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클라이언트였던 루이스(Luis)는 자기 일을 참 좋아했다. 회사 일을 정말 재밌어 했고 동료들도 참 좋아했다. 월급도 괜찮았다고 한다. 문제는 루이스가 일에 너무 감정을 담는 바람에 루이스의 판단력도, 일과 사생활의 균형도 무너졌다는 점이다.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루이스의 상사가 프로젝트 지연 건으로 퇴근 직전에 회의를 소집했다. 프로젝트 차질이 빚어지는 이유야 무수히 많았고 루이스가 어떻게 조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 내내 잠도 안 자고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도 포기해가면서, 어떻게든 일을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려고 애썼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이라면 루이스 사례가 남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일에 지나치게 감정을 담는 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십분 알고 있을 테다. 열정과 추진력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다. 실적 내기에 깊게 몰입하다 보면 만족감을 주며 일에 의미도 부여된다. 하지만 과도한 몰입은 자신을 갉아먹고 결국 그 무게에 짓눌린다.
코로나19로 재택/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가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그러니 커리어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회사의 성공에 헌신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일이 자신의 모든 감정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면 일에 감정을 지나치게 담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음 사례에 해당한다면 이제 일과 감정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할 때다.
비판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때
부정적인 피드백에 화가 나거나, 불안하거나 업무 의욕이 확 꺾이는 때가 있다. 상사의 몇 마디에 며칠 내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고, 아니면 동료나 선후배가 한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아 도무지 일할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지적이 일에 대한 평가가 아닌 마치 나에 대한 평가마냥 들리지는 않는가. “사람이 영 부족해”라는 소리처럼 들리는 극단적인 심정이 들지 않는지 확인해보자.
함부로 예단하지 말고 업무 평가와 개인에 대한 평가를 분리해서 생각하자. 다음을 연습해 업무 평가를 객관적으로 수용하도록 노력해보자. 일단 빈 종이를 한 장 준비해 칸 네 개를 그린다. 그다음 첫째 칸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피드백을 적는다. 둘째 칸에는 피드백 내용 중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전부 적는다. 부정확한 피드백이나 상대가 누락한 자신의 성과들을 나열한다. 세 번째 칸에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골라 적어본다. 가령 자신의 워크플로나 스킬을 향상하는 데 유용한 의견이 있었는지 떠올려본다. 마지막 칸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계획한다. 지적한 상대방과 대화를 더 나눠 분위기를 개선할지, 부당한 지적에 시정 요청을 할지, 아니면 그러려니 한 귀로 흘린 다음 활기찬 마음으로 내 일에나 신경 쓸지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