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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타깃 고객을 세분화하는 방법

디지털
202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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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에 몰린 한 그리스 식당이 있습니다. 편의상 ‘아테네’라고 부르겠습니다. 가업으로 몇 년째 운영되고 있는 아테네는 그동안 메뉴 변경 없이,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의 가격대, 인테리어, 입지를 유지해 왔습니다. 주인인 조지는 어떻게 매출을 올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식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싶었던 그는 결국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요. 하지만 요식업에 종사한 적이 없었던 저는 제가 내놓는 방안이 고객의 입장으로 다소 치우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조지에게 미리 당부했습니다. 조지는 오히려 "그러면 더 도움이 되겠네요"라고 좋아했습니다.

자, 그렇게 식당주인 조지와 저는 본격적으로 그리스 식당 '아테네' 리포지셔닝의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뭐부터 해야 할까요?


메뉴에도 조합이 중요하다

저는 조지에게 조합이론(combinatorics)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기대도 안 했습니다만, 역시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음과 같이 예를 들어 설명해 줬어요.

“조합이론은 경우의 수의 조합에 관한 수학의 한 갈래입니다. 예컨대, 제가 플라스틱 피규어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부품으로 머리 3종류, 몸체 4종류, 다리 3종류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총 10가지(3+4+3) 부품이 있는데요, 이 부품들이 서로 호환 가능하다면 36가지(3x4x3)의 다양한 피규어가 나올 수 있습니다. 10가지 부품으로 36가지 피규어라니, 얼마나 좋아요. 여기에 색상까지 다양하게 바꿔주면 가짓수가 얼마나 무궁무진해질지 생각해 보세요. 실제 조립식 완구 제조 방식이 이렇습니다.”

조지가 제 말을 이해하자, 저는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성공에도 다양한 경로가 있다

조지에게 떠보기 질문을 해봤습니다. “요식업계에 잘나가는 식당이 왜 이리도 많은지 생각해 보셨나요? 경쟁 시장이라면 승자가 독식하는 게 정상 아닐까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조지에게 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경쟁 우위란 전략적 요소들을 ‘조합’해서 경쟁자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런 전략적 요소가 다른 식당을 제치고 특정 식당을 최종 선택하게 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이것들을 업종 카테고리(예: 태국식 or 이탈리아식 or 그리스식), 메뉴 범위(좁음 or 넓음), 음식 퀄러티, 식당 외관(전통식 or 현대식), 고객 서비스(친절하게 다가가는 타입 or 거리감 두는 타입), 입지(여유로운 주차 공간 or 대중교통 편의성), 영업시간, 가격으로 분류했습니다. 고객은 이러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가장 가치가 높은’ 곳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업종 카테고리는 일단 제외할게요. 그러면 식당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요소는 총 7가지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마다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 식당 포지션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는 ‘좋음, 보통, 나쁨’, 가격의 경우엔 ‘저가, 보통, 고가’ 이런 식으로요. 마찬가지로 식당의 외관도 매력도를 기준으로 ‘상, 중, 하’로 나눕니다.

이걸 다 합치면 고객에겐 방대한 데이터가 될 뿐 아니라 포지셔닝 전략 수립에 착수한 요식업자들에겐 결정 장애를 초래할 만큼 후덜덜하게 많은 선택지가 됩니다. 전략적 요소가 7가지 있다고 했으니 3의 7제곱인 무려 2187가지의 포지션이 쏟아져 나오는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아까 언급하다 말았던 업종 카테고리(그리스 음식, 태국 음식 등)가 10가지라고 가정하면 그 수는 2만 1870가지로 불어납니다.
자,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조지 씨, 경우의 수가 하도 많아서 도전할 만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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