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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전략

마케터의 실험, 가장 큰 죄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류성락
매거진
2020. 3-4월호
COMMENTARY ON 생산적 혁신
마케터의 실험, 가장 큰 죄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류성락 직방 마케팅팀 콘텐츠파트 리드


콘텐츠 기획에서 A/B테스트는 무용한가?

2015년 직방에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직방이라는 모바일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을 조직 내부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직방은 몇 차례 큰 규모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해냈고, 원룸 및 오피스텔 정보 서비스에서 시작해 지금은 아파트와 빌라를 비롯한 부동산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이용자 기준 국내 최대 부동산정보 앱으로 성장했다. 직방의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2019년 2800만 건에 다다랐고, 직방을 이용하는 회원 중개사무소는 4만 개에 이른다. 직방이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는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A/B테스트를 강조하는 마케팅 활동을 빼놓고 직방의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직방에서 하는 마케팅 활동은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Performance Based Marketing)’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주류가 된 지금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표방하는 마케팅 조직이 많아졌지만, 직방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 나에게는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직방 마케팅팀이 구사하는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은 크고 작은 A/B테스트의 연속이다. 기획단계에서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중 가장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설로 채택한다.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해 비교군과 대조군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결과를 얻는다. 단순히 훌륭한 성과만을 얻는 것이 아니라, 가설 수립과 검증을 통해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성공의 공식formula을 발견하는 것이 직방 마케팅팀의 퍼포먼스 기반 마케팅 방법론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도 예상되는 결론을 단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니어급 마케터의 의견이든, CMO의 의견이든 그것이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고 판단된다면 동등하게 실험대에 오른다. 호기롭게 결과를 놓고 폭망하리라는 데 샴페인 한병을 건다거나 해서 사기를 꺾는 일은 없다. 테스트와 그로 인해 도출된 숫자가 이병철이요, 정주영이다.


이렇듯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A/B테스트 방법론의 전제조건이다. 결과와 숫자만 겸허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어떤 팀원이 결과적으로 빗나간 가설을 제시했거나, 반대로 채택된 가설을 제시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설사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가설은 앞으로의 실험에서 배제할 수 있으니 소득 없는 실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직방 마케팅팀에서 죄악시되는 유일한 한 가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A/B테스트와 최적화는 이용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단계에서 수없이 시도되고 있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실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쉬운 사례를 들면 이런 식이다.

A/B테스트를 적용하는 간단한 사례

직방에서 자사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1boon 등의 콘텐츠채널을 통해 매일 발행하는 부동산 전문가 칼럼이 있다. 이 칼럼 시리즈는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 경제 탭에 노출되며 매월 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콘텐츠 하단에 직방 앱 광고 배너를 넣는데, 어떤 배너가 더 효과적으로 클릭을 유발하며, 클릭 이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까? ‘한 번도 앱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의 앱 설치’ ‘앱을 삭제한 이력이 있는 사람의 재설치’ ‘이미 앱이 설치된 사람의 앱 재실행’ 같은 것들 말이다.



배너1
두 개의 배너 중 어떤 쪽이 더 효율적이었을까?

위에 두 개의 배너가 있다. 어떤 것이 더 뛰어났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같은 기간에 동일한 방법으로 두 개의 배너를 번갈아 게시했을 때 한 쪽의 클릭률(CTR)이 0.43%p 높았고, 클릭 이후 설치 또는 실행으로 전환되는 전환율은 3.27%p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 두 배너의 차이를 비교하고,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를 분석한다. 배너 카피가 적절했나? 이미지 자체로 매력도가 있었나? 분석의 결과로 도출된 가설을 바탕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배너를 무한히(!) 증식시킨다. 그리고 그 우량아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배너를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결과가 한계효용 체감의 그래프를 그리는 시점에 또다시 아까와 같은 배틀로열을 펼친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를 분석할 때 편향을 버리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얼핏 봐서 큰 차이 없어 보이는 배너를 끝없이 제작해주는 디자이너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간혹 유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디자이너라면 공감하는 짤’에 등장하는 ‘이 부분 크게 해주세요’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해주세요’ ‘처음 시안이 제일 낫네요. 그걸로 할게요’ 같은 소리를 서슴없이 하는 파렴치한의 모습과 배너 이미지 제작을 요청하는 마케터의 모습은 닮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례를 들기 위해 두 종류의 배너를 비교한 것처럼 적었지만, 실제로는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훨씬 많은 안이 제작되고 폐기된다.

