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10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순자산을 가졌다. 그리고 이 돈과 에너지를 당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붓고 있다. 바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일이다. 또한 기후변화에도 주목해서 얼마 전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 2021)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게이츠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가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녹색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최근 게이츠가 시애틀 사무실에서 HBR의 편집장 아디 이그네이셔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내용을 편집해 싣는다.
HBR: 기후변화의 시급성에 대한 책은 이미 많습니다. 왜 지금 이 주제를 다루셨나요?
게이츠: 밀레니얼 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가 계속 기후변화에 주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최근 미국 (대통령/상하원) 선거에서 많은 후보가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뤘죠. 그래서 공약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탄소배출 제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이 있나요? 저는 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리는 데 제 생각을 보태고 싶습니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협과 저자의 낙관주의적 성향이 서로 대치하는 구도를 보입니다. 독자들이 책에서 얻었으면 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가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세계는 해마다 510억 t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를 줄인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쉬운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력 생산을 위해 재생 에너지원을 사용하거나 승용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일처럼 말이죠. 하지만 저탄소배출 콘크리트나 시멘트 같은 거대한 영역에서 진전을 이뤄야 합니다. 정부 정책, 기업 행동, 개인의 소비 습관 모두 이런 솔루션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나요? 팬데믹과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 감소효과를 제외하면, 지금 수준으로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듭니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려면 매해 모든 분야에서 극적인 감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도 기후재앙을 지연시킬 뿐 막을 수는 없다고 쓰셨습니다. 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변화가 전에도 있었습니까? 이런 수준의 변화는 이전에 없었습니다. 이건 지금까지 인류가 해낸 가장 놀라운 일이 돼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훨씬 쉬운 일이었습니다. 게이츠 재단과 다른 기관들이 지난 10년 동안 mRNA 기술에 투자한 게 백신 개발의 바탕이 됐으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전기 사용량을 15% 줄이는 것 같은 데에만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혁신에 투자해야 해요.
우리가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온도가 계속 올라가겠죠. 산호초나 북극 같은 자연생태계가 사라질 겁니다. 만약 당신이 캐나다에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면 온도가 높아져서 더 많은 수확을 거둘 겁니다. 하지만 텍사스나 멕시코에 농장을 갖고 있다면 상황이 좋지 않을 겁니다. 옥수수 같은 작물은 그곳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을 거예요. 아프리카 일부 지역 등 적도 부근의 생계형 농부들에게는 재앙이 될 겁니다. 생존에 필요한 음식도 얻지 못할 테니까요.
21세기 중반까지 기후변화가 코로나19보다 5배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경제에도 훨씬 큰 타격을 줄 거라고 쓰셨는데요. 코로나는 실시간 재난이었습니다.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고 충격이 코앞에 닥쳐왔지만 대응에 실패했죠. 그렇다면 기후변화라는 더 추상적이고 점진적인 영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팬데믹의 경우, 미국이 저와 다른 사람들이 위험을 경고하면서 제안했던 조치들을 취했더라면 호주나 일본처럼 사망자가 훨씬 적었을 겁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는 이보다 더 힘듭니다. 어마어마한 혁신이 필요하고, 말씀하셨듯이 훨씬 먼 미래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죠. 팬데믹은 언제 닥쳐올지 불확실했습니다. 제 평생 겪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후변화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의문스러운 부분은 있어요. 이를테면, 기온이 4도가 올라갈까? 아니면 5도? 하지만 우리가 탄소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재앙은 분명히 닥칩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 투자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투자자들에게 질문을 제출해 달라고 한 다음, 스크린에 띄워서 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질문 하나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고른 질문이 ‘기후변화는 실재하는가?’였습니다. 이들은 성공하고, 제대로 교육받고,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지식에 똑같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다행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줄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리사욕 때문에 불확실성을 부각하려는 기업은 없죠.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남았습니다. 첫째, 여전히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이런 분들을 설득하기가 쉬워지겠죠. 둘째,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석유 회사나 유틸리티 회사의 고집불통 임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 방지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처분한다든가, 이것저것 소비를 조금씩 줄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