무 경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 중 인사 부서를 운영하며 인재를 육성해본 이력도 지닌 임원들의 미래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필러와 울리히는 CEO가 되고자 열망하는 CHRO라면 최고의 리더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자신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HRO CEO 자리에 오르려면 반드시 초년병 시절의 교육에서는 물론이고 그 뒤로 커리어 행로를 계속 밟아가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기술 역량과 더불어 재무 능력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CEO 자리를 노린다면 말이다.” 이들의 연구 내용을 담은 백서에 써 있는 내용이다. 실제로 취리히보험그룹, 네슬레, 필립모리스, 도이치은행을 비롯한 일부 회사들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을 인사팀의 고위급 업무에 순환보직으로 투입한다. (이런 방식으로 인재 양성 능력을 개발하는 일을 촉진하는 데 대한 견해를 담은 글이 있다. 관심이 있다면 HBR 7-8월 호에 실린 램 차란의 글인사팀을 해체하라를 참조하라.)

 

필러와 울리히는 커리어 초기에 인사팀에서 인력 개발 경험을 쌓은 훌륭한 CEO 두 명의 사례를 강조한다. GM의 메리 배라Marry Barra CEO GM 인사 담당 부사장으로 18개월 동안 근무했으며,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제록스에서 CEO를 역임한 앤 멀커이Anne Mulcahy 1990년대 초반 몇 년간 자사의 인사 부문을 관리한 경험이 있다. 이 두 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필러와 울리히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업무 성과가 뛰어난 CHRO들 중 42%가 여성이며, 이는 최고경영진 가운데 CHRO 다음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CMO(16%) 보직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연구 결과는 앞으로 CHRO를 잠재력 있는 CEO감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더 많이 생긴다면 여성 CEO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1]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장소에서 어떤 집단 내에 존재하는 전체 수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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