물론 이렇게 간단한 A/B테스트 또한 완벽한 비교군과 대조군을 만들기는 어렵다. 테스트 기간을 동일하게 잡더라도, 특정 콘텐츠만 우연히 포털 메인에 노출돼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거나, 특정기간에 발행된 어떤 칼럼의 내용이 광고 배너의 크리에이티브와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져 칼럼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도저히 배너를 누를 수밖에 없어 갑자기 전환율이 치솟거나 하는 식이다. 극단적인 예를 든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꽤 자주 있는 일이다. 만약 특정 게시물이 대형 포털 메인 최상단에 노출돼 종일 유지될 경우, 최소 몇십만 단위의 뷰가 단기간에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보통 배너 클릭 수의 볼륨은 크게 증가하지만, 조회 대비 클릭률은 과도한 노출로 인해 오히려 감소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채널을 관리하는 마케터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명확한 변수이기 때문에, 분석단계에서 제외하면 꽤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콘텐츠 기획에서의 A/B테스트

A/B테스트 방법론을 적용하기가 정말 어려운 경우는 따로 있다. 잠재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노출되는 콘텐츠를 만들 때가 그렇다. 직방은 원룸과 오피스텔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왔다. 하지만 브랜드의 외연을 아파트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원룸 및 오피스텔 정보 서비스라는 기존의 인식은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굳어진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직방 마케팅팀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는데, 그중 하나가 유튜브였다. 직방의 기존 유튜브 채널은 여느 기업 채널처럼 매스캠페인 집행 시즌마다 제작하는 커머셜 영상을 아카이빙해 놓는 수준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2017년 ‘직방TV’로 이름을 바꾸고,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타깃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정보 채널로 피보팅pivoting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지금은 메이저 언론사들이나 대형 건설사의 부동산 유튜브 채널을 압도하며 유튜브 부동산채널 가운데 4위 채널로 성장했다.(2020년 2월 기준 구독자 17만 명) 한때 직방이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던 30대 중반~40대 중반의 소비자가 이제는 직방 유튜브 채널의 가장 열렬한 구독자다.

다시 A/B테스트 이야기로 돌아가서, 직방 유튜브 채널에서 노출을 위한 유료광고 집행 없이 유기적으로 50만 조회를 만드는 콘텐츠를 A/B테스트를 통해 만들 수 있을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쉽지 않다”이다. 유튜브에서는 구독자가 17만 명이라고 해서 업로드하는 모든 영상이 구독자 수를 상회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구독자 수가 적다고 해서 조회수가 많은 영상을 만들 수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앞서 사례로 든 배너 크리에이티브의 A/B테스트가 간단한 사칙연산이라면, 유튜브 콘텐츠 기획은 8차 방정식이다. 수학적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많은 변수가 실험을 방해한다는 의미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단순한 A/B테스트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자체는 간단하다. 유튜브라는 거대한 실험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거의 무한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마주하는 장벽이 미스터리한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이다.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을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만나본 구글 직원 중에는 없었다. 대형 MCN에서 일하면서 소위 말하는 대박 채널, 대박 영상을 수도 없이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시원하게 답변하지는 못했다.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을 파악했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자신이 나름대로 연구한 유튜브 알고리즘을 주제로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들뿐이다. 영상 제목과 섬네일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완벽히 파악했다고 자신있게 써 놓았지만 해당 영상의 초라한 조회수를 보면 신뢰가 떨어진다.

물론 유튜브 채널의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툴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서 말하는 입장은 있다. 섬네일(미리보기 이미지)의 노출 대비 클릭률과, 시청시간을 늘릴수록 유튜브에서 콘텐츠가 추천될 확률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확률이다. 지금까지 업로드한 모든 영상의 조회수, 섬네일 클릭률, 시청지속시간을 쭉 나열해서 조회수와 나머지 지표의 상관도를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양(+)의 관계가 있다고 나오긴 하지만, 개별 콘텐츠의 지표를 뜯어보면 결과적으로 클릭률과 시청지속시간이 낮은 콘텐츠가 도리어 많은 노출수를 확보해 조회수가 높은 사례도 많다. 다시 말해 클릭률과 시청지속시간을 확보하면 많이 노출될 확률은 높지만, 노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클릭률과 시청지속시간을 무조건 높이고, 늘리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자연히 확률은 높아진다. 한마디로 콘텐츠를 ‘잘’ 만들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잘 만들까?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설계된 실험의 결론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선량한 콘텐츠 마케터를 괴롭힌다.

