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 혹은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ies)이 최근 기업 경영진, 월스트리트, 언론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관심의 배경은 긍정적이다. 전통적인 기업공개IPO의 대체재로서 이미 수십 년 전 등장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오던 스팩이 최근 2년 새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새로 생긴 스팩 수는 59개에 달하며 총 투자금은 13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247개가 새로 생겼고 총 800억 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올 1분기에는 신생 스팩이 295개 늘었고 투자금은 960억으로 집계됐다. 이보다 더 놀라운 기록도 있다. 2020년 미국 내 신규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스팩을 통해 상장했다는 사실이다.
스팩은 약 2년의 수명을 가진 상장기업으로, 오로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 즉 기업결합combination을 통한 공개 상장을 목표로 세워진다. 대개 공모펀드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며 합병 대상인 타깃 기업의 기업공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리스크를 제거해 주기도 한다. 타깃 기업 입장에서는 스팩을 활용해 기존 IPO 방식보다 더 나은 기업결합조건을 제공받을 수 있다.
투자자 사이에 장밋빛 낙관론이 넘치면 회의론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현재의 시장이 그렇다. 마이클 클로스너Michael Klausner와 마이클 올라기Michael Ohlrogge, 에밀리 루안Emily Ruan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스팩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스팩 창업자는 이익을 보고 있으나,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수 시애라Ciara부터 미국 전 하원 의장 폴 라이언Paul Ryan에 이르기까지 온갖 유명 인사와 공인들이 너도나도 스팩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일으키는 요소다. 2021년 2월 뉴욕타임스가 스팩이 “부자와 유명인이 사회적 지위와 부를 자랑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올해 제기된 의견 가운데 가장 신랄했던 건 이바나 나우모브스카Ivana Naumovska 싱가포르 인시아드 교수의 지적이었다. 이바나 교수는 HBR 아티클에서 스팩이 1990년대 악성 백지수표 회사로 불리던 초기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점이 없으며 지속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HBR.org 아티클 ‘The SPAC Bubble Is About to Burst’ 참고)
우리도 스팩이 찾은 타깃 기업(피인수 기업)들이 모두 좋은 실적을 보유한 것은 아니며 완전히 실패할 기업도 나올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결국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스팩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자본 시장 전체에는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왜 그럴까? 스팩을 활용하면 투자자와 타깃 기업들이 후기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직상장, 기존 IPO 등에 비견될 정도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새로 열리기 때문이다. 스팩을 통해 더 많은 스타트업과 다른 기업들이 자본을 수혈할 수 있게 되면 혁신과 성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우리도 시장 참여자다. 파레시 파텔은 2020년 세바스티아노 코시아 카스틸리오네Sebastiano Cossia Castiglioni와 함께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시장에 초점을 맞춘 내추럴 오더 인수기업Natural Order Acquisition Corporation을 세우고 CEO로 활동하고 있다. 맥스 H. 베이저먼은 이 회사 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투자업계(파레시)와 협상 및 의사결정 분야(맥스)에서 각자의 최신 경험담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평가한 스팩의 장단점을 다룬다. 무엇보다 왜 어떤 회사는 기존 IPO가 아니라 스팩을 이용해 투자금을 유치하려 하는지, 숙련된 투자자와 사업가는 스팩으로 무엇을 손에 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스팩이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자본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 리더와 매니저는 스팩 상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는 스팩을 전면적으로 감싸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그보다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이 새로운 스팩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