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에 여성 인력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면 기업은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2014년 여름 구글, 야후, 링크드인, 페이스북은 자사의 형편없는 여성 고용률을 공개하면서 여성 채용을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IT산업의 일대 변화를 시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드디어 이 분야의 기업들이 다양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또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오해하진 말자. 다양성 지표들을 개선하기란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IT산업을 수놓는 조직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공통된 신념이 있다. 바로 능력주의(meritocracy)다. 그런데 이 능력주의는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에밀리오 J. 카스티야(Emilio J. Castilla)와 스티븐 버나드(Stephen Benard)가 수행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의 핵심 가치에 승진과 임금 인상은 ‘전적으로 직원들의 성과에 근거한다’라고 명시돼 있는 경우,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이 능력주의를 신봉할 경우에는 아무리 성과 평가 결과가 동일하더라도 실제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성과급을 더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 대한 미묘한 차별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40년간 진행돼온 사회과학 연구 덕분에 우리는 다음 사실을 알게 됐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의도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지속될 것이며, 경쟁을 통해 부와 사회적 지위가 부여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차별을 막고자 노력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반면 IT산업계를 이끄는 고참 기업들이 성의 다양성(gender diversity)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만 한다면 바로 이들이야말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있다. 이 기업들은 종종 우리를 일깨우며 평상시와 다른 행보를 보여온 주체들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든가 ‘생각하기보다는 빠르게 움직여라. 그리고 혁신을 꾀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같은 기업 모토를 내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섰다. 이제 이 기업들이 과거와 단절하고 변화를 꾀했으면 하고 바라는 한 가지는 다양성을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는 명목상 여성 근로자를 채용하고, 감수성 훈련을 제공하며, 멘토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식의 일반적인 접근 방법이다. 또 여성 근로자들의 행동을 개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점진적인 변화의 방편들을 도입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가령 여성 인력이 좀 더 협상을 잘하도록 지원하는 조치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조직 내부에 다양성의 요소가 부족할 때 바로잡아야 할 대상은 직원들이 아니다.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 글은 IT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린스타트업 전략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지표 기반의 접근법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소 직장 내 성별에 대한 편견이 일상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지 세부 데이터를 수집하라. 둘째, 성차별의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해당 기업만의 구체적인 방법을 파악하라. 셋째, 어떠한 ‘차단 장치’들이 성차별 지표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워라. 넷째, 스파게티 면을 몇 가닥 던져보고 어떤 종류가 벽에 잘 붙어 있는지 살펴라. 수립한 가설을 일단 현장에 적용해 효과가 있는지 관찰하라는 얘기다.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존 가설을 수정하라. 최선의 방법을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라.
차별 차단 장치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성편향의 동일한 패턴을 반복해서 설명하면서 여전히 ‘문제를 감탄하며 바라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편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연구도 일부 있다. 안드레아스 레이브란트(Andreas Leibbrandt)와 존 A. 리스트(John A. List)가 진행한 실험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나스카(NASCAR, 미국 자동차 경주대회), 축구, 야구 등 전형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영역에서 행정 보조직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고 이와 관련된 직무 내용을 두 가지 버전으로 내놓았다. 하나는 임금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임금은 협상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레이브란트와 리스트는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 협상에 능하지 않고, 이런 차이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에 기여한다는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싶었다. ‘임금은 협상할 수 있다’는 이 간단한 문장으로 이 같은 차별 현상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다,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임금은 협상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남녀 간 협상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를 좁혔을 뿐만 아니라 새로 채용된 직원들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45%까지 줄였다. 이 실험적 접근은 차별 차단 장치(bias interrupter)에 대해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차별적인 행동 패턴을 즉각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기본적인 비즈니스 시스템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차별 문제를 조금도 논하지 않고서 말이다. 또한 이 연구는 이러한 차별 차단 장치들이, 학자들이 조직 문화를 전면적으로 쇄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방안보다 유리한 세 가지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추천하는 쇄신 방안들은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다른 사항을 우선순위에 두는 CEO가 부임할 경우에는 종종 폐기 처분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일례로 최근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신임 CEO는 경영상의 이점을 보여주는 정확한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이 기업의 커다란 자랑거리였던 탄력적 근무제도인 ‘성과 중심 근무환경(Results Only Work Environment)’을 중단시켰다.
차별 차단 장치의 주요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런 장치는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다. 반면 문화적 접근은 진지한 대화에 바탕을 둔다. 둘째, 반복적인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작은 단위로 시작해 수정을 가하면서 점차 규모를 키우는 식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별이 빈번하게 존재하는 비즈니스 시스템을 서서히 바꿔나가면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 부임하는 CEO가 조직 내 다양성 문제를 긴급 사안으로 결정하지 않더라도 차단 장치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 짧은 시간 내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들의 반응을 측정해 제품 개선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 방법론 - 편집자 주
[1]전시회나 행사 등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여성 모델 - 편집자 주
[2]형제를 뜻하는 브로(bro)와 프로그래머(programmer)를 합성한 용어로, IT기업 내의 독특한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상징한다 -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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