두 번째 이유는 변하는 시장환경이다. 직방TV 유튜브의 성장은 서울 부동산, 특히 아파트 시장과 깊은 연관을 맺는다. 직방TV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동산 채널이 마찬가지다. 유튜브 내의 부동산 담론은 크게 지금의 부동산가격이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하락론과 상승 또는 중립론을 주장하는 채널로 양분되는데, 이 진영 대결의 영원한 승리자는 하락론을 주장하는 채널이다. 2018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의 주택 소유율은 56.2%로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가 44.8%다. 똑같이 그럴싸한 주장을 한다면 내 판단을 힐난하는 채널보다 내가 지금 집을 마련하지 않은 당위를 마련해주는 채널이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된다는 것이 내 가설이다.

하지만 하락론을 주장하는 채널이든, 그렇지 않은 채널이든 서울 아파트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뉴스를 접하는 전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됐던 시기에 가장 많은 노출과 조회수, 구독자 수의 증가를 경험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많은 부동산 유튜버들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냈던 시기를 정부의 대형 부동산 규제가 발표됐던 시기로 기억하고 있었고, 최근 직방TV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2019년 12월 16일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던 시점까지 약 6개월간이 가장 많은 조회수와 시청시간을 기록했고, 이후 시장이 잠잠해지며 조회수와 구독자 수 성장 추이 또한 잦아들었다. 이는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이 실제 사회의 뉴스가치(news worth)를 반영한다는 의미다. 만약 본질적으로 같은 영상을 일정한 차이를 주어 비교군과 대조군을 만들어 업로드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시기에 따라 완벽한 콘텐츠가 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환경이라는 변수는 통제된 실험실 환경을 이루는 데 있어 거대한 방해요소가 된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콘텐츠가 지닌 무한한 개별성이다. 사실 이것이 본질적으로 콘텐츠 마케팅에서의 A/B테스트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본질적 요인이다. 처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할 때 보통 궁금해하는 요인들이 있다. 적절한 업로드 시간대는 언제인지, 영상의 적절한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폭발적인 노출량을 얻기 위해 필요한 노출 클릭률과 영상당 평균 시청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같은 것들이다. 나도 처음에 그런 것들이 궁금했고, 나름의 테스트도 거쳐봤다. 지금은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되묻는다. 그런 게 있겠냐고. 당연히 콘텐츠마다, 채널마다 다르지 않겠냐고.

만약 최적의 업로드 시간대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면, 통계적으로 최적의 영상 길이가 있다면 유튜브 내 콘텐츠들은 차별성 없이 균일한 모습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튜브가 원하는 유튜브의 모습과 대척점에 있는 모습일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기획한 기획자라면, 그렇게 획일적인 모습보다 제각각 다양성을 지닌 영상들이 치열하게 노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을까? 또한, 콘텐츠의 방향성을 놓고 실험군과 대조군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한 콘텐츠에 약간의 변주를 주면 그건 A에서 A′가 되는 것이 아니라 B가 될 확률이 높다. 두 콘텐츠를 비교해 어떤 결과의 차이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조작한 변인에 의한 차이인지, 그로 인해 완전히 달라져버린 뉘앙스에 의한 차이인지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정교한 실험을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정교한 실험설계가 필요하다.

반복과 시도만이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기획에서 A/B테스트가 완전히 유효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의도된 실험의 결과이든, 우연의 일치에서 발견한 결과이든 효과적으로 노출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콘텐츠의 지표와 구성을 자세히 뜯어보면 일정한 경향성을 지닌다. 이 경향성을 얼마나 민감하고 영리하게 포착하느냐가 유튜브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 채널 운영의 성패를 결정한다. 직방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얻은 가장 크고 명확한 인사이트는 내 채널에서 성공적이었던 콘텐츠의 요소를 차용해 앞으로의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것만큼 파워풀한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직방 마케팅팀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발견한 유튜브 콘텐츠 운영의 가설과 검증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1. 콘텐츠 수와 조회수는 관계가 있을까?

직방TV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을 당시, 영상 업로드 주기는 주 1회였다. 하나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나면, 영상의 성패는 금방 가려지는데 그 결과에 따라 일주일을 환희 또는 절망에서 오가던 시기였다. 당시 직방보다 앞서 있던 부동산 채널들은 개인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은 많게는 매일, 적어도 주 3회씩은 영상을 업로드하며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직방TV에서도 콘텐츠 수를 늘리면, 잠재 구독자와의 노출 접점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조회수와 더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하고, 개별 영상의 조회수도 평균적으로 상승하지 않을까?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2019년 들어 콘텐츠 수를 매월 최소 5개에서 최대 17개까지 늘려가며 테스트해 보았고, 이 가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결론을 얻었다. 실제로 콘텐츠 수와 월간 조회수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값은 0.64로 나타나 미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리소스를 생각하면 콘텐츠 수를 무조건적으로 늘리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오히려 콘텐츠 업로드 수가 월 13건이던 2018년 7월에 비해 9건이었던 2019년 7월의 조회수가 100.8% 증가했으며, 2019년 7월 당시는 2019년 5월에 새로 기획한 ‘신 시리즈’ 영상이 비로소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신 시리즈’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해당 포맷의 편성을 점차 늘려갔고, 현재는 매월 20개의 영상을 업로드하며 조회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실험을 통해 노출을 위해 같은 내용의 영상을 여러 버전으로 편집해 게시한다거나, 양산할 수 있는 형태의 영상을 반복 게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비슷한 수준으로 기획된 높은 퀄리티의 영상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조회수를 늘리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영상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썸네일1

이 두 섬네일의 노출 클릭률은 무려 1.1%p 차이를 보였다. 어떤 섬네일이 더 높은 노출 클릭률을 기록했을까?

2. 좋은 섬네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유튜브에서 섬네일은 수많은 콘텐츠 중 내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발견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섬네일 역시 끊임없는 A/B테스트 대상이었다. 유튜브 영상의 노출 클릭률은 평균 2~10%인데, 직방TV의 경우 6%를 상회하면 좋다고 판단하고, 4% 미만인 경우 섬네일의 실패라고 가정한다.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낸 콘텐츠의 섬네일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요소를 통해 우리 팀에서 세우고 있는 가설은 아래와 같다. 물론 섬네일은 채널이 다루는 콘텐츠의 내용, 채널 구독자들의 성향 등
여러 변수와 결부되기 때문에, 아래 가설이 모든 채널에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부동산 수요자의 성향과 결부해 생각해보면 꽤 흥미로울 것이다.

·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평면적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문구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문구가 더 효과적이다.
· 문구에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될 경우 더 효과적이다.
· 타깃이 명확한 경우, 섬네일에 명시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섬네일 문구를 작성하기 전에 위 가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한 뒤, 가능하다면 적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방법을 적용한 후 결과를 본다. 그 새로운 방법 역시 몇 차례의 검증을 거쳐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가설로 추가할 수 있고, 기존의 가설도 강력한 반례가 등장하면 폐기할 수 있다. 섬네일은 완전히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이기 때문에 100% 참이거나 거짓인 가설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클릭률이 높은 섬네일을 만드는 확률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설과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지만, 영업 비밀이라 모두 공개하기는 곤란하다. 콘텐츠 기획에서의 A/B테스트란, 즉각적으로 명쾌한 결론을 낼 수 있는 형태의 실험이라기보다는, 더욱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많은 시도를 통해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누적돼야 비로소 윤곽이 드러나는 반복작업에 가까워질 확률이 높다. 콘텐츠 기획을 A/B테스트로 최적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지만 어렵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적합한 길을 찾아 성과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실무자를 비롯한 조직 전체에 큰 인내심을 요구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직방의 다양한 콘텐츠 채널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기반은 시도를 존중하는 직방 마케팅팀 특유의 조직문화라고 생각한다. 반복과 시도만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며, 가장 큰 죄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류성락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직방에 합류했다. 직방 마케팅팀 콘텐츠파트 리드로 직방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1boon 등 콘텐츠 채널의 운영과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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